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영미 작가의(신춘향가: 자유와 존엄을 향한 노래), 비단 채색화와 우리 고전의 만남, 그 두 번째 이야기
춘향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전영미 작가의(신춘향가: 자유와 존엄을 향한 노래), 비단 채색화와 우리 고전의 만남, 그 두 번째 이야기
  • 정재헌 기자
  • 승인 2019.06.17 11: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화가 전영미 작가/철학박사

[월간인터뷰] 정재헌 기자 =  유럽의 구전 동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 북유럽, 아프리카, 동양 신화를 각색해 코믹스와 영화로 히트시킨 마블 시리즈 등을 보면 미국이 문화강국으로서 성공한 원동력은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민자들의 사회라는 데서 찾아볼 수 있다. 그렇다면 반만년 역사를 지닌 한국의 신화와 구전설화들의 가치에 대해 우리가 얼마가 잘 알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것은 진정한 한류 문화를 발전시키는데 있어서 중요한 과정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우리 고전에 관심을 가지고 심청전에 이어 춘향전을 주제로 한 한국 채색화 작업으로 두 번째 개인전을 연 전영미 화가의 행보를 주목할 만하다. 어린 시절 동화책의 교훈적인 줄거리 정도로만 알고 있던 우리 고전문학에 담겨진 진정한 아름다움과 소중한 가치들을 발굴하여 섬세한 비단공필화기법을 통해 현대인과 소통하고 있는 전 작가를 만나 최신작 <신춘향가: 자유와 존엄을 향한 노래>를 준비한 과정과 고전의 재해석이 지닌 의미를 알아보았다. 

한국이 가장 사랑한 러브스토리, 춘향전을 재해석하고 시각화한 연작 ‘신춘향가’

변치 않는 사랑과 절개로 감동을 주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문화 콘텐츠로 재창조되고 있는 춘향전이 전영미 작가의 작업을 통해 원전에 충실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상을 반영하는 채색화 연작으로 돌아왔다. 이미 영화, 연극, 드라마, 뮤지컬, 발레는 물론 미인대회와 관광 상품 분야까지 석권한 춘향전이지만, 전영미 작가는 동화가 아닌 고전 원전에 담겨있는 풍부한 서사를 바탕으로 열녀 춘향이라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와 존엄한 삶을 위해 저항했던 용감하고 아름다운 소녀 춘향의 삶을 한국화로 표현하였다. 올해 단오절을 맞이해 5월 29일부터 6월 3일까지 인사동 갤러리인사아트 본관에서 개최된 <신춘향가: 자유와 존엄을 향한 노래>는 비단채색화로 유명한 한국화가 전영미 작가가 선보이는 ‘우리 고전 시리즈’의 두 번째 전시회이자 개인전이다. 특별히 이 전시에는 춘향과 비슷한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의 나이로 삼일만세운동의 선봉에서 서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웠던 기녀독립단 초상화 연작도 포함되었다. 이는 작가가 춘향전 관련자료를 준비하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춘향가 중 십장가에 나타난 춘향의 일편단심과 결사항쟁의 정신이 실제로 우리 역사 속에서 일제에 대항했던 기녀독립단의 재판 과정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듯한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 작가는 춘향전을 주제로 한 채색화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3개월에 걸쳐 춘향전과 관련된 문헌 자료들과 영상 자료들을 조사 연구하고 남원의 춘향제와 춘향 박물관을 방문하며 춘향에 대한 작가 고유의 관점과 이미지를 정립한 후 스케치 작업에 들어갔다. 전 작가는 이 과정에서 춘향전이 시대를 초월하여 인간 사이의 사랑과 신의를 지키는 일의 소중함과 인간답고 고귀한 삶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고전임을 새삼 깨달았으며 현대인들도 전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춘향전이 주는 감동과 가치들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 시절 그 소녀’ 연작의 호응에 이은 첫 번째 우리 고전 시리즈 ‘청의 마음’ 

전 작가는 2015년 한복 입은 소녀들과 사계절 우리 꽃들을 배경으로 한 <그 시절 그 소녀>라는 연작을 발표해 한국적인 미감과 정서를 통해 모든 연령의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은 바 있다. 이에 힘입어 한국적인 정서와 가치들을 담고 있는 우리 고전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게 된다. 2017년 10월 전 작가는 한국 채색화로 만나는 우리 고전 시리즈 첫 번째 전시로 심청전을 소재로 한 <청의 마음>을 발표했다. 철학박사이기도 한 작가는 물질만능주의와 기계문명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최근 인문학과 서양고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을 보면서 한국 고전 속에서 한국인에게 맞는 해답을 찾아보려는 의도도 있었다. 첫 작업으로 심청전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인이면 누구나 좋아하는 이야기이기도 했고,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이 심청과 유사한 점이 있다는 점에서 많은 공감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했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효녀 심청이라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벗어나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큰 사랑을 실천하여 많은 이들에게 기적을 가져오게 한 소녀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심청전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감동을 느꼈으며, 표현 기법 면에서도 다양한 시도를 함으로써 미술관계자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기존의 밝고 따뜻한 이미지들 뿐 아니라 심청이 고난을 겪는 과정에서의 슬픔, 고뇌, 괴로움의 감정들을 섬세한 비단 수묵화의 필치로 묘사하여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새로운 도전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의 가치를 널리 전하고파

전영미 작가는 서울대와 이화여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유학길에 올라 미국과 뉴질랜드에서 12년간 생활하면서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한국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귀국 후 대학 강의를 통해 후학을 양성하는 한편 국내외 개인전과 단체전, 국제 아트 페어 등에 활발히 참여하며 왕성한 창작 활동에 매진해왔다. 전 작가의 비단 채색화는 한 번에 색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비단에 물을 들이듯 옅은 물감을 수십 번 올리고 말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채색을 함으로써 맑고 투명한 색감을 발한다. 또한 세필로 섬세한 묘사를 하는 과정 전체가 오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작업이기에 작품마다 작가가 느끼는 애정 또한 남다르다. 전 작가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평화와 안식을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감동할 수 있는 작품을 그리기 위해 오랜 시간 고민하며 최선을 다한다고 전한다. 전영미 작가는 이번에 춘향전을 주제로 한 전시를 마치고 난 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자신만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관점으로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가치들을 널리 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