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물감 삼아 손을 붓 삼아 '누름꽃'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식물을 물감 삼아 손을 붓 삼아 '누름꽃'의 아름다움에 취하다 
  • 김봉석 기자
  • 승인 2019.05.16 14: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한국꽃누르미협회 박부혁 이사장

[월간인터뷰] 김봉석 기자 = 바야흐로 꽃의 계절이다. 길가에 핀 꽃들은 화려함과 청초함을 뽐내며 가장 먼저 계절을 알린다. 그 수수하고도 화려한 꽃의 모습은 늘 우리의 감성을 자극하며 추억을 끌어내고, ‘끌려나온 추억’은 눈가를 촉촉이 적시기도 한다. 꽃은 우리의 주변에서 늘 함께하며 좋은 향기와 아름다운 색, 모양, 그리고 ‘감성 속 우리의 인생’까지 아낌없이 선사한다. (사)한국꽃누르미협회. 이곳에 가면 수국‧할미꽃‧백리향‧천리향‧꽃무릇‧노루귀‧안개꽃‧장미꽃 등을 눌러서 말린 압화(Press Flower)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다. 박부혁 ‘꽃누르미’ 명장과 함께 ‘아름답다’ 라는 감탄사를 자아내는 꽃누르미 예술 여행을 떠나보자.  

말린 꽃과 잎, 줄기로 빚어낸 아름다운 사계절을 생활에 옮기다
압화(Pressed Flower)란 순수 우리말로는 ‘꽃누르미’ 또는 ‘누름꽃’이라 불린다. 꽃 등의 수분을 제거해 눌러 건조시켜 색깔과 형태를 원형에 가깝도록 유지한 재료로 만든 평면적 장식의 꽃 예술로 꽃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정물화에서부터 풍경화‧인물화‧추상화 등의 회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응용된다. 압화의 역사는 1521년 이탈리아의 식물학자 키네가 300여 종의 식물표본을 제작하면서 시작돼 19세기 이후 압화 예술로 발전했다. 한국압화는 선조들이 문 창호지에 꽃이나 나뭇잎을 붙여 집안에서 자연을 감상하는 풍류의 멋을 즐기는 형태로 존재했지만, 본격적인 압화 예술로서 발전한 것은 1950년대 중반 플라워 디자인이 도입되면서 부터다.
꽃 누르미 공예 작가이자 (사)한국꽃누르미협회를 이끌고 있는 박부혁 이사장은 꽃 누르미 공예 기술을 다양화시킴으로써 꽃누르미 문화산업에 부흥을 불러 일으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또한 박 이사장은 전시회나 체험, 교육등을 토해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대한민국의 아름다운 자연을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박부혁 이사장은 “꽃누르미 공예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한 감상을 불러 일으킨다. 멀리서 보면 꽃비가 내리는 봄의 풍경을 그린 수채화처럼 보이던 작품이 가까이 다가가면 꽃으로 그린 그림이고, 자작나무 껍질과 낙엽으로 거칠게 표현한 추상작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물감을 전혀 쓰지 않았는데도 색감이 빼어나고, 꽃과 잎이 그대로 한 폭의 풍경화로 살아 숨 쉰다.” 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박부혁 이사장은 “자연을 담은 예술인 꽃누르미 작품에서 자연과 예술의 신비한 조합이 우리에게 주는 좋은 느낌과 감정을 기억하고, 무심히 스쳐 지나갔던 풀과 나무에서도 아름다움과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가고 싶다.” 고 말했다. 아울러 압화 예술성을 향상시키고 압화 전문인을 지속적으로 양성해 새로운 예술장르로서의 정통성을 공고히 다져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주겠다는 초심을 가슴에 깊이 새기며 문화예술 뿐만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국꽃누르미협회, ‘압화공예’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을 전하고파 
1980년 3월 한국꽃예술작가협회에서 취미로 꽃꽂이를 접한 뒤 일본에서 압화공예가 도입된 1998년 압화 1기지도자과정을 통해 본격적으로 압화 공예에 입문한 박부혁 이사장은 압화의 저변 확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꽃누르미와 프리저브드 플라워 등의 작업으로 문화센터에 출강, 방과후 동아리 체험수업, 소상공지원 교육사업을 통해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기술 보급 등 다양한 장소에서 꽃누르미의 매력을 전파하고 있다.
(사)한국꽃누르미협회는 2000년 8월 창립, 10월 제1회 수목원 전시회를 시작으로 2001년 11월에 산림청 법인인가를 통해 사단법인의 형태를 갖추며 지금에 이르렀다. 우리 꽃 알리기 전시회를 꾸준히 개최하는 것은 물론, 압화공예 작가와 취미 및 직업으로 꽃누르미를 즐기는 이들을 위해 다양한 커리큘럼을 개발‧제공하고 있다. 또한 압화공예가 지역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과 지원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추진 하고 있다. 박 이사장은 “앞으로 압화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많은 사람들이 보고 공감하고 힐링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꽃누르미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알락달락’ 꽃누르미 예술 통해 만들어내는 삶의 ‘온기’ 
꽃누르미는 어떤 재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지는데, 작품 하나가 탄생하기까지는 채취부터 건조, 제작까지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박 이사장의 작품은 화려한 누름꽃 장식과 탁월한 구도로 동양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처럼 꽃과 함께 만들어낸 독보적 미학은 작품성과 실용성에 감탄해 하염없이 작품들을 바라는 보는 매력을 지녔다. 덧붙여 어떤 꽃이 쓰였는지 살펴보는 재미도 그만인데 마치 숨은그림찾기와도 같다. 박부혁 이사장은 “꽃을 채집하기 위해서 일부러 멀리까지 가진 않는다. 제 집 마당, 들녘의 풀꽃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꽃들이 넘쳐 난다. 눈앞에 펼쳐져 있는 작고 이름 없는 풀꽃들 모두 내 작품의 주인공이 된다.” 라며 자연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기에 기쁨이 배가 된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압화 신기한 꽃누르미의 대표직을 맡고 있는 박 이사장은 세계압화예술협회의 한국지부장을 역임하고 있기도 하다. 세계압화예술협에서는 매년 일본‧대만‧한국 3개국의 국제교류전을 개최하고 있으며 전 세계 26개국에서 압화교육을 주관하는 일본 꽃과 푸르름의 연구소 세미나를 국내에 유치하는 등 새로운 기술을 보급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처럼 박 이사장은 20여년간 한국 압화 예술을 발전시켜온 장본인이며 그의 연구 시작과 함께 한국 압화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자연과 사물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자세와 감성을 갖게 됐다. 이 모든 능력들이 자연이 준 선물로 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항상 자연에 감사하고 순응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라며 자연에 감사함을 전했다. 이에 덧붙여 “압화는 자연의 순간을 담아 모든 이와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자연의 모습과 순수함을 담아내는 예술이다. 한국꽃누르미협회는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자연을 대하고, 압화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야생화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운 순간순간 들을 소중히 담고, 작품으로 새롭게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나라의 압화 예술 역사는 비록 짧지만 그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 고 전했다. 박 이사장은 이러한 순수 작품 활동과 더불어 지역 사업화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적은 비용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압화를 접할 수 있도록 압화 전도사 역할을 해 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십년의 세월 동안 압화를 하면서 느낀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작고 사소해 보이는 자연물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 담긴 경이로움에 감탄할 줄 알게 되고, 자연의 소중함에 감사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압화예술’로 문화예술도시라는 브랜드와 지역경제 발전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은 (사)한국꽃누르미협회가 인천을 대표하는 예술단체로 자리매김하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