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절을 극복하고 희망과 사랑을 찾는 토끼가 현대인에게 전하는 우화
좌절을 극복하고 희망과 사랑을 찾는 토끼가 현대인에게 전하는 우화
  • 정재헌 기자
  • 승인 2018.08.14 10: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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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페르소나가 극적인 반전과 전환으로 의인화돼 삶의 현장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다”
조각가 이준영
조각가 이준영

[월간인터뷰] 정재헌 기자 =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나야 갈증을 풀고, 늘 깡충 뛰어 어디론가 달아나야 살아갈 수 있는 먹이피라미드 최하단계의 동물, 토끼는 그럼에도 한국에서 12지신으로 장수와 총명함을 상징하며 <토끼전>에서는 이러한 성향으로 스토리에서 저력을 발휘하는 존재다. 조직 사회라는 광범위한 공간에서 한 개의 점, 한 가닥 줄로만 존재하는 현대인들에게 생명력과 인간군상의 다양성을 외치는 조각가 이준영 작가의 작품들은 작가의 오랜 상상 속 친구이자 작품의 페르소나인 토끼가 만드는 힐링의 메시지로 가득하다. 작고 연약한 토끼가 각각의 오브제가 지닌 레터링과 메타포를 통해 작품의 주도적 역할로 나서, 당당한 발언의 무게감과 깊이로 말미암아 카타르시스적인 공감을 주는 이 작가의 작품과 이들을 감상하는 관점을 소개한다. 

 

일상의 삶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며 의인화한 동물농장, 그리고 주역배우 토끼의 활약상

제 4회 홍익야외조각대전 대상 수상, 제 6회 안산국제아트페어 본상 수상 및 개인전, 2016년 예술의전당 조각페스타를 비롯한 50여 종의 단체전에 참여한 조각가 이준영 작가는 ‘토끼 작가’라 불릴 만큼 토끼를 페르소나로 삼은 작품들을 주로 선보이고 있다. 성신여대 조소과 재학 시절 아기토끼를 키우기 시작해, 토끼의 생태를 관찰하며 동일시 이상의 공감을 하게 되었다는 이 작가는 토끼의 속성에 개인의 자존감을 부여하면서 의인화해, 우리 사회의 인간 군상들의 삶을 반영한 작품들을 세상에 공개하고 있다. 이 작가의 페르소나인 토끼는 풀이 죽으면 귀가 처지고, 긴장하거나 생기를 찾고 관심을 끄는 것을 발견하면 귀를 쫑긋 세우는 습성이 있어 동서고금을 통해 사랑받은 동물이다. 동화 <피터 래빗>시리즈가 이웃이나 동생들에 대한 애정을 의인화했다면, 이 작가의 토끼들은 작가 자신을 투영하면서 그 투영의 범위를 넓혀 현대 사회의 일부인 현대인을 위한 잔잔한 우화를 그려 나간다. 

조각가 이준영 작품 거북이
조각가 이준영 작품 거북이

흙과 폴리코트 코팅재, 철근재처럼 건축용 바닥공사자재를 활용해 조형과 환경조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이 작가에게 토끼란 삶 속의 실패와 좌절의 순간을 상징하며, 이를 극복하고자 꿈과 희망, 사랑을 제시하는 생생한 존재였다고 한다. 일상적인 삶을 다각도로 들여다보며 의인화한 사슴, 개구리, 거북이, 호랑이들을 묘사하는 작업에서 당당히 주역으로 떠오른 토끼는 고개 숙인 <좌절토끼>이기도 하며, <토끼와 거북이의 사랑>처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들의 감성교류를 상징하기도 한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절망을 극복하고 희망과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은 직립한 피에로를 닮은 토끼가 영근 하트 열매를 맺은 나무에 물을 주는 <사랑나무 키우기..>처럼 지금의 좌절을 발판삼아 희망의 문을 여는 도움닫기에 충실한 인격체이기도 하다. 그렇게 인격과 감성을 갖춘 토끼들은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벽을 깨고 좌절을 극복하며 마치 포식자를 능가한 만물의 영장처럼 시각적으로 도식화 된 철학을 펼친다. 좌절과 희망이라는 상반된 주제는 애처롭고 소심한 형상에서 루니 툰 래빗, 앨리스를 재촉하는 회중시계 토끼만큼이나 활력 있고 의사표현이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를 거쳐 글을 쓰고 맛을 보거나 경로를 탐색하는 모습의 친근감은 절대적인 호소력을 지닌 메시징으로 진화한다. 이렇듯 광택과 무채색, 원색을 활용해 토끼의 실루엣을 표현하는 한편, 2015년부터는 ‘레터링’과 공간을 활용하며 작품의 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이 작가는 감상의 다양함을 존중하며, 감정의 주체자로 나선 토끼를 통해 인생의 아름다운 가치를 찾기를 바란다고 한다. 올해 12월 11일부터 17일까지 인사동 사이아트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는 이 작가는, 앞으로도 의인화와 휴머니즘으로 조형된 미와 희망, 사랑의 메시지로 성숙해 가는 작품을 꾸준히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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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 2018-10-14 13:40:41
멋지네요 달리보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