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을 지키는 건축, 시간이 지나도 좋은 공간을 설계하다

이도건축사사무소 권이도 건축사

2026-10-13     임승민 기자

“건축의 출발점은 결국 사람과 삶에 대한 진정성입니다”

서울에서 13년 넘게 다양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경험한 권이도 건축사는 지난해 용인에 이도건축사사무소를 열고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중대형 프로젝트부터 소규모 건축, 용도변경과 대수선 등 실무 전반을 두루 경험한 그는 화려한 조형이나 유행을 좇기보다 건축의 기본과 사용자의 삶을 먼저 생각한다. “투박하더라도 쓰기 좋은 건물, 오랜 시간이 지나도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만들겠다는 것이 권 건축사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권 건축사의 출발점은 설계사무소가 아닌 건설 현장이었다. 건축 일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20대부터 현장 관리와 시공을 경험했고, 더 큰 규모의 건축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좋은 스승들을 만나며 설계의 매력을 발견했고, 이후 건축설계 분야에서 오랜 시간 실무 경험을 쌓았다.

건축을 대하는 그의 태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20대 시절 현장에서 만난 한 노부부의 집이었다. 고령의 부부가 생활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규모에 4m가량의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구조였다. 그는 이를 보며 ‘과연 이 집은 이곳에 사는 사람을 위한 건축인가’라는 질문을 품었다. 이 경험은 이후 그의 설계 철학을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디자인을 떠나 누군가는 건축주에게 진심을 다해 집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건축은 결국 사람이 사용하는 공간이니까요.”

화려함보다 기본, 결과보다 과정에서 신뢰를 쌓다

권 건축사는 자신의 건축 스타일을 하나의 형태나 디자인 언어로 규정하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원칙 하나는 가지고 있다. 바로 ‘기본에 충실한 건축’이다. 보기 좋은 건축 이전에 누가 사용하더라도 불편하지 않아야 하고, 설비와 유지관리 등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상가주택과 소규모 건축을 설계하면서 그는 당장의 면적이나 비용보다 30년, 50년 뒤에도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는 건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건물이 매매되더라도 결국 또 다른 누군가가 그 공간을 사용한다. 기능과 안전, 유지관리라는 기본이 충족된 뒤에야 디자인과 미적인 완성도를 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원칙은 건축주와의 소통에서도 이어진다. 이도건축사사무소는 의뢰 초기부터 대상지와 인허가 조건 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프로젝트 진행 과정과 예상되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진행 상황을 지속적으로 공유하며 건축주가 놓치기 쉬운 부분까지 확인한다.

권 건축사는 공사비 역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도면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시되는 단순한 ‘평당 공사비’보다 실제 공사용 도면을 바탕으로 복수의 시공사에서 세부 내역을 받아 비교해야 공사 과정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세밀한 과정은 프로젝트가 마무리된 뒤 건축주와의 신뢰로 이어지고 있다.

이도건축사사무소의 경쟁력은 권 건축사가 축적해온 폭넓은 실무 경험에서도 찾을 수 있다. 대규모·중대형 프로젝트부터 소규모 건축, 용도변경과 대수선, 각종 행정업무까지 다양한 영역을 경험했다. 규모와 성격이 다른 프로젝트마다 발생하는 문제를 직접 해결해온 경험은 독립 이후 사무소를 이끄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개업 이후에는 설계뿐 아니라 수주와 경영, 운영까지 모두 책임져야 하는 새로운 과제도 마주했다. 어려운 건설·부동산 경기 속에서 사무소를 운영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지만, 이전 직장 동료와 선후배, 기존 건축주들의 소개와 신뢰가 사무소의 기반을 다지는 힘이 됐다.

권 건축사의 첫 번째 목표는 자신의 이름과 책임으로 설계한 건축물을 처음부터 준공까지 온전히 완성해내는 것이다. 이후에는 사무소를 안정적으로 성장시켜 후배와 동료 건축사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다. 장기적으로는 건축사의 책임과 권한, 업무 대가가 보다 균형을 이루는 건축 환경을 만드는 데에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한다.

“좋은 건축사가 무엇인지 아직도 계속 배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하는 일들을 하나씩 제대로 쌓아간다면 언젠가는 괜찮은 건축사로 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현장에서 출발해 설계자로 성장하고 자신의 이름을 건 사무소의 대표가 되기까지 권이도 건축사의 중심에는 ‘사람’이 자리하고 있다. 화려한 결과보다 기본을 지키고, 건축주의 삶을 이해하며, 시간이 지나도 제 역할을 하는 건물을 만드는 것. 이도건축사사무소가 그리고 있는 건축은 진정성과 책임이라는 기본적인 가치에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