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계층·이념·사상을 초월한 ‘국민통합’의 상징, 국채보상운동
신분·계층·이념·사상을 초월한 ‘국민통합’의 상징, 국채보상운동
  • 임승민 기자
  • 승인 2019.06.19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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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 신동학 상임대표

[월간인터뷰] 임승민 기자 =  2019년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자, 일제의 침탈에 맞서 나라 경제를 수호하기 위한 국채보상운동이 대구에서 일어난 지 112년째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일제의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온 국민이 하나 되어 맞섰던 이 기부운동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기념비적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이에 이번호 <월간 인터뷰>에서는 2002년 창립 이래 국채보상운동의 정신과 의의를 세계에 알리고자 앞장서 온 (사)국채보상운동기념사업회의 신동학 상임대표를 만나 그간의 성과와 의의,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에 대한 일문일답을 나눴다.

Q. 201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지난 2월에는 등재 기념비 제막식이 열렸다고 들었습니다. 오랜 기간 기념사업회 활동을 해온 만큼 감회가 남다르셨을 것 같은데요.
A. 먼저 저희 사업회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성원해주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계기로 자랑스러운 대구 DNA가 녹아있는 국채보상운동 정신을 세계화해나가는데 더욱 힘써나갈 것을 약속드리고 싶습니다.
설명 드리자면 총 2,475건의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은 동아시아 근대의 형성과정에서 발현된 국민적 책임의식, 평화 사상의 전개 과정을 담고 있는 기록물로, 중요한 세계사적 의미를 가지고 있는 사료입니다. 시기적으로도 가장 앞서 있으며, 가장 긴 기간 동안 전 국민이 참여하는 국민적 기부운동이었다는 점, 당시의 역사적 기록물이 유일하게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는 점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큰 기록물입니다. 알고 계시다시피 당시의 제국주의 열강들은 차관을 통한 경제적 무력화의 방식으로 식민지화를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일제 또한 대한제국에 똑같은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식민지들과는 달리 한국인들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러한 경제 침탈에 저항하였고, 훗날 이에 영향을 받아 중국, 멕시코, 베트남 등에서도 국채보상운동이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여타 사례와는 달리 한국의 국채보상운동이 일반 민중에 의해 자발적으로 주도되었다는 것과 여성계층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다는 점, 일제의 강압 속에서도 3년 이상 지속되었다는 점입니다. 당시의 한국인들이 보여줬던 국가에 대한 책임의식과 세계 만국을 향한 평화주의는 다양한 형태의 금융위기를 맞이한 현대사회에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유네스코 등재로 사업회 활동에 커다란 분기를 맞이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근 주력하고 있는 역점사업은 무엇인가요.
A. 현재 사업회에서는 전국 아카이브, 도서관, 박물관, 학술기관의 디지털 DB와 온라인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국채보상운동 디지털 아카이브 및 라키비움’ 건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향후 전산 시스템 구축이 완료된다면, 학술연구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기반도 확충될 것이고, 전 국민이 PC, 스마트폰 등을 통해 자유롭게 기록물을 열람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최종적으로는 이러한 아카이브를 대구의 각종 문화사업과 연계함으로써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일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최근의 남북교류의 활성화 추세에 발맞춰 북한지역 국채보상운동 자료 발굴 및 전시관 건립, 공동학술세미나, 기타 홍보사업 등의 교류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당시의 신문 자료에 북한 지역의 국채보상운동 소식이 다수 실려 있으므로, 현지에도 다양한 관련 자료가 현존해 있으리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IMF 금융위기 당시 재현된 ‘금모으기 운동’에 대한 자료 수집 및 연구를 실시, 국채보상운동의 정신이 현재까지도 면밀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음을 전 세계에 알리는 한편, 국채보상운동 정신의 세계화를 위한 국제학술세미나 개최, 기록물 외국어 번역 등의 사업을 구상 중입니다.
아울러 사업회에서는 국채보상운동을 주제로 한 동화책 발간, 뮤지컬 및 마당극, 오페라 등의 컨텐츠 사업 지원, 전국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만화/캐릭터 경진대회 개최 등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채보상운동 기록물의 내용을 현대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의 작업을 통해 총 5권의 총서로 제작하였고, 올해 2~3권 정도의 번역문 총서가 추가로 나올 예정입니다. 

Q. 국채보상운동이 현대인들에게 전할 수 있는, 혹은 반드시 현대인들이 배워야만 하는 가치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A. 지금까지 국채보상운동에 관한 연구는 주로 항일운동과 독립운동사적 측면에서 이뤄졌습니다. 물론 이 역시 국채보상운동이 가진 중요한 의미이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그 안의 ‘남녀평등의식’과 ‘나눔과 책임의 정신’이 현대 일반인들에게 주요한 정신적 가치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국채보상운동 시기의 여성들은 남성 중심의 시각에서 설정된 운동 방식을 차별적이라고 인식했습니다. ‘담배를 끊어 빚을 갚자’는 구호가 운동을 촉발·확산시켰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소외됐음에 분노한 선각자 여성들은 남녀의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추구했으며, 여성들만이 할 수 있는 방식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운동에 참여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어렵고 궁핍했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처한 위기에 기꺼이 자신들의 재산을 나누었던 자세는 점차 각박해져만 가는 현대인들에게 있어 많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A. 국채보상운동은 신분과 관계없이 전 계층에서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이에 저희는 국채보상운동을 ‘시티즌 오블리주’의 정신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자유 혹은 권리운동을 위주로 진행된 서구와는 달리, 다양한 서민들이 민국의 주인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국가에 대한 의무와 도리, 책임을 다하겠다고 선언한 사건인 것입니다. 앞으로 많은 분들이 국채보상운동을 단순히 ‘나라 빚을 갚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이 신분과 계층, 이념과 사상을 뛰어넘어 민권 의식을 자각하고 통합과 연대를 이뤄냈던 사건이었음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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