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지친 아이들에게 미래를 향한 희망과 꿈을 전하겠습니다
힘들고 지친 아이들에게 미래를 향한 희망과 꿈을 전하겠습니다
  • 임세정 기자
  • 승인 2019.09.16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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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룡사 주지 약천 스님
해룡사 주지 약천 스님

두 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은 뒤 머리를 바닥에 대고 손바닥을 위로 향하며 들어올린다. 이것이 수십 번, 수백 번씩 반복되다 보면 한 동작 한 동작을 정성껏 하기는 점차 어려워지고, 바닥에는 굵은 땀방울이 연신 떨어져 내린다. 이쯤 되면 1만배는 마음의 일이라기보다는 몸의 일이다. 가장 먼저 체력이 문제가 되고, 그 다음은 의지가 문제가 된다. 당장이라도 포기하고 싶고, 뛰쳐나가고픈 생각이 가득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에 이르면, 그간의 두려움이나 걱정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게 된다. 내 몸은 내 것이되, 절을 하는 것은 부처님의 뜻이 된다. 그렇게 1만배라는 큰 산을 넘고 나면, 세상에 못할 일, 어려운 일은 하나도 없다.

자신을 깨우고 두려움을 없애는 1만배, 아이들의 변화를 이끌다
진주 연등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해룡사’는 부처님의 말씀을 불자에게 전하는 생활불교의 실천도량이다. 1993년 영산 큰스님에 의해 창건되어 지난 26년여 간 진주 지역민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역할을 다해왔으며, 2016년에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한글법화경’이 새겨진 석탑을 건립하기도 했다. 2006년 착공을 시작해 10년 만에 준공된 해룡사 법화보탑전은 높이 21m의 7층 석탑으로, 탑의 내부는 사면에 석가모니불과 다보여래를 나란히 조성한 이불병좌의 형식이며, 한국 불교계에서는 최초로 ‘법화경’을 한글로 해석해 23만 6,000자의 글자를 석탑 둘레에 새겨 부처님의 법음을 더욱 많은 이들에게 알리겠다는 의미 있는 역사를 세우기도 했다. 이후 매년 부처님 오신 날에 행해지는 ‘봉축법요식’에는 전국각지에서 300여명의 신도들이 참석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해룡사를 찾는 아이들과 부모의 수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해룡사의 주지 약천 스님은 “오래 전 은사님께서 제게 하신 말씀이 ‘훗날 네가 나이를 먹고 수행을 많이 쌓은 때가 오거든 사람 살리는 일을 해라’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불교는 아이들을 살리는 일이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사실 지금의 우리나라 아이들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속에 자신이 무엇을 왜 해야 하는 지에 대한 목적과 의욕을 잃고, 쉽게 꿈을 포기하거나 자칫 잘못된 길로 나아가는 경우도 생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의 미래를 지켜주고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것, 다른 무엇을 위해서가 아닌 아이들 자신을 위해 해야 하는 일을 알려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 생각하고, 지난 10년 이상 이에 힘써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약천 스님이 아이들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편으로 생각한 것이 바로 불교의 ‘1만배’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서는 결코 도달할 수 없는 일이기에 옆에서 이끌어주고, 그 의미를 깨우쳐주는 약천 스님의 책임이 더없이 막중한 일이기도 하다. 약천 스님은 “저희 해룡사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포기한 적이 없습니다. 이러한 차이를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는 그 의지를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이 힘들고 고된 일이 너 자신을 위해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던 꿈과 희망이 다시금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건드려 주고, 누구나 바뀔 수 있다는 걸 알려줘야 합니다. 아이들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가져줬을 때, 자기가 가진 것을 보여주고 싶은 용기를 냅니다”라고 말했다.

“언제나 가까이에서 함께하고 보살피는 사찰을 만들어갈 터”
해룡사를 찾아 1만배를 행한 아이들은 그 즉시 눈에 띄는 변화를 보인다. 자신이 가고 싶은 진로를 찾기도 하고, 관심 없어 하던 공부에 매진하며 성적을 끌어올리기도 한다. 학교생활이나 부모와의 관계에서 문제가 있던 아이들이 새 사람처럼 개선되어 나가는가 하면, 스마트폰 중독이나 게임중독에 빠진 아이들도 욕망을 절제하고, 자신을 통제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약천 스님은 “법화경이 전하는 첫 의미는 ‘가르침’에 대한 것입니다. 수행자는 이끄는 이이며, 이를 실행하는 것은 자기 자신입니다. 즉, 그들이 포기하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저희 수행자들이 가져야 할 덕목입니다”라며, “불교에선 자신의 업을 스스로 지우는 방법도 있지만, 아이를 잘 키움으로써 업을 지우는 방법도 있다고 말합니다.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키워내고, 그것이 곧 세상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이끄는 것 또한 업을 닦는 일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해룡사에서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시작한 불교관련 교육프로그램은 아이들과 부모 모두에게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내며 호평 받았다. 한 달여 간 절에서 생활하는 동안 1만배 수행과 공부를 병행하며 아이들은 인내를 배우고, 부모와 어른을 공경하게 되며, 자기 길을 찾아나갈 힘을 얻게 된다. 아이들의 마음이 성장하니 가정도 화목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러한 이야기가 퍼져나가며 지금도 전국에서 수많은 아이와 부모가 해룡사로 모여들고 있으며, 방송에 대한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1만배를 통해 변화해가는 과정을 방송에 담아 내보내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는 약천 스님은 이를 위한 준비가 갖춰질 내후년쯤 방송을 수락할 생각이라고 한다.

약천스님은 “보통은 주지스님을 만나는 게 어렵다고들 하지만, 적어도 저희 해룡사에서만큼은 어느 때 찾아와도 주지를 만날 수 있는 사찰이 되고자 합니다. 문턱을 낮추고 신도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사찰, 부모와 아이들도 언제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멘토 같은 주지스님이 되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힘들고 지쳤을 때 의지하고, 희망과 꿈을 안고 갈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종교라 생각합니다. 더 많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전해줄 수 있도록 내년부터는 복지관련 사업이나 장학금 사업도 시작하려고 합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사찰을 만들어가는 데에 정진하겠다는 약천 스님의 말에서 세상을 따스히 감싸는 손길이 느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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