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와 술자리의 경계를 다시 설계하다

급한마음탕수육 정지혜·백승호 공동대표

2026-10-13     정재헌 기자

익숙한 음식은 강하다. 그러나 익숙하다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급한마음탕수육’은 1980~1990년대 시장이나 동네 호프집에서 익숙하게 접하던 케찹탕수육의 기억을 오늘의 외식문화로 불러들이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식사와 술자리의 경계를 허문 ‘반주식당’이라는 명확한 정체성, 추억을 자극하는 메뉴와 공간, 그리고 매출 규모뿐 아니라 원가·인건비·운영 효율까지 함께 고려한 시스템이 그 기반이다.

광주에서 시작한 급한마음탕수육은 전주·목포·원주·부산·울산·청주·대구 등 전국 주요 지역으로 빠르게 영역을 넓히며 지역 브랜드를 넘어 전국 단위 외식 브랜드로의 확장을 이어가고 있다.

‘급한마음’에 담은 인심과 노스탤지어, 익숙한 음식을 새롭게 정의하다

브랜드명부터 예사롭지 않다. 그러나 ‘급한마음’은 음식을 서둘러 만든다는 의미가 아니다. 따뜻하고 맛있을 때 한시라도 빨리 손님에게 먹이고 싶었던 옛 시장의 인심을 함축한 이름이다. 탕수육 한 접시를 시켜도 푸짐하게 내어주고, 과일 한 접시를 덤으로 챙겨주던 동네 호프집의 정서가 브랜드의 원형이 됐다.

급한마음탕수육이 소환하는 과거는 단순한 ‘레트로’와도 조금 다르다. 두 공동대표는 이를 ‘노스탤지어(Nostalgia)’라고 표현한다. 오래된 간판과 소품을 배치해 과거의 외양을 복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식에 각인된 개인의 기억과 감정을 다시 불러내겠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케찹탕수육은 부모와 함께 찾았던 시장의 풍경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친구들과 처음 술잔을 기울였던 호프집의 기억이다. 브랜드가 되살리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음식과 함께 환기되는 ‘경험의 기억’이다.

그 중심에 케찹탕수육이 있다. 중식당의 대표 메뉴로 익숙했던 탕수육을 반주와 식사가 가능한 중심 메뉴로 재해석하고, 사천탕수육과 감자크림탕수육 등으로 변주했다. 여기에 야채통닭, 국물닭발, 골뱅이소면처럼 이름만 들어도 맛을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메뉴를 배치했다. 지나치게 낯선 메뉴를 만들어 소비자에게 새로운 학습을 요구하기보다, 누구에게나 익숙한 ‘아는 맛’을 급한마음탕수육만의 방식으로 다시 보여주는 전략이다.

맛의 기본 역시 놓치지 않는다. 탕수육은 냉동육 대신 생고기 사용을 중시하고, 튀김의 식감과 소스의 균형을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목표는 명료하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음식이지만 급한마음탕수육에서 먹었을 때 다시 생각나는 음식, 익숙하지만 분명한 자기 색을 가진 음식을 만드는 것이다.

술 소비 감소와 사라지는 ‘2차’…달라진 외식문화에 답한 ‘반주식당’

급한마음탕수육의 차별점은 메뉴뿐 아니라 업태에 있다. 두 대표가 주목한 것은 외식 소비 방식의 변화였다. 과거에는 식당에서 1차를 하고 호프집이나 주점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자연스러웠지만, 회식 시간이 짧아지고 음주 소비 방식이 달라지면서 전통적인 ‘2차 시장’ 역시 변화하고 있다.

반면 저녁 외식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식사와 술을 별개의 소비로 나누기보다 한 공간에서 저녁을 먹고 필요에 따라 가볍게 또는 충분히 술을 즐기는 소비가 자연스러워졌다. 급한마음탕수육이 스스로를 단순한 탕수육 전문점이나 주점이 아닌 ‘반주식당’으로 정의한 배경이다.

이러한 구조는 매장의 영업시간 활용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식사 수요와 저녁 반주 수요를 함께 흡수해 특정 시간대에 매출이 편중되는 외식업의 한계를 보완하는 것이다. 점심과 식사 고객부터 저녁 반주, 이후 주류 고객까지 시간대별 소비 목적을 넓게 가져갈 수 있도록 메뉴와 운영 구조를 설계했다.

이러한 특성은 기존 호프·주점 운영자들의 업종변경에서도 활용되고 있다는 게 두 대표의 설명이다. 본사는 전환 과정에서 기존 시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사용할 수 있는 주방시설과 집기, 인테리어를 무조건 철거하기보다 가능한 범위에서 존치해 초기 투자 부담을 낮추고, 기존 매장의 조건에 맞춰 필요한 부분을 다시 설계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조리 공정과 필요한 인력, 식자재 종류와 보관 방식까지 메뉴 개발 단계부터 함께 검토한다. 매출 규모만을 바라보기보다 원가와 인건비, 조리 효율, 운영 편의성까지 함께 고려하는 이유는 가맹점의 지속 가능한 운영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특히 직영점은 본사가 만든 시스템을 실제 현장에서 검증하는 테스트베드 역할을 한다. 책상 위에서는 필요해 보였던 과정이 현장에서는 불필요한 노동이 될 수 있고, 사소한 공정 하나도 매일 반복되면 운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사는 직영점 운영을 통해 조리시간과 동선, 인력 배치, 식자재 관리 등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불필요한 비용과 공정을 줄여나간다. 동시에 조리자의 숙련도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지지 않도록 메뉴와 레시피의 표준화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팔리는 브랜드’와 ‘운영되는 브랜드’ 사이, 전국으로 확장하다

급한마음탕수육의 또 다른 경쟁력은 두 공동대표의 서로 다른 전문성에서 나온다. 브랜딩·광고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온 정지혜 대표는 젤로의 브랜딩팀과 함께 브랜드 전략과 사업기획, 마케팅·디자인을 비롯해 콘셉트와 공간, 콘텐츠 전반을 설계하며 ‘어떻게 소비자의 기억에 남고 시장에서 확장될 것인가’를 고민한다.

반면 백승호 대표는 메뉴 개발과 식자재, 주방 시스템, 가맹점 운영 등 현장의 완성도와 효율을 책임지며 ‘실제 매장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가’를 살핀다. 브랜딩에만 몰두하면 현장에서 구현하기 어려운 브랜드가 될 수 있고, 운영 효율만 좇으면 소비자가 굳이 찾아와야 할 이유가 희미해질 수 있다. 급한마음탕수육은 이 서로 다른 두 관점을 하나의 브랜드 안에서 결합했다.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브랜드’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브랜드’ 사이의 균형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같은 구조를 바탕으로 급한마음탕수육은 본격적인 가맹 확대 이전부터 입소문을 타고 빠르게 20호점까지 확장했다. 광주를 시작으로 전주·목포·원주·부산·울산·청주·대구 등 서로 다른 상권과 지역으로 진출하면서 브랜드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에서 진행한 팝업스토어 역시 브랜드의 외연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과거 케찹탕수육을 기억하는 세대뿐 아니라 이를 처음 접하는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까지 확인하면서 특정 지역이나 세대의 추억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외식 콘텐츠로 확장될 가능성을 확인했다.

특히 백화점 팝업을 통해 기존 가맹점 상권과 다른 소비자층의 반응을 확인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 지역 매장에서 축적해온 브랜드 경험을 새로운 상권과 고객층에 선보이며 급한마음탕수육이라는 브랜드의 접점을 넓히는 과정이기도 했다.

앞으로의 확장에서도 단순히 점포 숫자를 빠르게 늘리는 것만을 목표로 삼지는 않는다. 무조건적인 출점 속도 경쟁보다 지역별 핵심 점포의 안착과 운영 데이터 확보를 우선하고, 각 지역에서 축적한 매출 흐름과 메뉴 구성, 고객 반응, 운영 경험을 다음 점포에 반영하는 방식으로 브랜드의 완성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급한마음탕수육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수식어는 ‘탕수육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시장과 동네 호프집이 품고 있던 넉넉한 인심과 음식의 기억을 오늘의 외식문화에 맞게 다시 설계한 ‘대한민국 대표 반주식당’. 두 대표가 그리는 브랜드의 최종 모습이다. 거창한 구호보다 두 대표가 가장 듣고 싶다는 한마디에 그 지향점이 담겨 있다.

“우리 동네에도 급한마음탕수육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