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 천 년의 삶, 서민들의 도자기 ‘녹청자’
한민족 천 년의 삶, 서민들의 도자기 ‘녹청자’
  • 임세정 기자
  • 승인 2019.05.16 14: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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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연요(경서 녹청자 연구소) 도연 김갑용 명장

[월간인터뷰] 임세정 기자 = 1,000년 전 녹청자를 최초로 재현하다
우리는 흔히 ‘인천의 문화유산’이라 하면 19세기 후반 개항기의 신문물로 가득한 풍경을 떠올린다. 굳이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자면 강화도의 산성이나 고려의 삼별초, 비류가 세웠다는 미추홀 정도를 기억할 뿐, 인천 고유의 정체성을 품은 문화는 좀처럼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우리에게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 1,000년 넘게 인천에 존재해왔음을 알리고자 노력하는 이가 있다. 백성 만민의 삶과 함께했던 서민들의 도자기 ‘녹청자’, 그리고 30년 넘게 녹청자 살리기에 헌신해 온 도예가 김갑용 명장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김갑용 명장은 “우리 전통문화를 대표하는 도자기로 청자와 백자를 꼽는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둘 모두 당대 자기 기술의 총체이며, 그 뛰어난 미학과 예술성이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우리 민족의 삶, 서민들의 생활상을 대표하는 도자기로서는 ‘녹청자’가 더욱 근접해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투박하고 거칠지만, 그 기법과 모양, 색체가 훨씬 다양할 뿐 아니라, 통일신라 말기와 고려 초기에 시작되어 무려 조선시대까지 계속 존재했을 만큼 서민들의 범용적인 생활용기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한때 일본이 자신들의 독자적인 문화유산이라 주장하기도 했던 녹청자는 1965년, 인천시 서구 경서동 도요지가 발굴되면서 한반도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골프장 건립 중 발견된 경서동 도요지에서는 수많은 녹청자 파편과 가마 도구가 발굴됐으며, 국가사적 제211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처럼 중요한 우리의 문화유산이 무관심 속에 오랫동안 방치되어왔다는 점이다. 김 명장은 “발굴 당시의 조사 이후 녹청자는 20년이 흐르도록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백자나 청자에 비해 가치가 저평가된 탓도 있겠지만, 온전한 것 없이 대부분 깨진 파편들만 남아있었던 것도 문제였습니다. 이에 녹청자의 완전한 재현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과제라는 생각에 연구를 거듭해왔으며, 수천 번의 시행착오 끝에 1,000년 전의 녹청자를 최초로 재현하는 데에 성공하기에 이르렀습니다”라고 말했다.

“문화도시 인천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에 앞장서겠습니다”
녹청자는 통일신라 시대의 질그릇에서 출발, 점차 세련된 제작기법이 동원되며 본격적인 청자로 발전했을 것이라 추정된다. 다른 도자기에 비해 철분이 많은 점토를 사용하며, 녹갈색의 유약을 발라 구워 쑥색에 가까운 독특한 색체를 띄게 된다. 
5대째 옹기를 구워 온 부친 故김동진 장인의 영향으로 도예가의 길을 걸어온 김갑용 명장은 1990년대 녹청자 연구에 돌입했다. 서민들의 생활용품이었던 탓에 이를 상세히 기록한 문헌이 남아있지 않았고, 김 명장은 가마터를 찾아다니며 주워 모은 파편과 잿더미에만 의지해 그 성분과 조합, 제작법을 거꾸로 유추해야만 했다. 천년의 역사를 더듬어 올라가는 고된 작업을 무려 25년이나 계속해 온 그의 열정과 끈기 덕분에 현재의 우리가 천년의 문화유산 녹청자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 2013년 ‘연수구를 빛낸 문화예술인’으로 선정된 바 있으며, 2014년 인천광역시 공예명장, 2017년 한국전통공예명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명장은 “다른 무엇보다 천 년 동안이나 잠들어 있던 우리 전통을 다시 깨워냈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옹기의 특성을 띄고 있어 음식을 오래 담아놓아도 잘 변질되지 않고, 표면에 있는 미세한 구멍이 스스로 숨 쉬는 건강한 식기이기도 합니다. 순수한 자연의 재료로 만들어 인체에 무해한 녹청자가 더욱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도록 전승과 계승에 더욱 매진할 생각입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녹청자연구소 소장, 한국전통진흥협회 이사, 인천녹청자진흥회 전문이사, 한국도예협회 인천지회 회장 등을 맡고 있는 김갑용 명장은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일반인들이 녹청자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고자 녹청자 도예체험 교실을 맡고 있으며,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 참가자도 꽤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그는 인천시의 위상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과거의 ‘공업·산업도시’로서의 이미지를 넘어 ‘문화도시’로서의 인천을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훗날 제대로 된 전통가마를 마련하고, 전통 제작기법의 완성을 통해 천 년 전 녹청자를 100% 재현함으로써 ‘문화 인천의 시대’를 열어가고 싶다는 그의 바람이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길 기대한다.[월간인터뷰] 임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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