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열이 아니라, ‘배출되지 못한 열’의 문제

지루성 피부염 치료에 대한 새로운 시각

2025-12-15     오상헌 기자
나헌식

지루성 피부염은 단순히 피부가 예민해지는 정도의 문제가 아니다. 열감, 홍조, 가려움, 각질, 좁쌀 형태의 미세한 염증이 얼굴 곳곳에 반복되며 일상과 감정에 큰 영향을 준다. 특히 미간과 T존, 양쪽 볼로 번지는 증상은 거울을 보는 단 1분조차 부담스럽게 만든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원인과 치료법이 넘쳐나지만 대부분이 피지나 체질적 열과 연결된 단편적인 설명에 그친다.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이 큰 만큼, 환자들은 원인과 치료법에 대한 정보에 민감해지고 때로는 불필요한 제한과 시도를 반복하기도 한다. 40여 년간 이 질환만을 진료해온 나헌식 원장은 “지루성 피부염은 생각보다 훨씬 명확한 구조를 가진 병”이라며 기존의 통념을 차분히 뒤집는다. 그는 특히, 오해에서 벗어나 정확한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임을 강조한다.

열이 아니라 ‘배출 장애’가 만든 병
나 원장은 지루성 피부염을 이해하려면 ‘열이 얼마나 많은가’가 아니라 ‘열이 제때 빠져나가고 있는가’를 먼저 봐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몸은 오장육부가 움직이며 항상 일정한 열을 생산하는데, 건강한 피부라면 이 열이 전신의 땀구멍을 통해 자연스럽게 흘러나간다. 하지만 얼굴 피부 기능이 떨어진 사람은 이 기본적인 배출 구조가 원활하지 않다. 땀구멍이 제대로 열리지 않으면 열이 피부 안쪽에 갇히고, 이 갇힌 열이 자극이 되어 홍조, 열감, 가려움, 각질, 염증으로 이어진다. 특히 환자들은 이 증상을 ‘열이 많아서’라고 오해해 냉찜질이나 열을 식히는 처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근본 원인을 건드리지 못해 일시적 완화만 반복되는 악순환을 만든다. 결국 지루성 피부염은 열이 ‘많아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빠져나가야 할 열이 제자리를 찾지 못해 피부에 머물면서 생기는 병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관점을 이해하면 치료 방향도 단순해지고 불필요한 오해 역시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약물의 한계와 ‘기능 회복’ 중심 치료
대부분의 환자들은 처음 증상이 생기면 피부과에서 스테로이드나 항히스타민제를 처방받는다. 이러한 약물은 당장의 불편함을 완화하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다. 그러나 나 원장은 “증상을 끌어내리는 치료와 피부 기능을 되살리는 치료는 전혀 다른 영역”이라고 말한다. 약물 치료는 피부의 반응을 잠시 눌러줄 뿐, 정작 땀구멍이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많은 환자들이 계절이 바뀌거나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증상이 다시 악화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그는 반복되는 재발로 지친 환자들이 ‘왜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는지’ 이해하지 못해 더 큰 혼란을 겪는 경우를 자주 본다고 한다. 나헌식한의원은 침, 약침, 부항, 효소요법 등 부가적 처치를 배제하고 한약 중심으로 피부 기능 자체를 회복시키는 데 집중한다. 또한 음식이 원인이라는 통념에 대해서도 “식단 제한은 불필요하며 오히려 스트레스를 높인다”며 환자들에게 모든 음식을 편하게 섭취하라고 안내한다. 그는 환자가 일상에서 느끼는 제약을 줄여주는 것 또한 장기적인 치료의 일부라고 강조한다.

땀 배출을 돕는 관리, 초기 악화는 정상 과정
집에서 실천할 수 있는 관리로 나 원장은 반신욕과 실내 유산소 운동을 가장 먼저 권한다. 이 두 가지는 몸에 무리가 가지 않으면서도 땀 배출을 촉진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다만 기능이 떨어진 피부는 처음 땀을 낼 때 얼굴이 일시적으로 더 붉거나 따갑게 느껴질 수 있는데, 그는 이를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건 부작용이 아니라 기능이 약한 피부가 자극에 반응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많은 환자들은 이 초기 악화를 ‘더 나빠졌다’고 오해해 관리 자체를 중단해버리지만, 이는 회복을 늦출 수 있다. 나 원장은 “본인의 피부가 어떤 이유로 반응하는지 알고 있을 때, 오히려 불안이 줄고 꾸준한 관리를 이어갈 수 있다”고 말한다. 불편하면 멈췄다가 다시 하면 되고, 이러한 순환이 반복되면서 땀구멍이 열리고 피부 기능이 점차 회복된다. 결국 이 과정은 단기적으로는 불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피부가 본래의 흐름을 되찾는 중요한 단계다.

“지루성 피부염은 반드시 좋아질 수 있다”
올 한 해 나헌식한의원의 유튜브 채널에는 지루성 피부염 관련 질문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단편적인 정보에 지친 환자들이 정확한 설명과 명확한 치료 철학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나 원장은 이러한 변화가 “한의학적 치료에 대한 기대라기보다, 더 정확한 근본 원인을 알고 싶어 하는 흐름”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실제 진료에서 환자들이 치료 원리를 온전히 이해했을 때 회복 속도가 빨라지는 경험을 수도 없이 봤다고 말한다. “지금 어떤 단계를 겪고 있더라도 지루성 피부염은 반드시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 믿음이 치료의 첫걸음입니다.” 이러한 확신은 환자의 생활 태도와 감정에도 큰 변화를 만들어낸다. 나 원장은 내년에도 더 깊이 있는 진료와 정보로 환자들과 소통하며, 피부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되는 한 해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지루성 피부염은 결코 포기할 질환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