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시장 현대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홍보와 쇼핑편의 확충해야 시장이 산다
농산물 시장 현대화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시설홍보와 쇼핑편의 확충해야 시장이 산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19.06.17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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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꽃 유행과 희귀 식용식물, 세계채소 산지직송의 명성 이어가는 채소유통업계 선구자”
기복유통(주) 기복상회 구자분 대표
기복유통(주) 기복상회 구자분 대표

[월간인터뷰] 정재헌 기자 =  상추, 배추, 쑥갓, 깻잎 일색이었던 우리 쌈채소 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꾼 선구자, 쌈밥의 유행에 기여하며 채식뷔페에 반드시 필요한 수백 여 종 세계 채소를 공급해 가락시장 도매채소분야의 자존심이라 불린 기복유통(주) 기복상회의 경영자 구자분 대표가 최근 과거 재래시장의 현대화가 불러온 명과 암에 대해 발언했다. 농산물시장에서도 구하기 어려웠던 전 세계 채소를 직접 수입하거나 한국의 종묘상을 거쳐 재배해, 오직 ‘기복’에서만 구할 수 있는 채소 마니아들을 양산할 만큼 특별한 채소시장을 굳건히 구축했던 구 대표는 답보 상태인 채소 도매시장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건들과 앞으로 농가와 상회가 힘을 모아 이끌어 나가야 할 채소 유통업계의 생존과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조언을 남겼다. 

채소 도매, 유통업에 이어 다양한 채소 코디네이팅의 성과에 빛나는 채소유통시장의 대모

무치고 발효시키는 채소 문화였던 한국에 서구권의 채소생식이 들어오면서 샐러드가 발달하고, 전통 쌈채소 문화까지 바뀐 데에는 시각과 맛 밸런스를 충족시키는 다양한 채소들이 공급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가락시장 초창기부터 특이하고 희귀한 전 세계의 식용채소들을 유통하며 ‘채소백화점’으로 불리는 기복상회를 이끄는 구자분 대표는 지난 36년 간 채소도매 분야의 대모이자 선구자로 유명했다. 기복상회가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채소도매시장 현황을 볼 때 견학 코스로 들어갈 만큼 유명한 이유는 구 대표가 동남아 및 유럽에서도 사랑받는 세계 채소들을 500-3천 여 종이나 공수해 전국 샐러드바, 쌈채소 전문점을 고객으로 둘 정도이기 때문이다. 김치조차 마다할 정도로 까다로운 베지테리언들을 위한 허브티와 야채샐러드, 플라워 샐러드용 재료까지 섭렵한 구 대표는 장식용을 넘어 ‘먹는 꽃’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이기도 하다. “기복상회에 없는 채소는 한국에 없다”고 단언할 정도인 구 대표는 웰빙열풍에 발맞추어 공급하기 시작한 수십여 종 쌈채소의 인기가 높아지며, 버섯, 특수채소와 뿌리채소를 현지에서 수입하거나 국내 종묘상의 도움으로 싹을 틔우며 취급 품목을 더 넓혀가기 시작했다. 먹어보고 체험해 봐야 고객 선호도를 분명히 알 수 있다는 구 대표는 장미와 카네이션처럼 요리를 장식하는 꽃들을 비롯해, 치커리, 청경채, 불란서상추, 토스카나, 야콘, 토속잠 등 다양한 채소들을 한국에 대중화시켰다. 그리고 우리 민족이 진달래 화전과 생식 레시피를 발전시킨 것에 착안해 먹는 꽃 분야를 개척하여 먹고 장식하는 국화를 비롯해, 비올라 화전을 고객들에게 제안했다. 또한 매운 맛 한련화, 달콤한 팬지, 새콤한 베고니아 등 맛 밸런스를 연구하여 소개한 결과 10여 년 간 오로지 구 대표만 찾는 요식업계 사장들이 많다고 한다. 

육류와 곡물과는 달라야 할 채소유통, 재래시장의 현대화정책 2년 간 얻은 것과 잃은 것들

그럼에도 지난 2년 전, 가락시장 현대화정책에 맞추어 이전한 이래 구 대표는 기존 도매유통 형태에서는 볼 수 없었던 문제점과 씨름하고 있다고 말한다. 냉난방과 조명, 쇼케이스 인테리어가 완비되어 세련된 매장을 이룬 것은 좋지만, 도매 중심의 대량판매에서 어플을 이용한 온라인 판매가 원활히 이뤄지기는 어려울뿐더러 채소는 가공식품, 생선 고기류와는 다른 방식으로 취급해야 신선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접근성이 좋은 곳에 위치한 인근 마트상가는 수산시장과 연결되어 한꺼번에 쇼핑하기 편하다는 이유로 고객들이 리턴을 하는데다, 전국에서 차량을 몰고 찾아오는 단골들이 기복상회를 찾아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정기세일과 소분 위주의 마트와 일반 소비자를 두고 경쟁하는 구조가 된 상황이라고 한다. 또한 호텔, 카페, 식당 경영자들이 고객이기 때문에 이들이 매출에 타격을 입으면 메뉴규모를 줄이기 때문에 도매시장 또한 영향을 받게 된다. 구 대표는 처음 약속한 대로 외부 고객들이 대피소로 오인하지 않고 채소 도매상가라는 것을 쉽게 알아보고 들어올 수 있는 동선과 안내판 등을 빨리 도입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계단,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같은 편의시설도 멀어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어렵기에 이를 개선해 줄 것을 기회가 될 때마다 공사 측에 촉구하고 있다. 구 대표는 이전 후 쇼케이스의 형태가 바뀌어 선호도가 높은 약 6백여 종류를 국내외 원산지별로 산지직송, 경매장직판구매, 농가 재배의뢰 구매 등으로 확보해 취급하고 있으며, 새로운 장소의 판매가 시작되었음을 꾸준히 홍보하고 양질의 채소들을 공급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렇기에 단골들은 구 대표의 일손이 바쁠 때는 알아서 단가표를 확인하고 셀프 결제까지 할 정도로 구 대표와 단단한 믿음으로 이어져 있으며 이러한 신뢰감으로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고 전한다. 

규모가 줄어도 품질은 줄지 않아, 한국인의 입맛에 최적화된 채소와 샐러드꽃 연구 계속

그동안 구 대표는 동남아 여행에서 채소 요리를 먹어보고 직접 요리해보며, 디스플레이에서 판매에 이르기까지 식용채소 판매자들에게 롤 모델로서 새로운 방식을 수없이 제안해 왔다. 서양의 낯선 채소들을 도입했을 때 모양과 색깔, 맛과 식감에 착안해 한국식 이름을 붙여 팔면 전국 도소매 숍에서 구 대표가 붙인 이름으로 불릴 만큼 그는 식용채소의 대중화에 푸드 스타일리스트만큼 기여한 인물이다. 아쉽게도 묶음보다 단품으로 사 가는 고객들이 늘면서 전성기보다 매출은 줄었지만, 오직 구 대표만을 찾는 고객들의 높은 안목을 만족시키기 위해 구 대표는 채소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아티초크, 노란 주키니, 레몬그라스, 애기줄기 브로컬리 등 일반인들 눈에 신기한 채소들을 발견하는 대로 농가에 제안하여 심고 개량하며, 재배농가에게 씨앗 값을 지원하는 노력으로 현재의 위치에 온 구 대표이기에 ‘애기삼’ ‘새싹삼’으로 한정식에 들어가는 잎삼을 가락시장에서 유일하게 재배해 유통하는 것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 또한 아름답기로 이름난 팬지를 장식하다 레시피를 만들어 비빔밥, 고기쌈채소 식용 곁들임으로 전파하기 시작한 이도 구 대표다. 그 대신 구 대표는 품질유지를 위해 신선도에 문제가 생기거나 수급이 들쭉날쭉해지는 원인인 비닐소분 판매는 하지 않으며, 고객들 역시 이유를 들으면 수긍한다고 한다. 눈과 입의 판단을 믿으며 식용채소 분야의 푸드 코디네이팅 디자이너라 생각하고 걸어 온 36년간의 행보를 함께 해 온 동업자 겸 기복농사의 대표인 부군과 함께 앞으로도 기복상회를 열심히 이어갈 한국 식용채소 분야의 대모, 구 대표는 식재료 유통을 향한 자존심을 지키는 것이 고객들을 위한 약속이자 매너라고 강조한다. 일찍이 겨울의 로마네스크브로콜리와 보라, 주홍, 그린 브로콜리를 들여 와 그 화려한 자태로 고객들을 감탄시킨 구 대표, 재고를 두려워하지 않고 신상채소를 개척해 온 구 대표의 레시피 조언과 함께 맛보는 비빔밥, 샐러드, 쌈밥은 그의 뚝심 덕분에 사계절 언제나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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