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넘어 F&B 기업으로, ‘향촌흑염소’가 만드는 오래가는 브랜드의 조건··· AI 마케팅까지 직접 설계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의 ‘생존력’을 높이다
향촌흑염소 박광석 대표
한 그릇의 음식이 브랜드가 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브랜드가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시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좋은 원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숙련자의 감각을 표준화하며, 직영점에서 축적한 경험을 여러 매장에서 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물류와 교육, 마케팅, 제품 개발까지 하나의 유기적인 체계로 작동해야 비로소 외식 브랜드는 지속가능한 F&B 기업으로 진화한다.
2년 만에 다시 만난 향촌흑염소 박광석 대표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2024년 첫 인터뷰 당시 그가 강조했던 것은 “매장의 숫자보다 각 가맹점이 제대로 매출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원칙이었다. 그리고 2년이 흐른 지금, 그 말은 단순한 경영 철학을 넘어 향촌흑염소의 사업구조 자체로 구체화되고 있다.
천안 유량동 본점에서 출발한 향촌흑염소는 이제 국회의사당·교대역·아산온양 등으로 직영 거점을 넓혔고, 프랜차이즈와 온라인 제품, B2B 사업까지 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프랜차이즈 사업을 담당하는 ㈜건향촌이야기, 직영 식당 운영을 맡는 ㈜향촌흑염소오리, 원물 수급과 유통을 담당하는 ㈜고트팜이 있다. 식당 하나를 잘 운영하는 것과 여러 매장이 오래 살아남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을 박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사업의 구조로 증명해왔다.
‘몇 개를 열었는가’보다 ‘어떻게 살아남게 할 것인가’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는 매장 수가 곧 브랜드의 성장 지표처럼 받아들여지곤 한다. 그러나 박 대표는 여전히 그 공식과 일정한 거리를 둔다. 출점 자체가 목적이 되기 시작하는 순간 본사와 가맹점의 이해관계가 어긋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향촌흑염소의 프랜차이즈 사업은 양평스마트점을 시작으로 올해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초기에는 안정적인 물류와 원물 공급망을 갖추기 위해 일정 규모의 매장이 필요했다면, 이제는 출점의 속도보다 매장당 경쟁력과 운영 완성도를 높이는 단계에 들어섰다. 최근 50평 이상의 대형 매장을 중심으로 출점을 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흑염소와 오리를 결합한 가족형 보양식 브랜드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식사 수요뿐 아니라 가족 외식, 회식, 단체 모임까지 수용할 수 있는 좌석과 주차, 동선, 주방 운영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맹 희망자라고 해서 모두 매장을 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상권과 지역 소비층, 매장 규모는 물론 점주의 운영 의지와 인력 운용 가능성까지 살핀다. 현장 운영을 소홀히 한 채 이른바 ‘오토매장’을 기대하는 경우라면 출점에 신중하다. 외식업의 본질은 결국 현장에 있다는 박 대표의 판단이다.
이는 본사의 수익구조와도 맞닿아 있다. 향촌흑염소는 가맹점 확대만으로 본사의 성장을 만들어가는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모델과 조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천안 유량동 본점은 연 매출 약 35억 원, 국회의사당 직영점은 약 20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여기에 교대역·아산온양 직영점과 온라인 사업을 더하면서 가맹점 매출과 별개로 본사 자체 매출이 100억 원 이상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이 숫자의 의미는 단순한 매출의 크기에 있지 않다. 본사가 스스로 장사를 해보고 있다는 데 있다. 직영점은 향촌흑염소에게 매출을 만드는 공간인 동시에 시장의 반응을 가장 먼저 확인하는 ‘테스트베드’다. 메뉴와 가격, 서비스, 주방 동선과 인력 운영을 직접 시험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시행착오까지 데이터로 축적한다. 천안에서 만들어진 브랜드가 서울 업무상권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수도권 가족 고객에게는 어떤 메뉴가 반응을 얻는지를 직접 확인한 뒤 이를 다시 가맹 시스템으로 환류한다.
올해 말에는 인천 검단신도시 검찰청 인근에 직영 5호점 출점도 계획하고 있다. 직영점을 늘리는 이유 역시 단순한 몸집 불리기와는 결이 다르다. 브랜드가 오래가기 위해서는 본사가 현장에서 멀어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대표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간판과 식재료를 공급하는 회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AI를 활용한 자체 마케팅 지원 체계까지 구축하고 있다. 고객 유입이 부족한 매장과 재방문율이 낮은 매장의 처방이 같을 수 없듯, 각 가맹점의 상권과 고객층, 매출 흐름을 분석해 콘텐츠와 지역 마케팅, 네이버 플레이스 및 SNS 운영 방향 등을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가맹점을 늘리는 것보다 이미 문을 연 가맹점의 생존력을 높이는 것. 향촌흑염소가 정의하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역할은 여기에 가깝다.
좋은 음식의 시작은 결국 원물…‘고트팜’에서 드러나는 F&B 기업의 설계
향촌흑염소의 사업을 단순한 프랜차이즈와 구별 짓는 또 하나의 축은 ㈜고트팜이다. 흑염소 음식은 원물의 품질이 맛과 원가, 조리 난이도를 좌우한다. 원물 수급이 흔들리면 매장마다 품질 편차가 생기고, 가격 경쟁력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향촌흑염소가 1년 미만의 염소를 사용하고, 매일 아침 삶은 고기를 당일 판매·당일 소진한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고기의 식감과 육수의 깊이, 특유의 향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관리하느냐가 흑염소 음식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박 대표는 이 핵심 영역을 외부에 온전히 의존하는 대신 고트팜을 중심으로 원물 수급과 유통 체계를 구축해왔다. 여기에 1·2·3차 육수 패키지와 물류 시스템을 접목해 숙련 조리인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어느 매장에서든 일정 수준 이상의 맛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있다. 바로 이 대목에서 향촌흑염소가 지향하는 F&B 기업의 윤곽이 선명해진다.
㈜건향촌이야기가 프랜차이즈와 가맹점의 성장을 담당한다면, ㈜향촌흑염소오리는 직영점을 통해 시장성과 운영 모델을 검증한다. 고트팜은 그 아래에서 원물과 가공·물류를 책임진다. ‘원물, 가공·물류, 직영점 검증, 프랜차이즈 확장’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내부에 구축하는 셈이다.
향후 고트팜의 역할은 더욱 넓어진다. 흑염소 원물뿐 아니라 오리 원물, 흑염소전골 밀키트와 흑염소진액, B2B 납품, 프리미엄 건강식품까지 식자재·가공·물류 사업 전반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골프장과 기업 구내식당, 리조트, 단체급식, 식자재 유통 등으로 공급처가 넓어진다면 향촌흑염소라는 브랜드의 사업 반경도 자연스럽게 매장 밖으로 확장된다.
온라인 사업을 바라보는 관점도 같다. 온라인은 오프라인 매출을 보완하는 부수적인 판매채널이 아니라, 매장에서 축적한 신뢰를 제품으로 옮겨놓는 또 하나의 사업영역이다. 흑염소전골 밀키트와 흑염소진액 등을 통해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브랜드를 경험하게 하고, 그 경험이 다시 오프라인 브랜드의 신뢰를 높이는 순환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결국 박 대표가 그리고 있는 향촌흑염소의 미래는 ‘흑염소 식당을 많이 만드는 회사’보다 ‘보양식이라는 카테고리를 여러 방식으로 사업화할 수 있는 F&B 기업’에 가깝다.
흑염소의 깊이에 오리의 대중성을 더하다…장수 브랜드를 향한 다음 10년
기업의 구조가 단단해지고 있다면 브랜드의 얼굴도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향촌흑염소가 내놓은 다음 수는 ‘향촌흑염소 그리고오리’다.
흑염소는 향촌흑염소가 결코 놓칠 수 없는 뿌리다. 흑염소탕과 전골, 수육을 통해 쌓아온 전문성이 오늘의 브랜드를 만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흑염소는 처음 접하는 소비자에게 일정한 심리적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오리는 그 간극을 메우는 전략적인 메뉴다. 보양식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친숙해 가족 외식과 단체 모임에서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부모 세대가 흑염소를 선택하고 자녀 세대가 오리를 선택해도 한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흑염소 전문점’의 전문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고객층을 세대 단위로 확장하려는 영리한 외연 확장이다.
매장에서의 경험 역시 세밀하게 설계하고 있다. 각 지역의 막걸리를 활용한 무료 막걸리 제공, 식전 흑염소엑기스와 김치전 서비스 등은 얼핏 작은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박 대표는 이를 ‘가심비’를 만드는 브랜드 경험으로 바라본다. 가격을 낮춰 경쟁하기보다 고객이 지불한 금액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았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지역 막걸리를 활용함으로써 지역 생산자와의 접점까지 만드는 방식도 흥미롭다.
2년 전 박광석 대표와의 첫 인터뷰에서 향촌흑염소의 화두가 ‘대중화’였다면, 두 번째 만남에서 확인한 화두는 분명 ‘지속가능성’에 가까웠다. 시장의 유행을 좇아 빠르게 점포를 늘리는 대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상권과 점주를 선별하고, 직영점을 통해 스스로 사업성을 검증한다. 원물과 물류를 내부의 핵심 역량으로 가져가고, 온라인과 B2B로 수익원을 다변화한다. 여기에 AI 기반 마케팅까지 도입해 본사의 역할을 가맹점 개설 이후로 확장한다. 이는 각각 별개의 사업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어떻게 하면 이 브랜드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가’다.
박 대표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것은 전국에 간판이 많이 걸린 브랜드가 아니다. 점주에게는 오래 운영할 이유가 있고, 고객에게는 다시 방문할 이유가 있으며, 본사는 가맹점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성장할 체력을 가진 브랜드다.
“요행을 바라지 않는 브랜드가 되고 싶습니다. 매일 아침 직접 삶고, 정직하게 팔고, 고객이 다시 찾는 브랜드가 되는 것. 결국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오래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화려한 확장보다 견고한 구조를 택하고, 속도보다 지속성을 택한 지난 2년. 향촌흑염소가 보여주는 변화는 한 외식 브랜드의 성장담을 넘어선다. 음식의 본질을 지키면서 그것을 반복 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고, 다시 유통과 제품, 프랜차이즈로 연결하는 일. 그 지난한 축적 끝에서 향촌흑염소는 이제 ‘잘되는 식당’이라는 첫 번째 목표를 지나, 한국형 보양식의 새로운 시장을 설계하는 F&B 기업으로 다음 장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