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의 하루를 바꾸는 한 사람의 진심··· 한국뉴시니어지도자협회, 따뜻함과 전문성을 갖춘 시니어지도자를 양성하다
한국뉴시니어지도자협회 황인근 협회장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며 ‘어떻게 오래 살 것인가’를 넘어 ‘어떻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나이 들 것인가’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시니어를 위한 교육과 활동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프로그램의 숫자보다 이를 누구에게, 어떤 태도로 전달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뉴시니어지도자협회 황인근 협회장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단순히 자격을 갖춘 지도자가 아닌, 어르신의 삶과 감정을 이해하고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전문 시니어지도자를 양성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하루에 한 번이라도 더 웃으실 수 있을까’
한국뉴시니어지도자협회의 시작에는 한 사람의 어르신을 향한 마음이 있었다. 황인근 협회장은 어린 시절 함께 생활했던 할머니가 익숙한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보내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노인의 삶과 사회적 관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뒤 주간보호센터와 요양원 등 노인복지 현장을 경험하면서 그 고민은 더욱 구체화됐다. 정해진 일과를 반복하며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내는 일부 어르신의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움직이고, 하루에 한 번이라도 더 웃으실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인스포츠지도사 자격을 취득하고 다양한 시니어 교육을 이수한 그는 직접 현장에서 어르신들을 만나며 프로그램을 수정하고 자신만의 수업방식을 만들어갔다. 이후 현장 경험을 체계적인 교육과정으로 발전시키고, 자격 취득 이후 실제 어르신 앞에 설 수 있는 지도자를 양성하기 위해 한국뉴시니어지도자협회를 설립했다.
협회를 관통하는 교육철학은 ‘진심, 관심, 구조’다. 전문적인 프로그램이나 활동기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어르신을 한 사람으로 존중하는 진심과 작은 표정과 반응까지 살피는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대상자의 상태에 따라 난이도와 속도를 조절하고 모든 어르신이 함께 참여하도록 만드는 체계적인 수업구조가 더해져야 비로소 좋은 교육이 완성된다.
자격증이 아닌 ‘현장에 설 수 있는 지도자’를 만든다
한국뉴시니어지도자협회는 뉴시니어 신체활동·인지활동·미술·음악지도자 과정 등을 비롯해 시니어운동처방전문가, 시니어이미지메이킹지도사 등 다양한 전문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협회는 단순한 활동기법 전달에 머무르지 않는다. 강사가 현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어르신에게 인사하고 시선을 집중시키는 방법, 활동을 설명하고 시범을 보이는 순서, 참여를 이끌어내는 질문과 동기부여, 수업을 마무리하는 과정까지 세밀하게 교육한다.
교육생이 직접 수업을 시연하고 피드백받는 과정도 중요하게 다룬다. 강사의 목소리와 시선, 설명의 속도와 길이뿐 아니라 참여하지 못하는 어르신을 기다렸는지, 다른 방법을 제시했는지까지 살핀다. 협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강사가 얼마나 많은 활동을 보여줬느냐가 아니라 어르신이 실제로 얼마나 참여하고 존중받았느냐이기 때문이다.
현장의 변수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도 강조한다. 신체·인지기능이 서로 다른 어르신을 위해 하나의 활동을 쉬운 단계부터 도전 단계까지 세분화하고, 공간이나 교구가 달라지거나 당일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안전하게 수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훈련한다. 황 협회장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시니어교육이 ‘얼마나 많은 프로그램을 제공하는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누가 어떤 태도와 역량으로 교육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네가 오면 여기에 생기가 돌아”
그가 시니어교육의 힘을 확신하게 된 것은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변화 때문이었다.
한 수업에서는 탁구 교구를 보자마자 자리를 피하려던 어르신이 있었다. 알고 보니 젊은 시절 탁구선수였지만 노화로 예전처럼 움직이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마주하기 싫었던 것이었다. 쉬운 단계부터 활동을 함께한 끝에 그는 다시 라켓을 움직였고, 수업이 끝난 뒤 “그 마음을 이겨낼 수 있게 해줘 고맙다”며 눈물을 보였다.
또 다른 요양원 어르신은 수업마다 내려오면서도 활동에는 좀처럼 참여하지 않았다. 어느 날 그 이유를 묻자 어르신은 “네가 오면 여기에 생기가 돌아. 내가 살아 있는 것 같아”라고 답했다. 그 순간 황 협회장은 직접 교구를 잡고 움직이는 것만이 참여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같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움직임을 바라보고 웃으며 사람과 관계를 이어가는 것 역시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사회참여였다.
이러한 경험은 협회가 추구하는 교육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시니어교육의 목적은 단순히 신체기능이나 인지기능의 향상을 측정하는 데 있지 않다. ‘나도 아직 할 수 있다’는 마음을 되찾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이 여전히 사회의 한 사람임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다.
한국뉴시니어지도자협회는 앞으로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을 넘어 건강하고 능동적인 노후를 준비하는 ‘액티브 시니어’까지 교육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보행과 균형, 낙상예방, 근감소증 예방 등 실제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기능성 트레이닝과 디지털·AI 교육 등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프로그램도 구체화하고 있다.
황 협회장은 협회의 성장을 더 많은 자격증을 발급하는 것으로 정의하지 않는다. 따뜻함과 전문성을 갖춘 한 명의 지도자가 또 다른 현장에서 한 어르신의 이름을 불러주고, 기다려주고, 함께 웃어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진정한 성장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 어르신들의 삶이 단 1%라도 나로 인해 더 행복해질 수 있다면 이 일을 계속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한 사람의 진심이 누군가의 하루를 바꾸고, 그렇게 달라진 하루들이 모여 조금 더 따뜻한 노년을 만드는 것. 그것이 한국뉴시니어지도자협회가 만들어가고자 하는 시니어교육의 미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