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으로 구현된 한 줄의 시(詩)
디자인으로 구현된 한 줄의 시(詩)
  • 임승민 기자
  • 승인 2019.07.12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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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낫씽디자인그룹 구진욱 디렉터

[월간인터뷰] 임승민 기자 =  우리는 흔히 무언가를 맵시 있게 꾸밀 줄 알거나, 독창적인 표현법을 가진 사람을 일컬어 “감각이 있다”고 말하곤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감각’은 디자이너에게 필수불가결한 재능처럼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감각의 재능을 소유했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좋은 디자인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다. 사물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디자인의 의미에 대한 고민이 있을 때, 디자인은 사람들에게 의미 있는 무언가로 다가갈 수 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디자인
‘시적이면서 우리의 이야기가 있는 디자인(Poetic & Narrative Orientalism Design)’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2008년 탄생한 젊은 디자이너들의 모임, ‘낫씽디자인그룹(Nothing Design Group)’. 이들은 한국적인 정서와 노장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는 독특한 동양사상을 ‘디자인(Design)’이라는 서구적인 개념과 접목시켜 자신들만의 개성있는 디자인작업을 10년 넘게 이어오고 있다. 특히, 낫씽디자인그룹을 이끌고 있는 구진욱 디렉터는 프랑스 르노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에서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자연 그대로’, ‘인위를 가하지 않은’이라는 색다른 디자인개념을 정립해 낫씽디자인그룹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구진욱 디렉터는 “저희 그룹의 ‘낫씽’이라는 이름은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함유하고 있는 ‘무엇인가를 재단하고 완성한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 노자가 주창한 무위자연의 사상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디자인적으로 옮겨낸다는 것에서 따왔습니다.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디자인에서 벗어나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대안으로서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 저희 그룹이 지향하고 있는 디자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낫씽디자인그룹의 대표작 중 하나인 ‘The Origin-상선약수(上善若水)’는 물이 흐르는 모양을 그대로 본 떠 만든 세면대다. 상단부에 위치한 조약돌을 들어 올리면 숨겨져 있던 구멍에서 물이 샘물처럼 솟아나와 유유히 아래로 흘러내려간다. 물이 모여드는 하단부에도 마찬가지로 자그마한 조약돌이 놓여있으며, 이 돌을 치우면 모였던 물을 배수구로 흘려보낼 수 있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라는 말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높은 데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며 모든 변화와 생명을 포용하는 ‘물’의 의미를 통해 우리에게 삶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네덜란드의 익스페리멘타디자인에 초대되며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던 이들의 또 다른 대표작, ‘하늘 물고기(Fish in the sky)’는 동양건축의 처마 끝에 매달려 있는 풍경(風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푸른 하늘을 바다로 삼고 바람을 따라 유유히 흔들리는 물고기 모양의 종은 목조로 된 건물에 화마가 닥치지 않기를 바라는 우리 선조들의 소망이 담겨 있다. 이에 낫씽디자인그룹에서는 땅의 대부분이 본래 바다였던 암스테르담의 하늘을 배경으로 유영하듯 흔들리는 비닐 소재의 물고기 오브제를 통해 이 땅에 담겨있던 이들의 소망, 현재라는 시간대 위에 펼쳐진 과거 네덜란드의 풍경을 상징적으로 표현해낸 것이다. 이에 대해 구 디렉터는 “저희가 추구하는 디자인은 단순히 옛 것을 그리워하고, 과거로의 회귀를 갈망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시대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는 지혜와 재치를 발견하고, 이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이야기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감동과 가치를 전달하는 것이 저희들의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감동이 되는 디자인, 지금까지와는 다른 디자인을 추구
낫씽디자인그룹은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디자인 작업물들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미국 뉴욕 등의 다양한 해외 프로젝트와 전시 등에 초대되며 전 세계인들 앞에 선보여졌으며, 디자인 상품들은 유럽, 일본 등지에 수출되고 있다. 

이들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프로젝트에 조형물 디자인 및 태양광가로등 디자인으로 참여했으며, 지식경제부 후훤 속에 독일 하노버에서 개최된 Made in KOREA전 참여, 멕시코 한국문화원 전시기획 및 디자인, 세계문화유산박람회 전시기획 및 EI 디자인, Experimenta Design Amsterdam 2008 초청 프로젝트 참여, 2019 Humidifier & Electric Hot Pot Design 등의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그 남다른 디자인 역량을 선보여 왔다. 또한, 창의산업전문기술개발사업(2017/2018), 포스코 이음전 전시기획 및 디자인 총괄(2017), 세종대왕 역사박물관 편의시설 BI 및 인테리어디자인(2017), 기업연계 공예상품개발(2016), 전승공예품 해외시장 진출 조사 및 전략 연구(2016), 포스코 이음전 전시기획 및 디자인 총괄(2016), 국제공예트렌드페어 전시 및 그래픽디자인(2015), 광주수제공방육성사업 해외시장진출 스타트업 프로젝트(2014), 광주문화상품디자인개발 프로젝트(2013) 등 다수의 국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2016년에는 이탈리아의 ‘A`Design Award’에 광주 보&봉 공방과 함께 무등수묵화를 출품 Bronze 상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 낫씽디자인그룹은 서울특별시와 광주광역시에 회사를 두고 있으며, 전라도의 ‘음식과 디자인’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중국 가전업체 4위인 ‘Bear Electric Company'와 가전제품 프로젝트를 장기 계약으로 진행하고 있다.
구 디렉터는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서구에서 유래된 탓에 우리들은 흔히 ‘서양식’이 보다 현대적이고 보편적인 것이라 착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그러한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면 기존 사물의 모양과 기능만을 바꾸는 제한적인 상상력밖에 발휘할 수 없습니다”라며, “정말 중요한 것은 디자인에 담긴 컨텐츠, 즉 내용과 컨셉입니다. 저희는 동양사상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디자인을 구현해내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디자인이 한 줄의 감동적인 시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감동을 전할 수 있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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