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공간에서 유목생활을 시작한 미래 인류, 교감과 통찰 속에서 은유와 상징 만들다
새로운 시공간에서 유목생활을 시작한 미래 인류, 교감과 통찰 속에서 은유와 상징 만들다
  • 오상헌 기자
  • 승인 2019.07.11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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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휴먼은 지금 콜라주를 통해 머나먼 우주의 근원으로부터 인간의 본질과 존재 이유를 찾는 중”

서양화가 기옥란 작가
서양화가 기옥란 작가

[월간인터뷰] 오상헌 기자 = 17세기의 뉴턴이 절대 불변하는 우주의 시공 이론을 제시한 후 20세기의 아인슈타인이 빛과 양자, 전기역학의 개념으로 시공간을 새로이 정의한 뒤, 시공간은 궁극의 지평선이라는 절대영역으로부터 언제든 바뀔 수도, 중력에 의해 무한히 뒤틀릴 수도 있는 상대성 이론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가 활동한 20세기 초, 동시대 미술계에서도 족히 천 년 이상 유지되어 온 사람의 얼굴을 구성하는 황금비율의 요소도 뒤틀리기 시작해, 해체와 다(多) 시점으로 얼굴과 인체 비율을 재해석하는 큐비즘과 피카소의 그림이 나타났다. 그리고 21세기 현재, 현대의 CPU와 메인보드를 구성하는 부품들을 분해하고 재구성해 인체와 결합시킨 ‘트랜스휴먼-네오노마드’라는 인물형을 창조해 낸 서양화가 기옥란 작가는 외계인의 형상으로 상상해 온 반은 인간이고 반은 기계의 모습인 반인반계(半人半械)의 사이보그 형상을 구체화시키고, 때로는 은유와 상징의 모습으로 추상공간, 포스트모던의 공간으로 표현하며 과거와 현재가 중첩되는 지적 유목민들의 시선을 우주로 돌려 새로운 양자역학으로 창조물의 탄생 근원을 탐색하는 단계에 있다. 

트랜스휴먼의 환상적인 발자취, 문명의 상징성을 해체해 새로운 문명세계 인간을 채워 넣다
빅뱅이론은 우주의 탄생 근원과 시공 개념을 보여주며, 최초로 타임머신의 역행과 미시 영역의 존재 가능성을 밝혀준 양자역학의 개념은 미지의 우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제 더 이상 사물의 현재 상태는 그 사물의 과거나 미래의 상태를 장담하지 못하는 것처럼, 현재의 인류가 사용하고 폐기하는 PC의 메인보드와 부품들은 ‘트랜스휴먼-네오노마드’의 기치를 높이 세운 서양화가 기옥란 작가의 손을 만나 미래 인류의 인간적인 삶의 교감들을 픽토그램화 하는 콜라주의 재료가 되었다. 한지, 나무, 스테인리스, 키보드, 악기나 전자부품 등이 한 화면에서 독특한 조화로움을 보여준다. 인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의 조화로움과 강한 대비를 통해 기 작가가 드러내고자 하는 것은 디지털 시대에 공존하는 필연적으로 함축된 생경한 물성이다. 다른 속성을 가진 채 동시대 풍경 속에 함께 존재하는 다양한 물질은 소통과 공감, 관계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또한 자연은 스스로의 고유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기 작가는 “미래의 신인류, 트랜스휴먼에 네오노마드, 호모 노마드의 사상을 주입시켜 21세기 인류와 최소 3세기 이후 인류의 미래를 예측한 4D-DNA(염색체), Digital(디지털), Design(디자인), Divinity(신성, 영성)와 3F-Feeling(감성), Female(여성성), Fiction(상상력) 이론을 캔버스 위에 표현한다”며 “이제 철학과 과학을 미술이라는 큰 주제 안에서 펼쳐나가는 초현실주의 큐비즘의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고 전했다. 열광적인 해외전시 러브콜을 앞두고, 콜라주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추상 물감 작업에서도 여전히 인간의 측면 얼굴과 관통되어 반대쪽이 들여다보이고, 절단되어 한 공간에 존재하는 신인류의 집약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메인보드는 재조합해 트랜스휴먼의 도시생활공간으로, 키보드는 얼굴이 되고 눈이 되고 피부가 되고 소통하는 뇌의 안테나가 되어 수많은 명령어에 대한 은유적 표현과 관계와 소통 그리고 장식성을, 수많은 정보와 상념을 복제하고 비우고 포맷하는 지식의 보고 같은 손안의 작은 도서관인 USB, 메모리는 인간의 무한한 뇌, 쿨러는 대나무의 마디 같은 삶의 휴식을 주는 휴양지를 암시하며 트랜스휴먼의 초상을 그려온 기 작가는, 2차원의 한정된 재료로도 큰 주제 안에서 수많은 미술 기법을 차용함으로써, 옷을 갈아입어도 트랜스휴먼의 기질과 본성은 달라질 것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회화판 <트랜스휴먼>은 콜라 주판 <트랜스휴먼>과 달리, 키스 헤링의 그림처럼 다양하면서도 선명한 원색으로 채워져 있는데, 이들의 문명은 꾸준히 증식하고 있다. 또한 기 작가의 우연의 기법을 통한, 그림을 뒤집어 흘러내리는 기법을 사용한 뒤 원래대로 되돌려놓는 방식은 마치 뉴턴의 중력을 뒤집어 보여준 양자의 영역으로, 그리고 오래전 이를 초월하여 설명한 반대되는 것이 서로를 이루어준다는 상반상성과 정반합의 동양철학을 떠올리게 한다.

노자와 장자가 과학을 했다면 20광년 거리의 새로운 태양계 인류의 존재를 찾았을지도
<트랜스휴먼> 시리즈를 통해 자크 아탈리의 유목민적 신인류 출현 이론을 미술 기법으로 해석한 기 작가는 인류사의 유목과 정착이 반복되는 행위를 일컬어 성단과 성운의 생애 주기에 빗대며, 언젠가는 트랜스휴먼의 발자취가 우주에 닿을 것임을 예견한 바 있다. 
“고유의 기질을 간직한 채 형태의 진화, 순환을 가져오는 행위의 근원은 오래전 우주의 어느 별이 폭발한 잔해가 대기권을 뚫고 들어와 태양의 에너지를 흡수하면서부터 시작된다”며 “양자에서 시작된 담론이 회화에서도 변곡점을 만들어 트랜스휴먼의 눈을 뜨게 했듯, 태양은 신의 얼굴과 형상을 벗고 내려왔으며, 지구로부터 20광년 떨어진 태양과 유사한 별 글리지에581은 지구와 가장 유사한 행성에 대한 예측과 인류를 닮은 존재의 서식 유무에 대한 추론을 이끌고 있다”고 기 작가는 말했다. 
또한 1975년에 발견된 가장 긴 주기를 가진 웨스트 혜성의 주기는 55만 8300년이라고 말하면서 웨스트 혜성이 태양을 향해 시속 34만 km로 돌진해가는 모습을 가끔씩 상상해본다고 한다. 이러한 우주의 질서를 관찰하며 탁월한 실험정신으로 인류의 욕망과 지식의 집결체들을 분석해 현재를 재구성하고 미래를 성찰하는 기 작가는 기계가 인류의 몸에 ‘기생’하는 유목의 형태가 아닌, 다른 시공에서의 ‘공존’ 혹은 새로운 관점으로 서식하며 ‘진화’ 한다는 관점을 갖고 있기도 하다. 복제하는 수기 작업은 인쇄술로, 삭제하는 지우개는 포맷 명령어로 대체된 지금도 수기 작업과 지우개는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징적인 요소와 소재를 음악, 또는 과학에서 찾고 있기에, 기 작가는 악기와 노래의 화음, 인문학에 대한 성찰에서도 작품의 단서를 얻는다고 한다. 이처럼 숫자보다는 소통과 관계성으로 우주와 교감하게 될 것이라는 기 작가의 철학적 기틀은 노자와 장자로부터 왔으며, 기 작가는 대학시절 공부했던 것보다는 훨씬 원숙해진 지금 이들의 철학과 사상적인 이론을 더욱 잘 이해하게 되었다고 덧붙인다.

국내외 전시 및 7월 작은 음악회 참가해 즐기는 생활예술 의미 더해
음악가들 중에서도 즉흥 유니즌에서 체임버 뮤직을 거치면 스페이스-애트모스페릭을 시도하듯, 지구 문명의 이기들을 조합하고 재구성한 기 작가의 눈도 은하의 질서(Cosmic)를 향해 있다. 기 작가는 기계문명에서 파생된 인류상을 그려가면서도 의외로 슈퍼 혈청과 코어, 뮤턴트라는 완성품 대신, 철학을 사유하며 생명의 근원인 우주 극미립자들의 생성 이론에 더 관심이 많은 기질이다. 그래서 기 작가는 글로벌 예술가를 지향하면서도 오는 7월 개인적으로 사사해 온 성악 선생님의 제자들과 소박한 음악회를 준비하고 있다. 또 작품 활동 중에도 전남대 경영 대학원 전문가 과정을 최고의 교수들과 수료하기도 한 기 작가는, “광주의 전문직 현역 및 은퇴자들이 모여 취미 예술로 소소한 공연을 즐기는 등 열악한 시설 속에서도 예향 도시로서의 광주의 예술적 정서와 환경이 자연스럽게 유지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미술과 음악은 하나이다면서 앞으로도 생활예술을 바탕으로 시민들과 무대에서 함께 예술을 즐길 뜻을 밝혔다. 기 작가는 5․18민주화운동의 도시, 광주에도 이황에 버금가는 성리학자 고봉 기대승, 그리고 인근의 윤상원 열사 생가처럼 충분히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인물과 소재들이 많지만 문화 관광 상품화하는 여건은 타 지역보다 매우 부족하다고 한다. 
기 작가는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 2018년 비텔 비엔날레를 비롯해 파리 초대전, 앙데팡당전, 런던, 브뤼셀, 홍콩, 두바이 아트페어에 참가하며 매우 활발한 해외 활동을 지속해 오고 있다. 5월 광주보훈갤러리 초대전, 6월 조형아트서울 PLAS를 비롯해 10월 광주장덕갤러리초대전 등 국내 활동도 꾸준하지만, 세계의 관심과 이목을 더욱 확장시킬 8월 부탄 단체전, 9월 싱가폴페어, 11월 뉴욕 개인전, 내년 2월 파리전, 5월 전남대학교 치과대학 아트스페이스 갤러리 초대전 등 일정을 계획 중이다. 기 작가는 자동차와 장신구 등에도 새겨진 르누아르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처럼, 언젠가는 스카프, 넥타이, 가방, 문구나 의류, 장신구, 전자제품 등에도 ‘기옥란 작가’의 트랜스휴먼의 이미지와 메시지가 새겨지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끝없이 복제와 재구성이 가능한 트랜스휴먼의 변주와 시각화의 새로운 여정으로서, 조화로운 세계관을 지니고 있는 트랜스휴먼과 글로벌 아티스트 기 작가에게 공감하는 이들은 가히 대중과 만나는 실험적인 훌륭한 예술 작품의 또 다른 변화된 모습으로의 새로운 탄생이 매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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