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디자인의 본질을 다시 묻다
한양사이버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김학민 교수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에서 ‘관계를 설계하는 언어’로
시각디자인의 역할은 더 이상 인쇄물이나 광고를 보기 좋게 만드는 데 머물지 않는다. 스마트폰 화면과 영상 콘텐츠, 브랜드 광고, 공공 안내체계, 데이터 시각화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시각정보 속에서 살아간다. 이에 따라 시각디자인은 복잡한 정보를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고 사람의 판단과 행동을 돕는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으로 확장되고 있다.
한양사이버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김학민 교수는 오늘날의 디자인을 ‘이미지를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관계를 설계하는 언어’라고 설명한다. 무엇을 보여주고 무엇을 비울 것인지, 어떤 정보를 강조할 것인지에 따라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은 제품의 외형을 꾸미는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정체성을 정립하고, 고객의 경험을 설계하며, 기업과 사회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시각적 언어로 번역하는 과정이라는 의미다.
생성형 AI의 등장 역시 디자인의 역할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AI는 이미지를 만들고 영상을 편집하며 다양한 레이아웃과 아이디어를 빠르게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AI 시대에 더욱 중요해지는 역량으로 ‘판단력’을 꼽는다.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결과가 문제의 본질에 적합한지, 사회와 브랜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라는 것이다.
그는 “AI가 수십 개의 결과물을 만들어도 무엇을 선택하고 버릴지, 어떻게 하나의 일관된 디자인으로 통합할지는 디자이너가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의 디자이너에게는 단순히 프롬프트를 작성하는 능력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결과의 맥락과 완성도를 평가하며, 서로 다른 결과물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디렉팅 능력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다양성과 온라인 교육, 새로운 디자인 인재를 만드는 힘
결국 AI 시대의 디자인 교육은 기술을 얼마나 빠르게 익히느냐보다, 각자의 경험과 관점을 바탕으로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힘을 기르는 데 그 의미가 있다. 한양사이버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에서는 직장인과 자영업자, 창업 준비생, 기존 디자인 실무자와 처음 디자인을 배우는 학생들이 함께 공부하며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김 교수는 이러한 차이가 오히려 디자인 교육의 중요한 자산이라고 말한다.
학생들이 각자의 현장에서 이미 구체적인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마케팅 업무를 하는 학생은 소비자와 브랜드의 관계를, 교육 분야 종사자는 정보 전달과 학습자의 관점을, 창업을 준비하는 학생은 디자인과 실제 사업의 연결을 고민한다. 이에 따라 과제도 단순한 연습에서 벗어나 현실과 맞닿은 프로젝트로 발전한다.
온라인 교육 역시 디자인 교육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한다. 강의와 피드백, 작업 과정이 디지털 자료로 기록되기 때문에 학생은 자신의 속도에 맞춰 학습하고, 리서치와 아이디어 스케치, 중간 시안, 수정 과정을 단계적으로 축적할 수 있다. 교수자 역시 어느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결과 중심이 아닌 과정 중심의 피드백이 가능하다. 김 교수가 오랜 시간 학생들을 지도하며 발견한 좋은 디자이너의 공통점도 특별한 재능보다는 태도에 가깝다. 일상을 관찰하고 기록하며, 기본을 지키고, 피드백을 받아들여 끝까지 수정하는 학생들이 결국 성장한다는 것이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끝까지 구현하지 않으면 디자인이 될 수 없다”는 그의 말처럼, 완성하는 힘과 지속적인 수정의 경험은 학생 스스로의 디자인 기준을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 된다.
기술을 활용하되 끌려가지 않는 디자이너를 향해
김 교수는 미래의 시각디자인이 더욱 유동적이고 지능적인 형태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나의 고정된 포스터나 로고를 제작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용자의 상황과 화면 크기, 데이터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디자인 시스템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미지와 텍스트뿐 아니라 영상과 사운드, 공간, 인터랙션이 결합하면서 디자인과 다른 분야의 경계 역시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디자이너는 단순 제작자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시스템 설계자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크다. 반복적인 제작 업무는 AI와 자동화 기술이 담당하고, 인간 디자이너는 문제를 설정하고 방향과 기준을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사람에 대한 이해와 인문학적 소양, 사회적 책임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고 강조한다. AI가 그럴듯한 결과를 만들 수는 있지만 누구를 위한 디자인인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혹시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지는 않은지를 판단하는 일은 결국 인간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철학은 김 교수가 맡고 있는 한양사이버대학교 미디어전략실의 브랜드 전략에도 이어지고 있다. 미디어전략실은 대학의 브랜드 가치를 교내외에 확산하고,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춰 대학의 정체성과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핵심 방향은 ‘Strategic Media, Powerful Identity’, 즉 전략적인 미디어 운영을 통해 강력한 대학 정체성을 만드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생성형 AI 검색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GEO, 즉 생성형 엔진 최적화 전략에도 주목하고 있다. 예비 입학생이 검색엔진을 넘어 AI에게 직접 전공과 진로를 묻는 시대에 맞춰 신뢰도 높은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대학의 교육성과와 구성원의 이야기를 하나의 브랜드 자산으로 만드는 것이다. 인물 아카이브 프로젝트 ‘The FACE’를 통해 학생과 졸업생, 교수와 직원의 성장과 성취를 기록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교수는 궁극적으로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도 기술에 끌려가지 않는 디자이너를 길러내고 싶다”고 말한다. AI를 능숙하게 활용하되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전문성과 미적 기준으로 선별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사람의 삶을 더 이해하기 쉽고 의미 있게 만드는 디자이너. 그것이 그가 그리는 미래 디자인 교육의 방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