한 그릇의 품격, 외곽에서 시작된 ‘소바 혁명’
한 그릇의 품격, 외곽에서 시작된 ‘소바 혁명’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5.12.15 0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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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동소바 표재수 대표
삼동소바 표재수 대표

2020년 2월, 용인 보정동 외곽. 배달도 하지 않는 작은 소바 전문점이 문을 열었다. 테이블 12개, 8천 원짜리 냉소바 한 그릇으로 시작한 이 매장은 곧 월매출 2억 6,500만 원을 기록하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는다. 외곽 상권에서 시작해 프랜차이즈 업계를 뒤흔든 삼동소바,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 그릇의 기준”을 지키는 데 인생을 걸어온 표재수 대표가 있다. 그는 화려한 언어보다 ‘꾸준함’을 말하는 경영자이자, 감각보다 ‘재현성’을 우선하는 실무형 창업가다.

외곽에서 증명한 냉소바의 힘, 한 그릇이 만든 브랜드의 성장

삼동소바의 시작은 사업 확장이 아니라 철저히 한 그릇에 대한 집착이었다. 표 대표는 “내가 매일 만들어도 부끄럽지 않은 한 그릇이 무엇인가”에서 출발했다. 20년 넘게 주방에서 일하며 그는 외식의 본질이 인테리어나 마케팅이 아니라, 결국 손님 앞에 놓인 그릇 하나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삼동소바는 화려함 없이 단순한 기준으로 설계됐다. 맛을 과장하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약속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같은 맛을 유지하는 것.
브랜드의 첫 매장을 A급 상권이 아닌 외곽 단독 상권에 둔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입지가 매출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존 외식업 공식이 아니라, “맛과 일관성이 매출을 만들어야 한다”는 새로운 기준을 세운 것이다. 결과는 곧바로 숫자로 증명되었다. 오픈 몇 달 만에 월매출 1억을 넘어섰고, 여름 시즌에는 최대 2억 6,500만 원까지 찍혔다. 하루 12개 테이블이 24회전 이상 돌아가는 이례적인 구조였다.

이후 전국 지점은 여름철이면 거의 모든 지점에서 웨이팅이 발생하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일부 지점은 오픈 당일 300팀이 넘는 웨이팅을 기록하며 ‘냉소바 1등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브랜드 확장의 핵심에는 일본에서의 6년 운영 경험이 있다. 표 대표는 일본식 ‘정통’을 그대로 가져오는 대신, 한국인의 입맛과 생활 리듬에 맞게 현지화한 소바를 만들어냈다. 냉소바 중심 브랜드이지만, 2025년 겨울 신메뉴 ‘나고야 미소 나베 우동’과 ‘카키아게 나베 우동’을 출시해 계절 편차를 최소화하고 차가운 계절에도 삼동소바만의 깊은 맛과 경험을 전달하려는 장기적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표재수라는 인물은 ‘따라 하기’보다 ‘우리만의 기준’을 중시한다. 유명 맛집을 벤치마킹하지 않고, 소바의 전통을 과장하지 않으며, 오히려 “우리 집만의 맛을 만들어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다. 그 독자성과 균형감이 삼동소바라는 브랜드의 색을 만든 셈이다.

‘초보도 프로처럼’ 만드는 시스템, 성장 예측 가능한 브랜드 완성해

삼동소바의 또 다른 강점은 누구나 동일한 맛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다. 표 대표는 외식업의 가장 큰 불안 요소를 “조리자의 컨디션에 따라 맛이 흔들리는 구조”라고 말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손끝 감각을 데이터로 변환하기 시작했다. 반죽의 온도·수분 함량·숙성 시간, 삶는 초 단위, 육수의 온도와 농도, 서빙 템포까지 모든 요소를 수치화해 운영 매뉴얼에 반영했다.

오늘의 삼동소바 매뉴얼은 단순한 조리 지침이 아니라 “맛의 기준을 지키는 장치”다. 외식 경험이 없는 초보 점주라도 한 달, 두 달의 교육을 거치면 동일한 품질의 한 그릇을 만들 수 있다. 전국 매장이 자가제면을 하면서도 품질 편차가 거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익 모델 역시 흔들림 없는 구조를 지향한다. 메뉴를 단순화하고 공정을 표준화해 인력 의존도를 낮추고, 회전율을 높이며, 재고 손실을 최소화했다. 그 결과 15~17테이블 규모 매장이 월 2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하며 30% 이상의 영업이익을 꾸준히 유지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5년간 폐점이 단 두 곳뿐이라는 점도 이 시스템의 안정성을 증명한다.

또한 삼동소바는 A급 상권을 고집하지 않는다. 표 대표는 “외식업의 본질은 스쳐 지나가는 손님이 아니라 다시 돌아오는 손님”이라고 말한다. 입지보다 재방문을 설계하는 구조, 이 점이 삼동소바가 마케팅 비용 없이도 전국적으로 확장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실제로 그가 밝힌 마케팅 비용은 연간 500만 원 수준에 불과하지만, 브랜드는 이미 전국 100호점을 넘기며 외식업계 상위권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삼동소바가 그리는 세계 속 ‘소바 문화’

최근 표 대표는 미국 법인 설립과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그는 “유행을 노린 K-푸드 확장”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재현 가능한 한 그릇의 기준을 먼저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한다.
표재수 대표는 소바를 단순한 한 끼가 아닌 “하루의 흐름을 정돈해주는 음식”이라고 표현한다. 과하지 않지만 깊이가 있고, 가볍지만 결코 얕지 않은 음식. 삼동소바가 만들어가고 싶은 ‘소바 문화’는 바로 그 균형에 있다. 그의 비전은 단순한 매장 확대가 아니라, “정직한 음식의 표준화”다. 어디에서 먹어도 같은 맛, 같은 경험, 같은 신뢰를 제공하는 브랜드.
유행을 좇지 않고, 기교보다 꾸준함으로 평가받는 브랜드. 삼동소바가 만들어갈 ‘소바의 시대’는 그렇게,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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