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40대 주부의 작은 도전, 꽃으로 100억을 피워내다

김윤화 유스풀몰 대표

2026-09-10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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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위기는 삶의 궤도를 멈추게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변곡점이 된다. 유스풀몰 김윤화 대표에게 코로나19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사건이었다. 음악을 전공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어르신 대상 음악특강 프리랜서 강사로 일하던 그는 2019년 겨울 코로나19의 확산과 함께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마흔을 넘긴 나이,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경력단절. 다시 일을 구하려 했지만 현실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았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면접에서도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그는 결국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히 접한 유튜브 영상 하나가 삶의 방향을 바꿨다. 집에서도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꽃을 전공하지도, 관련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도 않았던 평범한 주부의 온라인 창업은 그렇게 시작됐다. 2020년 작은 부업으로 출발한 유스풀몰은 2026년 3월 기준 누적 매출 100억 원을 기록하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온라인 꽃 판매에서 출발해 생화 위탁공급과 창업교육, 24시간 무인꽃집으로 영역을 확장한 지금, 김 대표의 이야기는 ‘무엇을 가지고 시작했느냐’보다 ‘어떻게 살아남았느냐’가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꽃을 몰랐기에 발견한 시장, ‘어려움’을 진입장벽으로 바꾸다

김 대표가 처음부터 꽃을 판매했던 것은 아니다. 2020년 당시 코로나19 확산으로 온라인에서는 마스크와 소독제 등 방역용품 판매가 급증하고 있었다. 그 역시 방역용품 판매에 뛰어들었지만 곧 한계를 느꼈다. 특수한 상황에 기대어 발생하는 매출은 상황이 끝나는 순간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오래 판매할 수 있고 자신만의 브랜드로 키울 수 있는 상품이 필요했다. 그 고민의 끝에서 선택한 것이 생화였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꽃 전문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기존 꽃집과 다른 전략을 선택했다. 전문 플로리스트들과 꽃다발의 완성도만으로 경쟁하는 대신 소비자가 실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그가 발견한 것은 거창한 작품이 아니라 일상 가까이에 부담 없이 둘 수 있는 ‘좋은 꽃’에 대한 수요였다.

“꽃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같은 판매 전략으로는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꽃다발 작품으로 승부하기보다 좋은 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는 ‘가성비 좋은 꽃맛집’이 되자는 방향을 잡았습니다.”

특히 생화가 가진 약점을 오히려 사업의 진입장벽으로 바라봤다. 생화는 보관 기간이 짧고 재고와 폐기 관리가 어렵다. 포장과 배송에도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온라인 판매자라면 피하고 싶은 조건이지만 김 대표의 생각은 달랐다. 창고에 쌓아놓고 누구나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라면 초보 판매자인 자신이 기존 사업자를 이기기 어렵지만, 남들이 까다롭다고 여기는 상품을 제대로 다룰 수 있다면 그 어려움 자체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브랜드를 알리는 방법 역시 달랐다. 그는 광고로 꽃을 설명하기보다 고객이 직접 꽃을 받아보고 경험하도록 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1년 넘게 무료 꽃 나눔을 이어갔다. 당장의 매출로 연결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시간이었지만 멈추지 않았다. 꽃을 받아본 고객들의 경험이 공유되면서 입소문이 생겼고 단골과 신규 고객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현재는 네이버 밴드에서 약 1만3,000명의 고객과 소통하며 꽃 나눔을 이어가고 있다.

김 대표는 오히려 사업 초창기부터 이 모든 과정을 콘텐츠로 남기지 못한 것을 가장 아쉬운 점으로 꼽는다. 마스크를 판매했던 순간도,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물류센터로 향했던 시간도, 꽃을 나눠주면서 성과를 확신하지 못했던 순간도 결국 하나의 브랜드를 설명하는 서사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광고보다 강한 것은 ‘사람의 이야기’,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브랜드

유스풀몰의 성장에서 눈에 띄는 지점은 김 대표가 온라인 판매를 단순한 상품 거래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노출-유입-전환’으로 이어지는 전체 과정이다. 상품 사진과 이름, 가격, 리뷰뿐 아니라 콘텐츠와 고객의 기대심리, 판매자의 태도, 계절과 시기까지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실제 구매가 발생한다고 본다.

특히 AI가 보편화되고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사람의 이야기’가 중요해진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정보와 광고는 누구나 만들어낼 수 있지만 작은 브랜드가 상품 하나를 준비하는 과정, 고객에게 꽃 한 상자가 도착하기까지의 시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성장하는 사람의 이야기는 쉽게 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이제 단순한 광고보다 휴머니즘을 원한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브랜드의 노력과 그 뒤에 숨은 이야기, 내가 주문한 꽃이 어떻게 포장돼 오는지 같은 이야기를 콘텐츠로 보여줬을 때 고객이 브랜드의 진짜 팬이 됩니다. 결국 광고비에만 의존하지 않고 판매할 수 있는 힘을 만드는 것이 오래 살아남는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경험은 생화 위탁판매 사업으로도 이어졌다. 기존 꽃 사업은 도매시장에서 직접 꽃을 사입하고 재고를 관리하며 상품을 제작·포장·배송해야 하는 구조였다. 전문 기술과 경험이 없는 사람이 진입하기에는 상당한 장벽이 존재했다. 김 대표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경험과 자본이 부족한 사람도 꽃을 판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현재 유스풀몰의 위탁 시스템에서는 판매자가 직접 대규모 재고를 보유하거나 매일 새벽 도매시장을 찾지 않아도 된다. 판매자가 상품을 알리고 주문을 확보하면 사입과 포장, 배송 등 까다로운 실무를 도매몰이 담당한다. 작은 부업으로 시작해 판매 경험을 축적하고 이를 하나의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다. 김 대표는 위탁판매자들과 지속적으로 마케팅 스터디를 진행하며 자신 역시 함께 배우고 성장하고 있다.

7평 무인꽃집의 반전,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를 꿈꾸다

온라인에서 성과를 거둔 유스풀몰은 최근 오프라인으로 다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대표는 처음에는 오프라인 꽃집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온라인에 비해 방문할 수 있는 고객의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생각을 바꾼 것은 작업장을 직접 찾아오는 고객들이었다. 유스풀몰이라는 브랜드를 실제 공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쇼케이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를 24시간 무인꽃집이라는 형태로 구현했다.

첫 매장은 7평 규모로, 상권이 쇠퇴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던 가구거리에 문을 열었다. 주변에서는 우려했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첫 달 매출은 1,000만 원에 육박했고, 어버이날에는 하루 매출이 470만 원을 넘어섰다. 인근에 다른 무인꽃집이 있음에도 고객층과 이용 시간대, 성별 등 소비 패턴이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꽃집은 입지가 전부’라는 통념 대신 브랜드에 따라 고객의 결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유스풀몰은 현재 2호점 확장을 계획하고 있으며, 위탁판매자 가운데에서도 김 대표에게 무인꽃집 창업을 배우고 실제 매장을 여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다만 김 대표가 교육생들에게 가장 먼저 이야기하는 것은 성공담이 아니다. 무인매장을 열면 저절로 돈이 들어오거나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면 손쉽게 수익을 얻을 것이라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딸깍하면 돈을 버는 일’을 저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집에서 시작하는 부업이든 사업장을 가지고 시작하는 무인매장이든 기업가의 정신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대기업을 만들지는 않더라도 마인드만큼은 기업가여야 합니다. 사장의 직무는 결국 영업이고, 매출을 만들어야 하는 사람도 사장입니다.”

그래서 그가 창업자에게 가장 중요하게 요구하는 것은 화려한 기술보다 실행과 지속력이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시작할 수 있다는 것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김 대표는 이를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다”는 말로 압축한다. 끊임없이 공부하고, 시도하고, 결과를 확인한 뒤 다시 움직이는 사람만이 부업을 사업으로, 1호점을 2호점으로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김 대표가 꿈꾸는 유스풀몰의 미래도 단기간의 외형 확장에만 있지 않다. 그가 롤모델로 꼽는 곳은 대전 성심당과 수십 년째 손님들이 줄을 서는 동네 메밀국숫집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다시 찾게 되는 브랜드다.

경력도 자격증도 없었다. 40대 두 아이의 엄마라는 이유로 아르바이트 면접에서조차 고배를 마시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자신에게 없던 것을 세는 대신 할 수 있는 것을 하나씩 실행했다. 물류센터에서 발견한 작은 가능성은 온라인 쇼핑몰이 됐고, 꽃 한 다발을 무료로 나누던 일은 1만3,000명의 고객과 연결되는 커뮤니티가 됐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누적 매출 100억 원의 유스풀몰을 만들었다.

그가 바라는 마지막 장면은 거대한 성공의 숫자가 아니다. 유행처럼 등장했다 사라지는 브랜드가 아니라 시간이 흐를수록 이름에 신뢰가 덧입혀지는 브랜드, 오랫동안 꽃을 팔고 사람들의 일상에 꽃을 건네는 회사로 남는 것이다. 경력단절의 끝에서 시작된 작은 꽃 포장은 이제 누군가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건네고 있다. 김윤화 대표가 피워낸 가장 의미 있는 꽃은 어쩌면 상품이 아니라, ‘계속하면 길이 생긴다’는 하나의 선례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