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삶과 고뇌를 표현한 세계, 예술의 본질을 추구하다
인간의 삶과 고뇌를 표현한 세계, 예술의 본질을 추구하다
  • 임승민 기자
  • 승인 2023.02.16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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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가 정찬우 작가
조각가 정찬우 작가

‘고통과 고뇌는 위대한 자각과 깊은 심정의 소유자에게 있어서 항상 필연적인 것이다’란 도스코예프스키의 말처럼 우리 인간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 번쯤 고난의 역경을 딛는다. 그것이 경제적일 수도, 또 자아의 성찰일 수도 있다. 예측할 수 없는 불행, 성공 여부의 불확실성,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고 불안과 절망으로 지친 스스로를 객관화할 수 있는 경지는 과연 무엇일까. 
끊임없이 인간의 삶과 고뇌를 들여다보고 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는 정찬우 작가는 그것들을 통해 오늘날의 현대인을 적나라하게 비판한다. 정찬우 작가는 먹고, 마시고, 사용했던 물건에 빙의해 삶의 모습을 초현실적으로 박제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삶과 고뇌, 세련된 감각의 현실 판타지로 재해석
망치와 용접기로 돌을 쪼고 금속을 이어 붙이는 억세고 땀에 젖은 조각가를 추구하는 정찬우 작가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들의 삶과 밀착되어 있는 소재들을 활용한다. 우리가 흔히 먹고 마시고, 사용했던 물건에 빙의해 삶의 모습을 초현실적으로 박제하고 있는 정찬우 작가는 개인적인 군상이 사회에 갖는 불만에 대해 세련된 감각의 현실 판타지로 재해석해 낸다. 
2014년 쇠와 소주병, 밥솥과 부품으로 표현한 ‘무제’ 연작들은 만취 상태에서 깨어나 보니 굴러다니는 소주병이 영락없는 작가 자신의 모습처럼 보이는 공허감을 그렸다. 
2017년 성남조각협회 제 55회 ‘조각의 미소’전에 출품한 ‘대가리 박아’라는 작품은 성냥개비를 사람의 모양으로 이어 붙여 기합을 받는 형상이다. 이 작품은 정찬우 작가 자신의 당시의 심정을 담아낸 작품이기도 하다. 
“깊이 있는 작품 활동을 하고 싶어 여주 지역에 작업실을 만들었는데, 정작 제가 하고자 했던 작품 세계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어요. 이쯤 되면 머리라도 박아야 할 상황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죠.” 
작가이자 인간으로서 느끼는 고뇌를 표현한 것이다. 이렇듯 정 작가의 작품에는 한 인간의 방대한 세계관이 현실의 벽에 부딪치는 아픔과, 그럼에도 자신의 공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일련의 과정과 함께 기성세대의 삶과 자신을 비교하는 겸연쩍음이 공존한다. 성신여대 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한 조각가 정찬우는 대작을 추구하기보다 창작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삶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얻는다. 
NHK방송에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폭을 보고 느낀 핵폭탄의 무서움에 강렬한 인상을 받아 이들 지명의 약자에 K(한국)를 조합해 강렬한 졸업 작품을 만들었다. ‘K씨의 고민’은 정찬우 작가의 고뇌가 잘 드러난다. ‘불안교향곡’에서는 “아무도 나를 인정하지 않는 심리적 내면의 불안감이 계속 나를 위협하고 있지만 이 무거운 병적육체를 가까스로 지탱한다. 금나래중앙공원 ‘숨고래 파빌리온’의 완공기념전에서 선보인 ‘용머리’는 발해가 무너졌을 때 발굴된 용머리 조형물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대리석 작품이다.  
이렇듯 정찬우의 작품은 불확실한 위협으로 가득한 삶을 지탱하는, 동물의 왕국을 능가하는 이 구슬픈 인간의 왕국을 향한 솔베이지의 간절한 소망의 주문과 삶의 축복으로 퇴적되어 있다.
정 작가는 성냥개비 외에도 페트병 등 여러 소재를 이용해 다양한 크기로 제작한 ‘대가리 박아’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에는 인사동 갤러리H에서 성냥개비 외에도 페트병 등 여러 소재를 이용해 다양한 크기로 제작한 ‘대가리 박아’ 시리즈 5점을 전시했었다. 3년 간 공장에서 피땀 흘려 일하는 틈틈이 만든 작품들에는 술 냄새 가득한 직장인의 애환,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대중들의 마음이 표현되었다. 올해로 10년째에 접어든 ‘대가리 박아’를 시리즈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이 정 작가의 목표다. 

에너지 넘치는 작가,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작품에 담다
정 작가가 현실 타협이나 초현실주의적 환각에 빠지지 않고, 환상을 현실로 바꾸는 작업에 그토록 골몰했던 이유는 언젠가 예술가들의 이상향 중 하나인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다. 그리고 오늘도 창작에 정진하며 언젠가 첫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출품을 이룬 저명한 설치미술 작가인 자신의 은사 전수천 교수처럼 베니스 비엔날레의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꿈을 향해 나아간다. 
에너지 넘치는 작가, 작품에 자신의 열정과 노력을 투자하겠다는 정찬우 작가는 오늘도 그의 삶과 고뇌가 담긴 작품을 만들며 예술의 본질을 추구해 내고 있다. 유년기에 가세가 기울었을 때도 꿋꿋이 조각가의 꿈을 키워왔던 정 작가. 그는 평범한 인간들에 관심과 애착을 가지고 계산적인 예술가보다는 삶 자체를 사랑하고 작품에도 목숨 걸 수 있는 삶의 의지를 실현하고자 한다. 인간의 삶과 고뇌를 통해 우리의 마음에 와 닿는, 좌절과 절망을 극복하려는 메시지 전달한다. 
‘고민하면서 길을 찾는 사람, 그것은 참된 인간상이다’란 파스칼의 명언처럼 정찬우 작가의 인생 역시 작가이자 인간으로서 느끼는 괴뢰 속에서 진정한 삶을 완성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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