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를 사는 시대에서, 기여하는 시대로” Web3의 새로운 경제 문법을 설계하다··· 펑크비즘이 다시 쓰는 NFT의 정의, ‘보유’보다 ‘기여’에 가치를 매기다
펑크비즘 황현기 대표
한때 NFT 시장은 ‘디지털 금맥’처럼 여겨졌다. 그림 한 장이 수천만 원에 거래되고, 이름조차 생소했던 프로젝트에 사람들이 몰렸다. 하지만 열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가격이 꺾이자 기대만으로 세워진 프로젝트들이 하나둘 사라졌고, 시장에 남은 것은 기술에 대한 회의와 신뢰의 균열이었다. 펑크비즘홀딩스(PUNKVISM Holdings) 황현기 대표는 오히려 그 폐허에서 Web3의 본질을 다시 발견했다고 말한다. 메타콩즈 공동창업자로 국내 NFT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혹독한 조정기를 모두 경험한 그는 이제 NFT를 ‘사는 자산’에서 ‘일하는 권리’로 바꾸고 있다. NFT는 시민권이 되고, RWA(Real World Asset)는 시민이 활동할 현실의 무대가 되며, DAO는 의사결정 구조가 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의 홍보와 콘텐츠, 참여와 성과는 기록되고 정산된다. “대표를 믿어 달라”는 말 대신 “대표를 믿지 않아도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 펑크비즘이 말하는 ‘NFT 2.0’은 화려한 디지털 이미지보다 훨씬 현실적인 곳을 향하고 있다.
“대표를 믿지 않아도 됩니다” 신뢰를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 맡기다
황현기 대표가 펑크비즘을 설계하며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었다. 오히려 과거 시장에서 몸소 겪었던 ‘신뢰의 취약성’이었다.
메타콩즈의 성공 이후 여러 의혹에 휘말렸던 그는 회계 감사와 법적 절차를 거치며 관련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었다. 사람의 진심과 선의만으로는 거대한 커뮤니티의 신뢰를 온전히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진심이어도 그것을 증명할 시스템이 없으면 신뢰는 지켜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펑크비즘의 출발점은 역설적으로 ‘대표를 믿지 않아도 되는 회사’다. 자금을 회사 지갑에 넣어두고 운영자의 판단에 맡기는 대신 수탁 구조를 활용하고, 계약과 정산 역시 가능한 한 시스템으로 증명하는 방식을 택했다. 황 대표가 과거 NFT를 ‘커뮤니티와 문화의 언어’로 바라봤다면, 지금의 Web3는 ‘중개자가 가져가던 가치를 실제 기여자에게 되돌려주는 정산 인프라’에 가깝다.
이러한 철학은 펑크비즘의 사업 구조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NFT는 단순한 그림이나 수집품이 아니라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권’이자 ‘앰버서더 라이선스’다. RWA는 그 시민들이 실제로 활동할 현실의 사업 영역이며, DAO는 시민이 기획과 홍보, 생태계의 방향에 의견을 보태는 구조다. PVT는 이 활동들을 연결하는 생태계의 기축 단위로 설정돼 있다.
여기서 기존 NFT 프로젝트와 결정적으로 갈라지는 지점이 등장한다. 과거의 NFT가 ‘발행사가 약속하고 홀더가 기다리는’ 구조였다면 펑크비즘은 홀더에게 직접 움직일 것을 요구한다. 파트너 브랜드의 마케팅 미션에 참여하고 콘텐츠를 만들며 실제 기여가 확인됐을 때 그에 따른 용역 대가를 받는 방식이다.
황 대표는 이를 간명하게 “노 워크, 노 페이(No Work, No Pay)”라고 표현한다. NFT를 많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보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했느냐가 보상의 근거가 된다. NFT의 무게중심을 ‘소유’에서 ‘행동’으로 옮긴 셈이다.
단골의 입소문에도 값이 있다…‘공동 창업자 시민’과 현실로 나온 RWA
펑크비즘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공동 창업자 시민(Co-Founder Citizen)’이다. 다소 거창하게 들리지만 황 대표의 설명은 의외로 친숙하다. 동네 맛집을 키우는 것은 반드시 거액의 광고비만은 아니다. 친구에게 맛집을 소개하고, SNS에 사진을 올리고, 후기를 남기는 단골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한 가게를 유명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기여는 대부분 기록되지 않았다. 가게가 유명해져도 단골에게 경제적 보상이 돌아가는 경우는 드물고,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광고 가치의 상당 부분은 플랫폼의 몫이었다. 펑크비즘은 바로 이 ‘보이지 않던 기여’에 가격표를 붙이려 한다.
시민들은 틱톡과 유튜브, 블로그 등에서 파트너 브랜드를 알리고 해당 콘텐츠의 링크를 플랫폼에 제출한다. 검수와 성과 측정을 거쳐 기여가 인정되면 미션별 기준에 따라 USDT 또는 PVT 등으로 용역 대가가 정산되는 구조다. 향후에는 사람이 개입하는 검수 비중을 줄이고 자동화를 확대해 궁극적으로 코드에 의해 정산이 실행되는 체계를 지향한다.
이미 현실과 연결되는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펑크비즘은 윤슬에프엔비와 MOU를 맺고 남산 서울타워 내 4개 매장을 토큰화했으며, 시민들이 앰버서더로 참여해 직접 콘텐츠를 제작하고 매장을 알리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황 대표는 글로벌 NFT 거래소 Element에서 올해 6월 GOAT PUNK, Wise Alya, Punky HA_G가 거래량 상위권을 기록한 사례 역시 커뮤니티 참여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업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F&B뿐 아니라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IP 컬렉터블 등 현실의 다양한 자산과 콘텐츠가 Web3 생태계로 들어오고 있다. 호나우지뉴 쇼, 마이클 잭슨 헌정 앨범 ‘Eternal Moon’, 인도 배우 아누시카 센 관련 IP 리미티드 에디션을 비롯해 호베르토 카를로스 글로벌 리미티드 에디션, 허재·현정화·이용대 등 스포츠 레전드 컬렉션 등이 대표적이다. 데즈카 프로덕션의 ‘GO ASTRO BOY GO!(리틀아톰)’ 공식 라이선스 TCG와 인도네시아 U-19 대표 웰버 자르딤 선수 관련 인물 RWA도 사업 영역에 포함됐다.
특히 황 대표가 주목하는 분야는 스포츠·IP 기반 컬렉터블과 인물 RWA다. 스포츠 스타와 캐릭터, 아티스트가 가진 팬덤의 힘에 공식 라이선스와 정품 인증 체계를 결합하고, 향후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해 위조와 진위 확인 문제까지 풀어보겠다는 구상이다.
그렇다고 모든 실물 사업에 ‘RWA’라는 명찰을 붙이는 것은 아니다. 펑크비즘은 사업 선정 단계에서 시민의 마케팅이 실제 매출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 성과를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는지, 그리고 자금과 자산을 분리해 관리할 수 있는지를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한다. RWA라는 세 글자가 평범한 사업을 황금알로 바꾸는 마법 주문은 아니라는 얘기다. 중요한 것은 토큰이 아니라 토큰 뒤에 있는 현실이다.
가상국가를 꿈꾸되, 발은 현실에…‘기여한 만큼 인정받는 경제’로
RWA와 토큰 이코노미가 현실의 경제활동과 가까워질수록 피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바로 규제와 참여자 보호다. 황 대표는 펑크비즘의 모델을 자금을 맡긴 뒤 수익을 기다리는 방식이 아닌, 참여자가 마케팅 용역을 수행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받는 ‘앰버서더 멤버십’으로 설명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국내 대형 로펌의 법률 검토를 거쳤으며 신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도 개별적인 법률 검토 절차를 밟고 있다.
자금 관리 역시 분리 구조를 지향한다. 회사 설명에 따르면 참여 자금은 인도네시아 현지 수탁 구조를 활용하고, 국내 파트너 사업의 보증금과 집기 등 실물 자산 역시 신탁 구조를 통해 관리한다. 한국 법인 펑크비즘홀딩스가 IP·기획·파트너십을 담당하고 Web3 사업은 인도네시아 현지 자회사가 수행하는 식으로 역할도 구분했다.
글로벌 진출 전략을 황 대표는 “엔진은 하나, 차체는 나라마다 다르게”라고 표현한다. 앰버서더 활동과 용역 정산, 수탁 기반 자금 분리, 미션 검수라는 기본 구조는 유지하되 국가별 규제와 문화, IP와 파트너 환경에 맞춰 사업 모델을 다시 설계한다는 의미다.
인도네시아를 Web3 사업의 주요 해외 거점으로 삼는 한편 브라질에서는 축구라는 강력한 문화 자산을 활용하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 등에서는 현지 법률 검토와 파트너 발굴, 현지에서 영향력을 가진 IP 확보를 순차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기술은 복제할 수 있어도 신뢰는 나라마다 새로 쌓아야 한다”는 것이 황 대표의 생각이다. 그리고 이 모든 구조의 끝에는 펑크비즘이 말하는 조금 독특한 미래, ‘가상 국가’가 있다.
황 대표는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빠르게 대체하는 시대가 올수록 돈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성취와 인정’이라고 바라본다. 현실에서는 좋아하는 브랜드와 선수, 아티스트의 앰버서더로 활동하고 자신의 기여에 따른 보상을 받는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메타버스 ‘토르미아’ 속 또 다른 자아로 활동한다. 현실의 경제활동과 디지털 세계의 정체성을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래서 펑크비즘은 최근 서비스 전면에서 ‘NFT’라는 단어를 조금씩 걷어내고 있다. 대신 ‘시민권’과 ‘앰버서더 권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기술을 설명하기 전에 사람들이 먼저 그 기술의 효용을 경험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황 대표가 앞으로 2~3년 동안 증명하고 싶은 것도 거창한 코인 가격이나 NFT의 가격 상승이 아니다. 시민들의 마케팅 활동이 실제 오프라인 사업의 매출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데이터로 보여주고, 평범한 사람들이 미션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실질적인 부수입과 성취를 얻는 사례를 대규모로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다.
NFT 시장은 뜨거웠다가 차갑게 식었다. 어쩌면 그 덕분에 이제야 질문도 달라지고 있다. ‘얼마에 팔릴 것인가’에서 ‘어디에 쓸 것인가’로, ‘무엇을 가지고 있는가’에서 ‘무엇을 기여했는가’로 말이다. 펑크비즘이 그리고 있는 Web3의 미래도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중개자의 몫을 줄이고 생산자와 기여자의 몫을 늘리는 경제, 그리고 이름이나 자본의 크기가 아니라 실제 행동의 흔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생태계다.
황현기 대표는 5년 뒤 ‘PUNKVISM’이라는 이름이 하나의 NFT 프로젝트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를 넘어 “기여한 만큼 인정받는 세상”을 뜻하는 말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NFT의 두 번째 막이 정말 열린다면, 그 주인공은 더 이상 ‘홀더(Holder)’라는 정적인 이름으로 불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펑크비즘은 그 자리에 ‘시민(Citizen)’이라는 이름을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