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2일, ‘삼김시대’의 주역으로 가장 먼저 대권을 이뤄내고 문민정부를 연 고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국립서울현충원 현충관에서 거행됐다. 여야의 정치인사들이 정쟁을 잠시 멈추고 ‘거산(巨山)’을 추모하러 조우한 현장에서는 생전 김 전 대통령이 남긴 통합과 화합을 이끈 대인의 길, 대도무문(大道無門)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불의에 타협하지 않은 그의 신념을 이어받겠다는 추모사가 이어졌다. 7년 전 국가장 기간 동안 상도동계와 함께 빈소를 지킨 3선 국회의원 민주동지회 김봉조 회장은, ‘YS정신’이라 불리는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지주이자 민주정부 출범의 초석을 다진 근현대사의 거목 김 전 대통령의 업적과 함께 무소유의 의지로 부패 척결에 힘쓴 그의 선공후사 정신이 부각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당후사도 YS의 선공후사가 원조, 재평가보다 ‘온당한’ 평가 우선되길
민주동지회 김봉조 회장은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래, 1985년 제 12대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14대까지 민자당 국회의원에 재임하며 경남지부를 이끈 인물이다. 그는 2015년 상도동계를 대표해 김 전 대통령의 국가장에서 장례위원장직을 맡아, 따로 또 같이 민주화운동에 앞장 선 원로 정치인들을 대표해 동교동계를 맞이하며 YS정신의 계승을 다짐한 바 있다. 군부독재시대에 정치에 입문한 그는 자신의 ‘주군’인 김 전 대통령이 잇따른 테러와 구금, 고문 속에서도 남다른 사명감으로 대화와 타협, 정치민주화와 언론자유를 촉구하는 것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다. 1979년 10월 YS가 자유발언을 이유로 국회에서 제명처분을 당한 후, 김 회장도 정계 진출로 세상을 제대로 바꾸려는 노력에 힘을 보탰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고 말한 YS가 대통령이 되자마자 다시는 군부가 정치를 장악 못하도록 하나회를 해산한 것, 측근도 법대로 처분한 선공후사 정신의 금융실명제로 개혁에 앞장선 일화를 기억하는 김 회장은 “YS는 사사로움 없는 무소유 정신으로 정치에 임했다.
부유한 가문에 태어났지만 선조 대의 재산도 국가에 헌납한 인물은 내가 아는 사람 중 전무후무했다. 정치인이 부정에 개입하지 않도록 독재와 싸우며 건실한 목소리를 낸 그 분이 안타깝게 돌아가신 후, 정계에는 정파를 초월해 국가의 내일을 걱정하기는커녕 여야가 작은 이익관계로 싸우는 관례만 남았다”며 현 상황에 아쉬움을 보인다. “요즘 말하는 선당후사도 사회와 국가에 대한 봉사정신과 정치를 공적으로 하겠다는 결심에서 나와야 하는데, YS의 선공후사를 계승한 이가 없다. 그분의 YS정신을 모르고, 제대로 평가하며 귀중한 가치라고 계승하지 않은 것이다. 정말로 우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눈앞의 다툼보다는 탐욕을 버리고 큰 걸음을 걸어야 한다”는 김 회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6개월 차를 맞아 당당한 국격쇄신과 개혁에 앞장서는 한편, 국민의 입장에 서서 야당이 협조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YS처럼 충분한 타협과 대화로 잘 풀어가며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평가는 역사와 국민의 몫이기 때문이다.
‘김영삼정치학회’ 열어 민주화기초를 닦은 대통령 YS철학을 계승할 것
오래도록 민주동지회 수장으로서 YS를 보필했으며, 전에 없던 굵직한 정책과 개혁 입법이 도입되는 과정에서도 배운 점이 많았다는 김 회장은 윤 대통령과 중진들이 당의 성향을 떠나 제도의 개혁, 국민이 전정 원하는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하나회를 밀어낸 후 가장 필요한 정책, 공직자재산공개를 가로막는 회계장부를 원천 차단한 것이 바로 금융실명제였기에 YS는 측근들의 불만보다 국익과 국민의 뜻을 중요히 여겨 과감히 추진했다. 안타깝게도 IMF사태로 20여 년이 지난 지금, 다음 세대는 이러한 정책의 가치를 잘 모르고 막연히 정리해고와 기업도산과 같은 비극으로만 기억하게 되었다. 하지만 YS사후에는 오히려 민주화운동 이력과 사리사욕을 모두 포기하고 지방자치제 실시와 공직자 재산등록 등, 정치인이 부패하지 않도록 감시/수사하는 초석을 다진 일화들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업적을 과대포장하는 요즘 정치계 입문과정 대신, 열심히 노력하는 정치인 YS의 뜻을 이어받고자 김 회장은 사단법인으로 전향한 민주센터와 힘을 합쳐 민주동지회의 정관까지 바꾸고 통합할 준비를 하고 있다.
덧붙어 김 회장은 더 좋은 이가 회장이 되어도 환영할 것이며, 정계의 멘토인 YS가 자신에게 모범답안을 보여주었듯 ‘YS철학’을 집대성하고 체계화해 후학들에게 가르치는 가칭 ‘YS정치학회’ 혹은 ‘김영삼정치학회’의 출범과 아카데미 커리큘럼 도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다. 무엇보다도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업적도 조명되지 않았는데 ‘재평가’ 이전에 ‘온당한 평가’가 먼저이며, 재임 기간 동안 늘 용감하게 결단을 내린 모습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그는 말한다. “집권 말기 IMF도 아시아 전역을 휩쓴 비극이었으며 우리나라만 겪은 사태가 아니다. 그로 인해 각종 사건사고에서 책임자 처벌과 법개정으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조차도 묻힌 것이 너무나 아쉽다”는 김 회장은, “건국의 기초는 이승만 대통령, 산업화 공로가 박정희 대통령으로 인식되듯, 민주정부의 근원은 김영삼 대통령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처럼 하나회가 해체되지 않았다면 정계 진출조차 불가능했을 민주당계 대통령 당선까지 이뤄낸 주역이 바로 우리가 모신 YS였다”라고 강조한다. 이렇게 민주정부의 기초를 다졌지만 결국 편 가르기와 책임공방 중인 현 정치 주역들이 꼭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며, 김 회장은 “정치란 자기 꿈의 실현이라 사욕이 깃들기 마련이지만, 그런 사욕마저 접은 자유민주주의 YS정신을 젊은 정치인 지망생들이 배워 SNS인기몰이 연습보다는 올곧은 마음으로 정계에 발을 들여 주길 바란다”는 당부를 전했다.
또한, 25년 전 조선일보가 추진했던 통일기금모금행사에 민주동지회가 적극 참여했고, 연말이 되면 밥퍼행사나 불우이웃돕기 등에 참여하고 있는 김 회장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어려운 이웃에게 관심을 갖는 따뜻한 연말이 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