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의 가치관과 기본기를 따라 정성껏 찌고 빚은 우리떡의 정수
명장의 가치관과 기본기를 따라 정성껏 찌고 빚은 우리떡의 정수
  • 오상헌 기자
  • 승인 2021.08.16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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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보다는 정통, 보기 좋은 떡보다 본디 그 자체로 맛난 떡이 진리”
한식디저트카페 수레단 김남희 명장
한식디저트카페 수레단 김남희 명장

2020년 7월, 대전 도안동에 오픈한 한식디저트카페인 수레단은 전통 우리떡을 바탕으로 김남희 명장이 만든 우리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브랜드다. 커피 중심의 프랜차이즈가 즐비한 디저트업계에서, 김 명장 모녀의 정성으로 운영하는 수레단은 토핑과 사이드가 아닌 떡을 당당한 주역 메뉴로 삼은 차별성 덕분에 전국에서 즐겨 찾는 떡맛집으로 꼽힌다. 이른 새벽이슬로 찌고 반죽한 우리떡의 진정한 맛을 알리고, 정통성 있는 떡의 매뉴얼화에 전념해 대중성 확보와 창업교육, 후학양성까지 떡 문화 정립에 앞장서는 김 명장의 떡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좋은 떡은 생김새보다 맛으로 사람의 기억에 오래 남는 떡
떡은 왕실의 귀한 간식이자 명절 때나 맛볼 수 있는 별식이었기에, 이 떡을 계승한 이들의 자부심은 강하다.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사)대한민국전통음식총연합회와 (사)한국의례음식연구원 대전지회장이자 경기도 주최 전국떡명장선발대회에 입상한 김남희 명장은 퓨전떡과 떡케이크 중심의 요즘 떡문화에 왕실이 사랑하고 우리민족이 즐겼던 떡문화의 중흥을 선도하고 있다. 뜻하는 바를 마음의 수레에 가득 담아 둥글게 잘 굴러가라는 덕담을 의미하는 수레단은, 김 명장과 대학에서 조리과 그리고 음식전문 교육기관을 통해 3년간 기본 조리교육을 마친 딸과 함께 커피와 기본 카페 음료에 전통차와 그리고 정통 방식으로 고집스럽게 만든 떡과 한과를 선보이고 있는 한식디저트카페다. 교육에 전념하던 김 명장이 카페를 만든 이유는, 자신이 떡에 입문한 계기가 어린 시절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맛있었던 떡을 재현하고 싶을 만큼 좋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합리적인 가격대에 일상에서 설기와 정통 영양떡, 양갱과 강정, 고급 약과를 접할 기회를 주며, 장식적인 의미가 강한 제수떡이나 냉동떡, 서구화된 퓨전떡에서 느끼지 못한 우리 향수와 떡에 대한 애착을 키워주기 위해서다. 그래서 잘 커팅되어 포장된 김 명장의 떡들은 색을 넣거나 모양이 예쁘기보다는 찰지거나 부드럽고, 쫀득한 떡 고유의 풍미와 맛, 식감을 잘 살리고 있다. 더욱이 요즘은 우리떡을 계승하기보다는 창업목적이나 취미 니즈가 많아졌다는 점도, 김 명장이 정말 맛있는 정통떡의 명맥을 잇고 수익성과 상관없이 떡을 알릴 매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게 된 이유라고 한다. 그래서 김 명장은 2년 전 EBS <최고의 요리비경>에서 소개한 하느백설기처럼, 떡이 맛없다는 외국인과 젊은이들의 생각을 돌리고자 백석기와 절편도 그들이 맛있어할 정도로 잘 만든다면 충분히 떡국과 떡볶이만큼 좋아하게 된 것이라는 신념을 보인다. 

맛있는 고유의 떡을 알리는 법은 사람들이 추억할 떡을 만들어 주는 것
김 명장에 따르면 떡 중에 최고는 고유의 기본 떡이다. 그래서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라기 보단, 맛좋은 떡이 결과적으로 떡을 더 예뻐 보이게 한다는 그의 말에 설득력이 느껴진다. 어릴 적 딱딱하거나 취향과 상관없이 억지로 먹은 떡에 대한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남기에, 김 명장은 가급적 떡의 첫인상이 화려하기보다는 친숙하고 맛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김 명장은 기본기를 갖추는 데만 3년 정도 걸리는 떡의 정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2백여 가지가 넘는 우리떡 중 중요한 60여 개를 떡이 가진 의미와 만드는 법을 연구소에서 가르친 뒤 응용기술을 열려준다는 김 명장은, “며느리도 안 알려준다는 옛말은 며느리가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떡도 구구단처럼 숫자를 배우고 덧셈 뺄셈을 익힌 후에야 배움이 가능하듯 뭐든 순서가 있는 법이다”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창업 중심의 교육시장이나 문화센터 등에서 모양이 예쁘고 유행하는 떡을 교육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떡의 본질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전통떡 분야가 사장되지 않도록 기본 떡맛을 ‘각인’ 시키고자하는 교육도 함께 하려고 한다. 사람들의 미각이 기본 떡의 맛난 추억을 기억한다면 언젠가는 자발적으로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명장은 쑥단자처럼 정통적인 떡을 만들고 여기서 파생된 초코단자떡을 만들며, 쇠머리찰떡을 만들고 오븐찰떡으로 정통과 응용을 따르는 떡들을 시도했다. 또한 무료 시식을 많이 시도한 결과, 이제는 먼 곳에서도 그의 떡 맛을 잊지 못하거나 소문을 듣고 사러 오는 애호가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김 명장은 식사대용인 동네떡집, 레터링과 정교한 앙금꽃장식이 대세인 떡케이크전문점에 각자 역할이 있듯, 프랜차이즈 계획보다는 매일 정량의 좋은 떡을 제공하는 것, 찌는 단계에서 될성부른 ‘떡’잎임을 볼 줄 아는 떡 명인의 감을 전수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한다. 그래서 올 가을의 새로운 강의일정을 계획하고 계절별로 좋아하는 떡의 데이터를 통해 정통떡 매뉴얼 정립에 나선 김 명장은, 완벽한 떡 제조법을 창업교육에 활용할 수 있도록 명장의 본분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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