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희귀채소백화점의 원조, 가족 2대경영으로 새로운 시즌 시작하다
세계희귀채소백화점의 원조, 가족 2대경영으로 새로운 시즌 시작하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3.11.2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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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샐러드와 쌈채소, 식용꽃 유행 선도하고 해외재배지 개척”
기복유통(주) 구자분 대표
기복유통(주) 구자분 대표

그린샐러드와 사라다 위주였던 한국 채소식용문화에 혜성같이 나타난 글로벌희귀채소 유통 원조, 기복유통(주)는 유명 셰프와 샐러드홀릭들의 성장을 이끈 공로자다. 채소인생 50여 년의 기복유통(주) 구자분 대표 부부는 샐러드가 포케, 콥, 숍스카, 살라타로 다변화함에 따라 샐러드 바/프랜차이즈가 유행하고, 고기 대신 쌈채소가 메인인 쌈밥집이 들어선 한국 식도락문화 견인에 기여하며 가락시장 세계채소유통계에서도 으뜸가는 경력으로 인정받는다. 가락시장 재개편과 온라인, 대기업이 진출한 채소시장에서, 식용꽃과 재배지 발굴처럼 빛나는 아이디어로 생존하며 사위와 가족 2대 경영을 이어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식용식물 3천여 종 전문가 부부, 땅과 함께 50년, 채소도매 43년
기복유통(주)의 기복시장이 불러주기 전, 국내 수입채소는 그저 미유통채소로 불렸다. 하지만 홀스레디쉬, 아티초크, 수박무, 벨기에 꽃상추인 엔다이브(컬리엔다이브), 롤라로사, 브뤼셀 스프라우트, 칼라콜리플라워, 이태리 멜란자네 둥근가지 등등. 낯선 이름의 이 채소들은 기복유통(주)를 만든 부부 경영자들의 서울생활 43년을 거치며, 국내 수입 혹은 재배품종이 되거나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검색할 수 있는 ‘네임드 품종’이 되었다. 한창 때는 직원 13명에 연 매출 10억 원 대를 돌파하며 3천여 종의 채소를 유통했고, 5인 체계인 지금도 기복유통(주)는 1천 5백 종을 주기적으로 수급하는 세계희귀채소백화점의 대명사다. 유통을 넘어 재배까지 시도해, 해외에서도 노하우를 찾고자 문의하러 온다는 이 진귀한 도매백화점의 안주인, 기복유통(주) 구자분 대표는 우리나라에 특수채소 샐러드, 쌈채소, 미니과일을 유행시키고 식용꽃 유통까지 시작해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한다. 샐러드에 곁들일 특수채소와 뿌리채소, 꽃의 조화로 시선을 끄는 구 대표는 이제 다품종보다 희귀 소품종에 주력하지만, 물량과 신선도 원칙만큼은 여전히 지키며 고객들을 맞이한다. 가락시장 현대화에 맞추어 이들도 저장창고를 지상에서 지하로 옮기고, 도매경매장보다는 규모를 줄인 전시도매매장으로 바꾸며 생존을 모색했다. 그렇게 기복유통(주)는 대기업의 손길로도 불가능한 신품종 개척과 채소메뉴, 재배와 수확을 연구하며 원조다운 명성을 이어 왔다. 구 대표의 남편이 기복농사를, 구 대표가 기복시장을 담당하면서 농사유통으로 50여 년 땅과 함께했고, 노량진 유통시절부터 치면 43년, 구 대표가 합류하여 39년을 가락시장에서 일해 왔기에 이들은 100여 개 단골 거래처들의 베테랑 유통사이자 희귀 식용채소분야의 백과사전이 된 것이다. 

가락시장의 고민거리는 고령화, 사위 합류해 5인 운영으로 거듭나
요즘은 땅주인들 입장에서 농사보다 건축이 남는 장사이기에 냉난방장치에 비용이 들고 이전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하우스가 점점 줄어드는 악조건이 겹친 시대다. 그럼에도 구 대표 부부는 채소유통시장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고객들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도록 국내에 드문 꽃 재배, 태국 농가 계약처럼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사실, 가락시장 상인들의 고민거리는 지하매장 운영과 대형마트와의 경쟁, 인건비 문제 등 끝이 없다고 한다. 그 중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아 동의하는 것이 바로 창단멤버들의 ‘고령화’다. 역전의 용사들이 요양 차 매장을 떠나면서 그들의 생활지식이 사장되는 것도 매우 안타까운 일인데, 그런 면에서 구 대표 부부에게는 사위가 합류해 5인조로 편성되어 업무를 인계할 젊은 피가 수혈된 상황이라 다행한 일이다. 구 대표는 후계자 교육에서도 주먹구구식이 아닌, 도소매 단골고객과 단기고객을 접객하는 방법부터 지하저온창고와 본매장에 진열된 채소들의 이름을 외우는 법, 복잡하지만 수십 년 간 해오면서 암산으로도 할 수 있게 된 제품단가 계산과 경영에 이르기까지 꼼꼼히 전수하는 중이다. “우리 부부는 고생하며 바닥부터 시작해 매장을 일구어 냈지만, 간판과 장소는 유지하면서 사위 세대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길 바라며 열심히 돕고 있다. 그래서 좋은 것은 받아들이고 새로운 길을 찾을 수 있도록 기술을 전수하되 온고지신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는 구 대표는 그럼에도 여전히 농가를 다니면서 공부하고, 매일 세계 채소시장의 트렌드를 익히며 경영에 힘쓴다. 요즘은 sns에서 베이커리와 샐러드를 장식하는 식용꽃의 인기가 건재한데, 구 대표의 식용꽃은 특수채소분야의 선구자답게 허브 모듬꽃 분야에서도 일찌감치 진출해 지금까지 유통했던 식용꽃 종류는 최대 60종에 달하며 상시구매 품목은 5-6가지로 호평이 자자하다. 파주 농장에서 충남 예산으로 재배지를 옮기며, 구 대표는 태국 농가를 선정해 국내에 수입되지 않는 꽃들도 유통할 것이라고 전한다.

소상공인 채소유통도매분야 열정, 해외재배로 안정된 수급 기대
부부경영방식에 대해 “남편이 작곡자면 나는 지휘자”라 설명하는 구 대표는 채소처럼 기한이 짧은 식재료 유통에 중요한 점은 안정된 생산과 물량 확보라고 한다. 그리고 기복유통(주)의 장점이 희귀채소/꽃이기에 앞으로는 태국처럼 온난한 나라에서 난꽃 등을 주 2회 공급받는 판로를 키워, 직접 시장에 공급할 물량을 길러낼 것이다. 전국 각지에서 찾아오는 고객들 덕분에 ‘장사’라는 천직을 평생 해 왔으며, 일을 찾아서 하는 기질이기에 그가 꽃에 거는 기대는 크다. “장사를 해서 꽃 같은 딸을 키워 사위도 보았으니 꽃에 정이 가는 것 같다. 팬지, 데이지, 프리지아, 라벤더, 살구꽃, 식용장미, 국화, 라일락, 그리고 민트, 로즈마리 등 허브를 비롯해 사프란 대용의 금송화, 비올라, 엘더플라워 등 먹을 수 있는 샐러드용 꽃들은 모두 다뤄봤다”는 구 대표는, 서양 식용꽃도 진달래처럼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지만 간혹 맵고 아린 맛을 조심할 종류가 있어 고객에게 이런 정보를 많이 전해주었다고 한다. 한편, 요즘도 그가 추구하는 채소 종류는 여전히 샐러드전문 카페테리아, 샐러드홀릭들의 sns에서 볼 수 있으며, 가짓수는 줄였지만 일반 공판장에서 볼 수 없는 희귀하고 싱싱한 특수채소들이다. 구 대표는 “샐러드와 볶음용으로 셀러리악, 아스파라거스, 미니양배추, 파슬리는 늘 인기다. 또 리크(leek)라는 볶음용 서양코끼리마늘부추, 칼소타다라는 대파구이의 재료인 칼소트(calçot) 등이 사랑받고 있다. 해외레시피가 들어오면서 해외채소를 문의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 전에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시판채소들을 갖추는 것보다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너도나도 재배하고 어디서든 구할 수 있는 채소들은 흥미 없었다. 앞으로도 특별하고 좋은 품종의 수입제품을 가능한 남들보다 빨리, 신선하게 구해오는 기복유통(주)가 그 명성을 지킬 수 있길 바란다”라며 이들의 새로운 변화에도 많은 성원을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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