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생태 그리고 문화의 도시, 순천을 알리다
역사와 생태 그리고 문화의 도시, 순천을 알리다
  • 임승민 기자
  • 승인 2019.07.12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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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민 작가 / 명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월간인터뷰] 임승민 기자 =  전라남도 동부에 위치한 인구 28만 명의 도시, ‘순천시’.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천하면 갯벌생태계의 보고(寶庫)라 불리는 ‘순천만’과 갈대숲을 떠올릴 것이다. 순천을 생태수도라 불리게 한 가장 대표적인 관광지이자, 세계에서도 인정받은 보호습지라 알려졌으니 일견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순천이 천혜의 자연환경만큼이나 유구한 역사와 문화유산을 보유한 ‘역사도시’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번호 <월간 인터뷰>에서는 ‘2019년 순천 방문의 해’와 ‘2020년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를 맞아, 건축사 사무실 운영과 대학교 출강을 하면서 10년 이상 순천지역의 자료를 수집하고 현장답사를 하여 정리한 끝에 순천의 향토·종교·설화·민속·명소를 집대성한 저서 「다시 읽는 순천인문학」을 출간한 정종민 건축사겸 작가를 만나봤다.

천만 관광객 시대를 위한 올바른 한 걸음, 순천문화유산의 재조명
전 세계적인 저성장, 고실업의 시대에 ‘관광산업’은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주목받는다. 외부로부터 유입된 여행객들에 의해 소비되는 숙박·음식·쇼핑·운송·문화·스포츠 등의 재화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시 승격 70주년을 맞이한 전남 순천시는 2019년을 ‘순천 방문의 해’로 공표하고, 1000만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흐름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연간 통계를 살펴보면 2011년 426만 명이었던 것에서 2013년 982만 명을 이미 돌파한 바 있으나, 2017년 906만 명, 지난해 799만 명까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관광객 수에 비해 관광산업이 창출하는 매출액은 전국 평균보다도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게 된 원인에 대해 정종민 작가(명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경남대 겸임부교수)는 순천의 관광산업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중되어 있으며, 관광 콘텐츠 또한 다소 단조롭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그는 “최근 3년간 순천을 찾은 관광객의 50~60%가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 습지를 방문할 정도로 순천의 대표적인 관광지는 오랫동안 순천만 하나로 고착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순천만을 여행코스 중 지나가는 지역 정도로 설정하고, 순천만을 본 뒤 숙박 등을 이유로 관련시설이 풍족한 여수 등의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일반화되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덧붙여 정 작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관광 콘텐츠의 질과 양을 늘려나가야 하며, 순천에는 이미 이를 위한 재료가 충분히 준비되어 있으므로 이를 클러스터화 해 체계적으로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그 첫 번째는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조계산 ‘선암사’와 국내 3대 사찰 중 하나로 꼽히는 ‘송광사’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교수가 “답사한 문화유적 중 가장 아름다운 곳”으로 꼽기도 한 선암사는 공간의 배치가 수려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신라 경문왕 때에 축조됐다는 알 모양의 연못, ‘삼인당’도 볼거리며, 해마다 초봄이면 선암사를 가득 채우는 매화나무는 ‘선매(仙梅)’라 이름 붙을 정도로 장관을 이룬다. ‘지눌대사’를 시작으로 16국사를 배출한 큰 도량인 송광사는 그 경관과 역사적 가치도 훌륭하지만, 국보 56호인 ‘송광사 국사전’를 포함해 목조삼존불감, 고려고종제서 등 국보 3점과 보물 16점, 국가 문화재 12점 총 33점의 문화재가 보존되어 있는 곳이다. 두 번째는 ‘낙안읍성’이다. 순천만·순천만정원에 이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중 하나이기도 한 낙안읍성은 백제 시대에 ‘파지성’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축조되었다 전해지며, 세종 6년에 “석성으로 개축하며 넓혀 쌓았다”는 기록이 전해질 정도로 유서 깊은 성이다. 현재 내부에는 전통적인 생활상과 문화를 보존한 민속마을이 남아있으며, 성곽 또한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다. 

“역사와 문화의 도시, 순천을 알리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에 기여할 터”
정 작가가 주목한 순천의 문화·역사지구 세 번째는 ‘순천만 정원’과 ‘해룡산성 유적지구’이다. 그는 현재 순천만 정원이 별개의 관광지로 독립되어 운영되고 있으나, 역사적 사실과 가치를 더해 관광객들이 매료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가기 위해선 남한지역 5대 토성 중 하나인 해룡산성 유적지구를 복원해 함께 연결지어 역사 교육장으로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언했다. 네 번째는 순천 원도심 지역의 ‘유교유적지구’와 ‘기독교유적지구’다. 정 작가는 “순천은 동방5현 중 한 사람이자 조선 성리학의 큰 줄기로 꼽혔던 한훤당 김굉필 선생의 유배지로서, 이후 지역사회 전반에 유교 교육의 뿌리가 내릴 수 있었던 기틀이 당시에 마련됐습니다. 실제로 순천에는 양사재, 옥천서원, 청수서원, 옥계서원 등의 서원과 순천향교, 낙안향교 등 다수의 교육기관이 자리해 있으며, 뛰어난 문장가가 많아 이들을 ‘승평 팔문장’이라 부르며 칭송하기도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근대에 이르러 순천은 호남지방 선교의 발상지로서 기독교와 천주교가 빠르게 뿌리내린 지역이며, 현재에도 순천기독교 역사박물관과 함께, 안력산병원, 선교사주택, 매산관 등 다수의 근대 서양식 건축물들이 다수 자리해 있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순천 왜성유적지구’다. 정 작가는 “순천 해룡면 신성리에 광양만을 따라 축조된 성인 ‘순천 왜성’은 정유재란 당시 왜군들이 전라도 공략을 위해 쌓은 토·석성으로, 전쟁 말기에 조·명 수륙연합군과 두 차례에 걸쳐 최후·최대의 격전을 벌인 곳이기도 합니다. 당시 명나라 장군 유정과 조선 육군 도원수 권율, 조선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이 순천 왜성과 노루섬을 오가며 왜군을 격퇴했고, 여기서 후퇴하던 왜군을 좇아 무찌른 것이 바로 노량해전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역사에서는 노량해전의 대승에 주목하며 이를 더 중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순천 왜성을 중심으로 펼쳐졌던 ‘신성포 해전’이야말로 전쟁 말기 가장 치열했던 공방전이 이어졌으며, 그만큼 이순신과 그 휘하 장수들의 손길이 많이 묻어있는 역사적인 장소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고장, 순천에 대한 정종민 작가의 자부심은 끝이 없다. 그는 “순천지역은 유구한 역사가 말해주듯 역사유적과 각종 문화재가 전라도 여느 지역보다도 많은 곳입니다.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성, 사찰, 향교, 근대건축 등의 건축문화재를 포함해 모든 종류의 문화유산이 전국에서도 네 손가락 안에 들만큼 풍부한 곳이며, 이를 잘 살린다면 천만 관광객 시대를 여는 것 또한 결코 꿈이 아니리라 생각됩니다”라며, 보다 체계적이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문화재 보호와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 강조했다. 또한 그는 “순천이 진정으로 ‘관광객들이 가고 싶은 도시, 머물고 싶은 도시’가 되기 위해선 시민 하나하나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시민 모두가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관심을 갖고, 찾아오는 이들에게 이를 알려주는 ‘문화해설사’로 거듭나야만 합니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순천을 사랑하고 아끼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금 이순간에도 순천의 발전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정종민 작가의 노력이 더욱 값진 결실로 보답받을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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