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순천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생태도시이자, 최근 수년간 지구단위계획과 주거단지개발 분야에서 조용하지만 뚜렷한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도시이다. 더존도시건축사사무소 윤경호 건축사는 생태도시 순천이라는 정체성을 철학으로 도심지 집약적인 지구단위개발과 자연친화적인 전원주택 단지 조성을 목표로 하는 양면 구조의 설계전략을 실현하고 있다.
생태도시 순천에서 ‘더 좋은 도시’를 짓다
윤경호 건축사는 현재 순천을 중심으로 두 가지 방향의 설계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하나는 고밀도 아파트단지조성, 상업 기능을 강화한 지구단위 계획 등 도심지 집약적 도시개발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을 보존하면서 사람과 공생할 수 있는 전원형 주거단지 개발이다. “저희가 있는 도시는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입니다. 자연과도시, 사람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공간을 만드는 것, 그게 저희 사무소의 설계 방향입니다.” 윤 건축사는 정체성이 모호한 상업용 건축물의 설계는 최대한 지양한다고 말한다.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여, 사람과 환경이 함께 공존 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하는 것을 목표로 도시 안에서는 도심지, 집약적인 공동주택, 도시 밖에서는 자연에 순응하는 전원마을. 이 두 가지를 핵심 포트폴리오로 하고 있다. 윤 대표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프로젝트는 순천 상사호 인근에 조성한 ‘스위스 동화마을’이다. 총52필지 규모로 조성된 이 전원주택 단지는 유럽풍 건축미를 바탕으로 설계됐으며, 단지 내부는 조경, 통신, 보완, 커뮤니티 등의 최첨단 시스템 까지 갖춘 독립적 마을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전원주택을 살면서 가장 어려운 지점은 바로 유지와 관리입니다. 이 마을은 공동관리 체계와 커뮤니티. 최첨단보완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마치 전원 속의 공동주택 같은 구조예요. 프라이버시, 안전성, 편의성을 모두 갖춘 새로운 유형의 주거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마을은 윤 대표의 건축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실험장임과 동시에 커뮤니티 공간이다. ‘전원 속의 공동주택, 공동주택안의 전원마을’이라는 역설적 개념이 공간으로 실현 된 곳이다. “눈이 내리면 마치 유럽에 있는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집니다. 단지 조성과 설계 지침, 디자인까지 저희가 전부 유도 했어요. 아파트의 편리함과 전원의 여유로움을 동시에 갖춘, 말 그대로 동화 속 마을이죠.”
도심과 자연의 균형을 담는 도시, 그리고 건축
윤경호 건축사의 궁극적인 바람은 도시와 자연 그리고 사람이 균형 속에서 더 나은 주거환경 을 만드는 것이다. “도심 속 아파트는 고층화, 일조확보, 편의시설 확충 등을 통한 집약 개발을, 전원주택은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타운하우스를 조성해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을 가능하게 하고 싶어요." 두 가지 방향 모두, 결국 사람이 잘 살 수 있는 도시를 만드는 일입니다.”
윤 대표는 사림과 자연, 도심과 전원 사이에서 건축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해 강조한다. “도시는 더 집약적으로, 전원은 더 친환경적으로. 그 중간에 ‘타운하우스’와 같은 새로운 주거 유형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주거의 질, 환경의 질, 삶의 질을 동시에 고민하는 설계가 필요합니다.” 윤 건축사의 작업은 빠르지도, 요란하지도 않다. 그러나 그는 조용히, 꾸준히, 도시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순천이라는 도시가 자연과 공존하는 법을 터득해 가듯이, 그의 건축도 그렇게 도시와 자연, 삶과 환경 사이에서 균형을 짓는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클라이언트와의 소통
지난 35년을 건설현장과 설계실 사이에서 살아온 실천적 건축인 윤경호 건축사가 건축사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뭘까. 윤 건축사는 클라이언트와의 소통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는다. 오랜 현장 경험과 지역 내 폭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설계 이전부터 깊이 있는 교감을 통해 프로젝트를 함께 만들어간다. 특히 지역 기반의 건축가로서 그는 봉사 활동, 체육 활동, 지역 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 관계망을 형성해왔다.
“건축사라는 직업은 결국 서비스업입니다. 오더를 해주는 분들이 없다면 저희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들과의 신뢰와 소통이 결국 가장 중요한 자산입니다.”
“지방 건축사도 함께 갈 수 있게 해달라”
지역 기반 건축가로서 겪는 구조적 어려움은 여전히 크다는 윤 건축사는 지역 건축사로서 느끼는 한계와 아쉬움도 솔직히 털어놓았다. 수도권 기반 대형 설계사무소가 대부분의 프로젝트를 선점 하고, 지역 건축사들은 참여 기회조차 얻기 힘든 현실이다 “과거엔 외부 대형 설계사무소가 들어올 경우지역 건축사와의 협업을 제도적으로 명시했던 적도 있어요. 지금은 없어졌죠. 단순이 지역 건축사 보호가 아니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공생구조가 필요한시점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순천시의 강화된 조례다. 생태도시의 정체성을 이유로 국토부 법령보다 강한 지역조례를 적용하고 있어 실제 건축 활동에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다. “좋은 취지지만, 현실은 건축 활성화를 가로막는 경우도 많습니다. 상위법보다 강한 지역 조례 적용으로 타 지역과의 형평성도 문제이고, 건축자체가 위축 되고 있어요. 지금은 건축 관련 인허가 건수가 과거의 10분의 1수준밖에 안됩니다. IMF 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도시가 숨 쉴 수 있게끔, 조례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
건축인생35년, 삶의 전부였던‘건축’이라는 직업
건축을 업으로 삼은 지 어느덧 35년. 윤경호 건축사의 시작은 평범한 공고생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현장에 취업해 일하다 우연히 건축사를 접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현장에서 땀 흘리고 있는데, 가끔 말끔한 차림의 사람들이 와서 한마디 하면 현장이 다 움직이더라고요. 알고 보니 건축사였어요. ‘나도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야간대학, 자격시험, 편입시험, 이후 대학원까지 밟아왔죠.”지금까지 단 한 번도 다른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말하는 윤경호 건축사. 오로지 건축 한 길만을 걸어온, 건축이 삶 그 자체인건축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