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탈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것

서울오세민정신건강의학과 오세민 원장

2026-10-16     월간 인터뷰(INTERVIEW)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사람들은 흔히 “지금의 나를 조금 더 버틸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다. 불안하지 않게, 잠을 잘 수 있게, 다시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바람이다. 그러나 서울오세민정신건강의학과 오세민 원장은 때때로 그 질문을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금의 삶을 계속 견딜 수 있도록 증상만 줄이는 것이 과연 진정한 치료인지, 혹시 잘못된 방향으로 달리는 기관차의 경고등만 꺼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오 원장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서 증상 너머의 삶과 환경, 감정의 흐름까지 함께 바라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람이 느끼는 감정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생활, 미래를 바라보는 태도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삶의 구조는 그대로 둔 채 불안과 우울, 피로 같은 감정만 약물로 눌러두면 당장의 불편은 줄어들 수 있어도 악순환이 계속될 수 있다.

실제로 그의 진료실을 찾았던 한 중년 여성은 생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 아님에도 몸이 지칠 때까지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는 “몸이 완전히 망가질 때까지 일을 하겠다”며 일을 이어갈 수 있도록 약을 원했다. 이런 순간 오 원장은 스스로 묻는다. 환자가 원하는 것을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 치료인지, 아니면 그 선택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함께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치료인지 말이다.

지치는 것이 이상한 시대가 아니다

최근 우울과 불안, 공황장애, 불면, 번아웃 등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오 원장은 이를 개인의 정신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라고 보지 않는다. 현대인의 삶 자체가 끊임없는 긴장과 적응을 요구하는 구조가 됐다고 본다.

과거에는 비교적 제한된 관계와 일정한 생활 리듬 속에서 살아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사람과 정보, 규칙과 자극을 매일 받아들인다. 모두가 빠르게 달리는 환경에서는 잠시 멈추는 것조차 뒤처지는 일처럼 느껴진다.

오 원장은 현대인을 “브레이크가 고장 난 쳇바퀴 속의 다람쥐”에 비유한다. 오히려 지친 사람보다 지치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조심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피로와 불안은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언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야 할까. 오 원장은 특별한 ‘경고 신호’만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어렵거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지속적으로 흔들리거나, 지금의 생활을 계속하면 머지않아 한계가 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면 그 이유가 무엇이든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다.

“누구나 이 정도는 힘들지 않느냐”는 생각도 경계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겪는 어려움이라고 해서 그 고통이 가벼운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약은 삶을 대신하지 않는다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 중 하나는 “약을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원장은 약물치료 역시 필요에 따라 시작하고, 맞지 않으면 의료진과 상의해 조절하거나 변경하는 치료 과정의 하나라고 설명한다.

다만 약에 대한 의존은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그는 인간이 약뿐 아니라 행동이나 관계에도 얼마든지 의존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약 자체보다 환자가 자신의 삶을 다시 이끌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는 것이다.

“언젠가는 이 약이 없어도 내가 내 삶을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 그것도 정신과 치료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 원장은 약물치료와 함께 상담과 삶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치료 방향 역시 궁극적으로는 환자 본인이 결정한다. 정신과 의사는 환자의 삶을 대신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라, 환자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자해나 타해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는 예외다.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이 위협받는 경우에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고통이 늘었는지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번아웃이나 성인 ADHD, 수면장애 등이 과거보다 늘어난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이 자신의 마음을 더 적극적으로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있다.

오 원장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기보다 “고통은 언제나 인간과 함께해왔다”고 말한다. 시대에 따라 이름과 형태가 달라졌을 뿐, 고통 자체를 과거와 정확히 비교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중요한 질문은 ‘고통이 늘었는가’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다. 지금 존재하는 어려움을 인정하고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제발 멘탈 관리하지 마세요”

오 원장은 흔히 사용하는 ‘멘탈 관리’라는 표현에도 의문을 제기한다. 마음이 힘든 상황에서 정신력으로 버티고 감정을 통제하라는 말은 결국 고통을 개인의 의지 문제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인간을 신체와 이성, 감정이 분리될 수 없는 존재로 바라본다. 따라서 마음만 따로 떼어내 억지로 관리하려 하기보다 자신의 삶 전체에서 무엇이 자신을 지치게 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제발 멘탈 관리 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입니다.”

그 변화가 반드시 혼자 이를 악물고 버티는 방식일 필요는 없다. 자신의 어려움을 인정하고 필요할 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 역시 변화의 시작이다.

서울오세민정신건강의학과가 지향하는 진료 역시 증상만 없애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환자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스스로 원하는 방향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것이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누구나 지칠 수 있다. 때로는 멈춰야 하고, 지금까지 달려온 방향을 바꿔야 할 순간도 찾아온다. 그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정신력이 아니라 자신의 고통을 인정하고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