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50일, ‘국민주권정부’의 실험… 민생과 개혁 사이에서 길을 묻다

2025-07-30     김봉석 기자
자료제공

이재명 대통령이 7월 23일, 집권 50일을 맞았다. 인수위 없이 곧바로 시작된 임기, 취임과 동시에 국정기획위원회를 발족시키며 급박하게 출발한 이재명 정부는 ‘국민주권정부’라는 기치 아래 새로운 국정운영의 틀을 짜고 있다.

‘민생 최우선’, ‘약자 동행’, ‘검찰개혁 완수’, ‘불평등 해소’ 등 선거 과정에서 강조한 의제들이 국정의 키워드로 떠오르며, 지난 50일은 다분히 방향성과 메시지에 집중된 시간이었다. 대통령실은 지난 50일간의 행보를 ‘국민과의 약속을 실현하기 위한 구조 재정비의 시간’으로 평가하며,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선언만 있고 실행은 더디다’, ‘중대 결정을 유보하며 눈치 보기 행보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특히 여소야대 국면, 당내 갈등, 국제 정세의 불안정 속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강한 추진력보다 정교한 설계와 정치력을 요구받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사실상 첫 국정 추진 조직인 국정기획위원회는 ‘포스트 인수위’ 기능을 맡았다. 총리급 인사인 국정기획위원장을 중심으로, 각 부처의 국정 과제를 정비하고 대통령 공약의 현실화 방안을 도출하고 있다.

국정기획위는 특히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공정 플랫폼 경제 실현, 탄소중립과 원전 안전성 강화, 성평등 교육 확대, 이주노동자 권리 보장,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 등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생활형 국정과제’ 발굴에 초점을 두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입법이나 제도 전환으로 이어진 과제는 많지 않다. 국정기획위 한 관계자는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100일을 전후해 중간 결과를 국민께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부터 ‘민생’과 ‘약자’를 핵심 키워드로 삼았다. 그간 수차례 SNS를 통해 “대한민국은 더 이상 강자 위주의 나라여선 안 된다”며 ‘을의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를 반영하듯 현재 논의 중인 핵심 민생 정책으로는 다음이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생계급여와 주거급여의 현실화를 비롯해, 기준 중위소득 산정방식 개선을 논의 중이다.

전세사기 피해자 보호 강화: 피해 인정 범위 확대와 보증기관 책임 강화, 전세 실거래 정보 공개 등이 검토되고 있다.

청년 노동 정책: 청년구직지원금 확대, ‘청년 고용우선 할당제’ 검토 등도 초기 논의 중이다.

공공의료 확충: 지역 공공병원 설립 및 간호사 법제화 등 구조 개편의 큰 그림이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실행은 더디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정책의 세부설계는 시작되었지만, 입법·예산·협치를 거쳐야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검찰개혁, 언론개혁, 교육개혁을 ‘정치권력 아닌 국민의 권력 강화’로 해석하며, 중장기 개혁 어젠다를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검찰 공화국의 해체’를 내세운 검찰개혁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대통령실은 최근 ‘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를 위한 논의를 재개했으며, 고위공직자수사처의 기능 개편과 검찰 내외부 감시 강화 기구 설립도 검토 중이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국회의 협조 없이는 어려운 과제다.

언론개혁 역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언론중재법 개정 등을 꺼내들었지만, 야당과 언론계의 반발이 크다. 대통령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언론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언론의 권력화는 국민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책임 있는 언론”을 강조했다.

50일 동안의 외교안보 기조는 ‘균형’과 ‘재정비’에 가까웠다. 이 대통령은 윤석열 정부의 ‘한미일 3각 동맹 강화’ 기조에서 약간의 균형추를 조정하고 있으며, 한중관계 복원 및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가장 큰 정치적 과제는 단연 여소야대 국면이다.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는 국회에서는 대부분의 개혁 입법이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경제, 검찰, 방송 등 권력구조 개편이 걸려 있는 주요 법안들은 본회의 문턱조차 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함께 당내 갈등도 변수다. 민주당 내 개혁 성향 의원들과 중도 실용파 사이의 견해차, 재보선과 총선을 둘러싼 공천 경쟁 등이 이 대통령의 정치력 시험대로 작용하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과 정부를 동시에 리드해야 하는 불리한 구도를 안고 있다”며 “정치적 타협이 필요한 시점에서 대통령의 개인적 리더십을 넘는 구조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취임 50일을 맞아 각계각층 시민들은 국정기획위원회 앞에서 저마다의 절박한 목소리를 냈다. 기초생활수급자, 이주노동자, 집단수용시설 생존자, 성평등을 외친 교사, 환경운동가까지… 다양한 목소리는 “이재명 정부는 예전과 달라야 한다”는 기대를 담고 있었다.

정치는 말이 아니라 삶에서 증명된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그를 “서민의 대통령”이라 부른다. 그러나 50일이 지난 지금, 실질적인 변화는 아직 체감되기 어렵다. 정부가 내건 ‘국민주권’은 선언에서 그쳐서는 안 된다. 가장 낮은 자리에서 들려오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정치가 응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정권은 믿음을 얻게 된다.

이제 이재명 정부는 100일을 향해 간다. 주요 국정기조를 구체화하고, 입법 및 예산을 통해 실행력을 확보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특히 복지 제도 개편, 기후·에너지 정책 전환, 불평등 해소, 교육·언론 개혁 등은 국민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구체화돼야 한다. 정권은 시작보다 유지가 더 어렵고, 유지보다 신뢰를 얻는 것이 더 어렵다. 이재명 정부가 국민에게 “다른 정부”였다고 기억되기 위해선 이제부터가 진짜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