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움직임이 자아가 되는 곳

2026-02-19     임승민 기자
오롯이유소년운동센터

스마트폰에 익숙해질수록 아이들의 몸은 점점 덜 움직이고, 움직임이 줄어든 만큼 마음의 에너지도 갈 곳을 잃는다. 비만율 증가, 사회성 결여, 신체활동 거부감 같은 단어들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지금, 제주시에는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해온 유소년 종합체육시설이 있다. 오롯이유소년운동센터는 운동 능력의 향상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함께 움직이며 관계를 배우고, 성취를 경험하며 자신을 알아가도록 돕는 것. 윤진영 대표는 이를 “움직임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게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의 일상에 ‘운동’이 아니라 ‘성장’이 자리 잡게 하려는 오롯이의 철학을 들어보았다.

기본기에 집중한 수업의 질, 일상이 되는 체육 프로그램
오롯이유소년운동센터(이하 오롯이)는 유아체육과 유소년체육을 기반으로 하는 ‘어린이를 위한 종합체육시설’이다. 이곳에선 소도구 운동, 대도구 운동, 구기 운동, 뉴스포츠, 레크레이션 등 매일 다른 주제로 다양한 생활체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지도가 핵심이다. 유아기의 체육활동은 경험 중심이기에, 선생님과의 관계 형성, 도구를 활용해 노는 방법, 또래와 어울리기, 놀이 속 규칙과 질서를 익히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또한, 학령기의 체육활동은 도전 중심과 관계 중심의 지도가 함께 진행된다. 개개인의 능력에 맞는 도전 과제를 수행하고 성취하며 자존감을 키우고, 협동 놀이를 통해 사회성과 리더십을 체득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별활동 프로그램도 활발하다. 전문 줄넘기 교육과 놀이체육을 융합한 줄넘기 교실, 또래 친구들과 재미있게 움직이는 축구 교실, 매월 새로운 안무로 움직임을 확장하는 K-POP 댄스 교실, 정서적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요가 교실, 가라테를 기반으로 한 마샬아츠 교실까지 아이들이 흥미를 잃지 않도록 선택지를 넓혔다. 또한 ‘찾아가는 오롯이’ 출강 서비스는 도내 초등학교, 유치원, 어린이집 등 기관을 방문해 놀이체육을 알리고,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신체활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센터가 제공하는 부가 서비스도 실질적이다. 아이의 활동 사진과 영상을 부모가 손쉽게 볼 수 있도록 매일 업로드하며, 맞벌이 가정이 많은 현실에서 아이의 하루를 확인할 수 있는 창구가 된다. 운동이 끝난 뒤 “오늘 아이가 무엇을 했는지”를 확인하는 경험은 부모의 걱정을 덜어주고, 센터에 대한 신뢰를 단단하게 만든다.
수업 밖에서도 오롯이는 ‘아이들의 하루’를 넓힌다. 친구들과 함께하는 1박 2일 파자마파티, 제주 오름을 탐방하는 오름 트레킹, 시장과 박물관 등을 방문하는 현장학습, 어린이날 파티와 레크레이션, 마술공연 관람, 아나바다 장터, 물놀이 등으로 구성된 오롯이 FUNDAY, 한 해를 마무리하는 크리스마스 파티까지. 이벤트는 단순한 즐길 거리가 아니라, 아이들이 관계를 확장하고 세상을 체험하는 또 하나의 수업이 된다.

함께 움직이며 배우는 성장, ‘다수 정원’의 교육 철학
윤 대표가 운영에서 가장 우선으로 두는 가치는 의외로 ‘소수 정예’가 아니다. 오롯이는 다수 정원의 수업을 지향한다. 운동을 통해 얻는 기능적 향상도 중요하지만, 더 본질적인 것은 아이들이 세상 속에서 꼭 필요한 역량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과정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서로 다른 성향과 생각을 가진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고, 응원과 격려를 주고받고, 함께 움직이며 성취하는 경험은 긍정적 마인드와 사회성, 리더십, 도전정신, 끈기 같은 성장 요소로 이어진다. 윤 대표는 이런 경험이야말로 아이들의 미래를 단단하게 만드는 기반이라고 강조한다.
오롯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한 가지는 ‘모두가 즐거운 수업’이다. 운동 능력이 부족한 아이, 소극적인 성향의 아이, 처음에는 어색해하는 아이가 한 명도 소외되지 않도록 수업의 흐름을 설계한다. 그날의 수업 계획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표정과 참여의 온도를 끝까지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결국 아이들이 “할 수 있다”는 감각을 얻어야, 다음 도전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철학은 센터 이름 ‘오롯이’에도 잘 담겨 있다. ‘모자람이 없이 온전하게’라는 의미에서 보이듯, 윤 대표는 아이들이 신체활동의 가치를 온전히 체감하고, 그 경험을 통해 스스로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가길 바랐다고 한다. 스마트폰 중독, 비만율 증가, 신체활동에 대한 거부감 같은 사회적 문제를 보며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신체활동 프로그램은 없을까”라는 질문을 품었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지금의 센터가 탄생한 것이다. 그렇게 오롯이는, ‘운동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이 자기 안의 에너지를 바르게 쓰는 법을 배우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교육, 성숙한 성장을 위해
오롯이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윤 대표는 “기본에 충실했다”는 말로 답을 시작했다. 그 기본이란 바로 ‘수업의 질’이다. 지도진이 전력을 다해 준비하고, 아이들이 전력을 다해 움직이며, 그 과정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수업. 그 기준을 흔들지 않기 위해 지도진은 매일 연구와 회의를 거쳐 세부 수업 계획을 만든다. 다양한 매체에 소개되는 프로그램을 그대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가’를 먼저 따지고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재구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수업 교구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수업의 밀도를 올릴 수 있는 교구는 과감하게 구매해 아이들과 함께 사용해보고, 느낀 점을 공유한 뒤 새로운 활용법까지 찾아내며 수업을 확장하는 것이 이들의 방침이다.
윤 대표의 목표는 분명하다. 가능한 오래 아이들과 함께 움직이고 싶다는 것. 그는 부끄러움에 인사도 못하던 아이가 리더가 되어가는 모습, 도전을 겁내던 아이가 도전을 즐기게 되는 모습, 쉽게 포기하던 아이가 끈기를 갖게 되는 변화를 보며 지도자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윤 대표는 아이들의 그러한 변화가 단순히 신체의 성장만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성숙해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한 당부는 단순하지만 묵직하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발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일이며, 하루 1시간의 운동 환경이 아이의 신체적·정서적 건강을 결정짓는 중요한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오롯이는 오늘도 그 1시간을 ‘즐겁게, 함께, 온전하게’ 채우는 공간으로 아이들의 성장 한가운데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