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와 지위, 나이와 장애를 불문하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종교와 지위, 나이와 장애를 불문하고 모두가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 임세정 기자
  • 승인 2019.07.16 15: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주 수덕사 / 곡성 와룡사 주지 보현 스님

[월간인터뷰] 임세정 기자 = 불교에선 수행자가 지녀야 할 덕목 중 하나로 ‘하심(下心)’을 이야기 한다. 하심이란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여 공경함으로써 남을 이해하고 감싸주며 스스로 겸양하는 마음을 일컫는다. 하지만, 이처럼 말로 설명하기는 쉬워도 실제로 이루기엔 참으로 어려운 것이 바로 하심이다. 하심에는 수행자 스스로의 마음가짐을 다스리는 것과 더불어 속세(俗世), 즉 세상 사람들의 틈바구니에서 이를 실천하는 것이 전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도심 속에 숨은 보석 같은 공간, 수덕선원
불교를 가리켜 ‘수행의 종교’ 혹은 ‘깨달음의 종교’라고 한다. 절대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앙과 그로부터의 구원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을 통해 스스로 깨닫는 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부처님에 대한 믿음,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고 중생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게 해주는 부처님의 가피(加被)를 전하는 방편으로 기도(祈禱)를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기도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믿고 의지하며 이 생명 다하도록 실천하겠다는 깨끗한 마음에서부터 생긴다. 기도를 통해서 나와 이웃 그리고 모든 중생들에게 불보살님의 공덕이 함께하기를 기원하고, 또한 자신의 편협한 마음을 부처님 마음으로 되살리는 것이다. 즉, 기도란 ‘믿음의 수행’이며, 궁극적으로는 진정한 자기와 이웃의 만남을 뜻한다.

도심 속 기도도량으로도 잘 알려진 수덕선원은 광주에 거주하는 불자들이 쉽게 오가면서 마음이 이끄는 대로 언제든 본인의 염원을 담아 기도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자 주지 보현 스님이 직접 창건한 곳이다. 보현 스님은 조계종 소속의 한 사찰에 기거하던 중 아이를 갖고 종단에서 퇴출되었다고 한다. “내 아이도 지키지 못하면서 무슨 중생을 구할까”라는 깨달음을 얻은 보현 스님은 아이들을 키우기로 결심 한 뒤 “불사를 행함은 그 사람의 지위나 소속과는 무관하다”라는 생각 아래 주택가 가운데 위치한 지금의 자리에 수덕선원을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보현 스님은 “광주에는 불교 종단이 참 많습니다. 전국으로 시야를 넓혀 봐도 산마다 사찰이 있다고 할 만큼 많은 사찰들이 있죠.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불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이 대다수의 사찰들과 스님들이 높은 데에만 머물며 내려와 불자들과 함께 어우러지지 않으려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라며, “저 또한 미숙하지만, 미약하나마 부처님의 진리와 법문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다 생각했고, 이를 위핸 산 속 사찰이 아니라 도심 속 선원이 적합하다 여겨 수덕선원을 꾸리게 되었습니다”라고 밝혔다. 종교에는 부자와 빈자가 없으며, 계급의 높낮이도 없다는 것이, 조금 더 낮은 자세에서 바라봐야만 더 많은 것을 아우를 수 있다는 것이 보현 스님의 생각이었던 것이다. 
창건 뒤 그 역사가 벌써 30년 가까이 되었으니, 지금껏 수덕선원을 다녀간 불자만 해도 일일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으며, 아주 조금이라도 마음의 평안을 얻었거나 원하던 이를 이룬 사람도 수없이 많다. 보현 스님은 ‘중생을 보듬는 것이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옳고 바른 것을 가르쳐주며, 아픈 곳이 있으면 치유해주는 것’이라 생각하며, 이를 실천하고자 항상 몸과 마음을 가다듬어왔다. 그리고 그런 스님들을 먹여살려주는 것은 보살님들의 덕이라 생각하며 항상 간절한 마음으로, 참된 마음으로 그들의 행복을 기원해왔다고 한다. 그 진실 되고 한결같은 마음의 수양 덕인지 보현 스님은 보통 사람들은 보지 못하는, 다른 것들을 볼 수 있는 신묘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종종 가까운 이들에게 일어날 일을 내다볼 수도 있고, 몸이 아픈 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어려운 지경에 빠진 이들에게 좋은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실제로 수덕선원의 이름이 광주를 넘어 인근 지역에까지 알려지고, 먼 길을 넘어 찾아오는 이들이 줄을 잇는 까닭도 이 때문이다. 

보현 스님은 “한 번은 어떤 보살님의 형제에게 안 좋은 일이 있을 수 있다며 몇 차례 이야기를 했는데, 당사자들이 믿지 않는 통에 결국은 사고를 당하고 만 일이 있었습니다. 이후에 그 가족들이 울며 찾아와 49제를 청했지만, 저 또한 충격과 자책감이 심해 하지 못하겠다고 말했었습니다. 또 한 번은 보성에 거주하던 어떤 분에게 ‘배를 타지 말라’고 조언한 적이 있는데, 결국은 바다에 나갔다가 배가 전복되어 사망한 적도 있습니다”라며, “우리는 보통 보이지 않는 세계가 있다고 하면 미신으로 치부하고 비판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지만, 저는 오랜 기도와 수양을 통해 스님들이 이러한 영역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아직도 이러한 부분이 두려워 되도록 말을 아끼고 있고, 혹여 재물을 탐했다가 벌을 받을까 싶어 빼거나 더하는 일 없이 진실만을 전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누구나 마음 편히 찾아올 수 있는 휴식 같은 공간, 사랑에 보답하는 사찰을 만들어갈 터”
현재 곡성 오봉산 자락에서는 1,000여 평의 대지 위에 정성스런 불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불교조계종 곡성 오봉산 ‘와룡사’다. 보현 스님이 이미 10여 년 전부터 땅을 준비해뒀고, 작년 12월부터 토목공사를 시작해 지금은 대부분 마무리, 10월부터 진행되는 대웅전 건립으로 화룡정점을 찍게 될 예정이다. 수려한 오봉산의 산세가 사찰 뒤편을 병풍처럼 둘러섰으며, 산의 정기를 품고 흘러내려온 1급수의 맑은 계곡물이 사찰을 감싸 안듯 양쪽으로 흐르다 사찰 바로 앞에서 만나는 형상으로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스님들도 찾아와 좋은 터라 극찬했다는 땅이 와룡사가 들어설 자리다.
와룡사는 ‘불자들을 위한 힐링센터’를 만들고 싶었다는 보현 스님의 뜻을 담아 작은 돌 하나부터 자재 하나하나까지 모두 최대한 자연 그대로의 천연 재료를 사용하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자연석으로 돌담을 쌓았으며, 500평 정도의 마당에 깔릴 자갈도 모두 자연석을 준비했다. 대웅전이 들어설 터 앞에는 연못을 조성했으며, 사찰 내에 큰 규모의 식당과 주방을 마련해 점심 무료공양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층에는 책이 가득한 법당을 지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도서관 같은 공간을 마련할 예정이고, 철분기가 강해 피부병 치료에 좋은 암반수가 나오는 자리에는 신자들이 이를 편히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준비할 계획이다. 보현스님은 “사찰이라기보다는 예쁜 정원이 있는 별장 같은 편안한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공기 좋고 산과 땅, 물이 모두 아름다운 곳에서 마음 편히 찾아와 쉬기도 하고, 지친 마음을 달래기도 하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제 바람입니다”라며, “와룡사를 짓는 건 우리 보살님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종교를 초월해 삶에서 힘들고 지친 모든 이들이 와서 쉬어갈 수 있는 쉼터가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보현 스님은 와룡사가 완공된 후 광주와 곡성을 오갈 수 있는 셔틀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라 한다. 차로 10분~15분 정도면 찾아올 수 있을 정도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평소 수덕사를 찾던 보살님들과 장애가 있어 혼자서는 먼 거리를 이동하기 힘든 분들이 보다 편히 와룡사에 찾아와 몸과 마음의 휴식을 얻어갈 수 있길 바람이다.

세부적인 것 하나하나를 모두 제일 좋은 것으로 준비하려다보니 돈이 많이 들어가고 있지만, 보현 스님은 이 모든 것이 그간 보살님들의 노고에 보답하는 일이라 생각하며 불전함도 대웅전 단 한곳에만 놓을 것이라 한다. 보현 스님은 “처음 수덕선원에서 불사를 시작했을 때에도 제가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부처님의 뜻대로 모든 것이 잘 이루어지리라 믿으며 열심히 기도하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보살님들이 수덕선원을 찾아와 주시고, 너무나 큰 사랑을 받으며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이번에 와룡사를 창건하며 가장 먼저 생각했던 것은 나를 내려놓고, 그간 받은 사랑을 모두 갚아나가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한 마음이 가득 담기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지금도 수시로 산중기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정성어린 기도가 하늘에 닿았던 것인지, 얼마 전에는 향로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관세음보살이 내려다보고 있는 형상이 신도가 들고 있던 카메라에 찍혀 연합불교방송에 보도되기도 했다고 한다. 또한, 기도를 많이 한 잘 닦은 터에서 종종 느껴진다는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 가득하고, 실제로 수덕사에서 기르던 강아지가 노환으로 몹시 아플 때에 마지막으로 자연에서 뛰놀게 해주고 싶어 와룡사에 데려왔더니 아픈 것이 모두 나아 두 달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건강히 지내고 있다고 한다. ‘수덕선원’은 보현 스님에게도, 광주의 수많은 시민들에게도 삶의 한 부분이나 다름없다. 이에 보현 스님은 수덕선원 도량만큼은 언제까지고, 자신의 나이가 일흔을 넘고 곡성으로 거처를 옮기고 난 뒤에도 그대로 남겨두고 없애지 않을 것이라 한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광주 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공간으로, 잠시나마 세상의 번뇌를 내려놓을 수 있는 공간으로서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보현 스님은 “제가 지금껏 수덕선원에 머무는 동안 자신의 간절한 염원을 품고 오신 분들도 많았지만, 아픈 몸이 치유되길 기원하고자 오신 분들도 무척 많았습니다. 그러한 분들이 점차 고통에서 벗어나고, 병에서 치료되는 것을 보는 것이 저에게는 큰 보람 중 하나였습니다. 세상 어디에도 가난한 이가 없고, 아픈 이도 없는 시대가 올 때까지 모두 함께 갈 수 있길 바랍니다”라며 소망을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