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숙한 표면장력의 반복성이 생명의 기원 상징하는 나선 구조형태와 콜라보 되다
친숙한 표면장력의 반복성이 생명의 기원 상징하는 나선 구조형태와 콜라보 되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18.08.17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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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네틱 아트에서 버블맨 시리즈로, 그리고 유전자 모형구조의 컬러링으로 진보한 형상들”
조각가 오동훈 작가
조각가 오동훈 작가

[월간인터뷰] 정재헌 기자 = 건축과 조형의 경계에서 역동성을 확장하는 키네틱 아트에서 출발해, 구(球)의 변형과 확장으로 인간과 동물의 형상에 대한 독창적 관점을 표현한 조각가 오동훈 작가는 구체와 인체에 대한 구상예술에 대한 관점을 ‘비누방울’이라는 추억의 데자뷰에서 더욱 창의적이고 미시적인 현상으로 발전시켜 가고 있다. 구형을 반복해서 용접해 인체의 형상을 만든 ‘버블맨’으로 소재와 표현의 재조합에 대한 조형적 가치를 보여준 오 작가는, 최근 해외 기업과의 콜라보 작업으로서 생명의 기원인 유전자 모형구조로 구형의 반복성과 컬러링 이미지를 동시에 구현하는 데 성공하면서 친숙함의 요소를 재해석해 확장성을 표출하는 기질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비누거품의 예측불허적인 환상과 차갑고 비현실적인 표면장력의 반복성을 용접하다

기존의 구상과 다른 표현을 찾고자 성형이 아닌 금속용접과 3D 모델링이라는 수단을 택해 원을 확장한 구체(球體), 그리고 이를 확장한 구체(具體) 형상을 이뤄낸 조각가 오동훈 작가는 동일한 소재를 재해석하는 정교한 금속용접으로 건축조형의 미학을 보여준다. 오 작가는 구체 소재인 SS볼(스테인레스 스틸볼)로부터 풍선 인형과 같은 형상화, 비누방울의 민들레 홀씨처럼 무한한 표면장력의 반복성을 현실세계에 안착시키는 작품들로 유명하다. 수직선상의 중심에서 같은 길이로 퍼져나간 무수한 점들의 조합인 원을 3차원 공간에서 입체화한 구형의 태생적인 규칙 덕분에, SS볼은 같은 테마를 시도할 때 굳이 정해진 주형을 고수하지 않아도 되는 주물이다. 비눗물 점도가 달라도 같은 스트로를 통과하면 복제된 비누방울이 쏟아져 나오듯, 이 반복되는 확장성과 우연성은 추억의 데자뷰로부터 복제되는 환상을 현실로 옮기게 된다. 오 작가는 5년 전 여느 작가들이라면 흔히 거치는 변화로써 작품 소재에 대한 확장성의 시기를 맞이하여, 그 후 키네틱 아트에서 움직이는 볼 시리즈로, 그리고 인체와 동물의 형상을 닮게 SS볼을 용접하며 열과 압력이 만드는 영구적인 표면장력의 신세계를 개척해 왔다. 2016년 <Life is Bubble>을 테마로 앞다리를 도약하는 말을 닮은 ‘플라잉 호스’, 귀여운 푸들의 둥근 피모 커팅을 닮은 ‘버블독’을 비롯해 다양한 인체의 역동성을 담은 ‘버블맨’ 시리즈는 친숙한 형상과 차별화된 소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오 작가의 용접 작업은 소형에서 5m가 넘는 야외 조형까지 다양하지만, SS볼에 거울 같은 광택을 내어 더욱 입체적인 느낌을 투영하거나 부분적으로 우레탄 도색을 시작한 후부터 소재는 더욱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이해하기 쉽지만 자세히 보아야 더 잘 알 수 있는 회화적 조형과 컬러링으로 확장해 가는 중

지난 5월 29일부터 한 달간 진행된 <2018 경주작가 릴레이전>에서 오 작가는 3번째 작가이자 ‘버블맨’ 시리즈로 참가했으며 8월 3일까지 서울창의예술교육센터가 주관하는 전시회에도 일련의 작품들을 소개했다. 그 외에도 오 작가는 도색과 SS볼의 조화를 연구하던 중 6개월 전 대만의 한 생명공학 IT바이오컴퍼니의 오너가 회사의 이미지와 맞는 작가를 찾던 중 섭외되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컴퍼니와 수많은 시안으로 접촉한 결과 SS볼에 대한 믹스추어 콜라보 작업을 하게 되었으며, 길이 3.5m, 높이 2.6m에 달하는 이 실내전시용 대형 조형물은 세포핵에 함유된 염기 배열상에 따라 나선상으로 이뤄진 DNA구조인 유전자 모형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이는 비누방울의 반복되는 확장성과 우연성을 인류 최초의 조직인 구형의 세포분열의 결과물이자 분자 구조에 대해 미시적으로 은유를 함과 동시에, 서로 감긴 나선형 계단형상에 직관적인 상징을 담아 조형함으로써 보편적 다수의 감성을 자극하는 설치미술의 첫 번째 에디션이기도 하다. 그동안 3D도면작업을 바탕으로 생명체의 형상을 띤 금속 조형물들을 통해 원주와 코일, 별들과 도형 만드는 곡선 궤적의 균형을 탁월하게 표현했던 오 작가는 구체의 휴머노이드인 ‘버블맨’의 확장성이 물성의 철학을 넘어 인류의 존재에 대한 색다른 관점을 상징하는 방향으로도 발전하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우레탄 원색 도색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이 작품은 오 작가가 평소 구상하는 “창조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깃들어 있지만, 난해하지 않으면서 직관적이고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을 원한다”는 발상이 그대로 담겨 있다. 동적인 요소를 분해하고 재조합하는 확장성을 둥글고 친근하게 표현하는 오 작가의 재해석 능력은, 이번 기회로 ‘구체’ 형상이라는 동일주제라는 규격 속에서 오히려 더욱 무한한 영역으로 맥동(脈動)할 수 있음을 입증하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오 작가는 이러한 작업에서 인간에 대한 상상력을 발휘하고 재해석한 즐거움을 느꼈으며, 차후에는 구상을 탈피해 더욱 회화적이며 자세히 볼수록 창작 과정에서 함축된 의미를 깨달을 수 있는 작품의 형상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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