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 가득한 이야기들, 설렘과 끌림이 있는 남이섬으로 향하다
사계절 가득한 이야기들, 설렘과 끌림이 있는 남이섬으로 향하다
  • 정재헌 기자
  • 승인 2019.04.17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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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나라공화국 남이섬 전명준 대표

[월간인터뷰] 정재헌 기자 =  배에서 내려 중앙 잣나무길을 800여 미터 걷다가 고개를 돌리면 끝없이 펼쳐진 메타세콰이어 길이 보인다. 하늘로 길게 뻗은 나무들 사이로 햇빛이 내리 쬐이고, 노란 자전거의 페달을 밟는 어여쁜 연인들의 웃음이 찰랑거리며 귓가에 와 닿는다. 부모의 손을 그러쥐고 힘껏 발을 굴러보는 아이들도, 오랜 세월 같은 길을 걸어왔을 노부부도, 낯선 이국(異國)에서의 드문 경험에 들뜬 외국인 여행자들도 한결같이 즐거운 표정을 짓는 곳, 오늘이 좋고 내일이 새로운 ‘아름다운 섬’, 남이섬이다.

세계 유일무이한 문화독립국, 나미나라공화국

명실상부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남이섬’. 매년 130여 개국에서 130만 명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이 방문하고, 내국인을 포함하면 연간 300만 명 이상이 찾아오는 이곳을 단순히 ‘섬’이라고 정의하기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오히려 지난 2006년 ‘문화적 독립’을 선포한 이래 이들이 높이 세워 올린 기치, ‘나미나라공화국(Naminara Republic)’의 이름이 이 공간을 더욱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이다.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한, 국가 개념을 표방하는 특수 관광지 나미나라공화국의 특별함은 그 문을 들어설 때부터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입장을 원하는 방문객들은 ‘나미나라공화국 입국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며, 차나 도보 대신 ‘배’를 타거나 하늘에 매달린 940m 길이의 ‘짚와이어’를 타야만 한다. 평소엔 만나보지 못했던 이 색다른 체험이 우리가 살고 있던 이 ‘세계’에서 저편의 다른 ‘세계’로 넘어간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매일 1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오갔을 선착장에 그 첫 발을 디디면, 친숙하면서도 신비로운, 동화 속 같은 세상이 펼쳐진다. 한창 4월 중순의 봄을 맞이하고 있을 지금쯤이면 전국에서도 손꼽힌다는 ‘남이섬의 벚꽃’, 연분홍색 꽃잎을 주렁주렁 매달은 능수벚꽃이 섬 전체를 환하게 밝혀주고 있을 것이다. 바람이 불면 바람 부는 대로, 비가 내리면 비 오는 대로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듯 흩날리는 꽃잎들이 나름의 정취를 자아내는 것이 바로 남이섬이 맞이하게 될 봄이다. 나미나라공화국의 전명준 대표는 남이섬의 매력은 한 계절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고 말한다. 전 대표는 “달밤이 좋고 별밤이 좋은 것이 남이섬입니다. 새벽의 물안개를 걷어 올리는 순간이 먹먹하고, 저녁 무렵의 노을을 기울이는 일이 고즈넉한 것도 남이섬입니다. 설렘의 봄과 싱그러운 여름, 시가 되는 가을, 신비로운 겨울이 모두 남이섬 안에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장대한 절경이 있는 것도, 수천 년 동안 그 자리를 지켜온 불가사의한 유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해마다 수백만 명의 관광객이 계절과 시기를 불문하고 남이섬을 찾아오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전 대표는 “마흔을 훌쩍 넘긴 어느 날 남이섬과의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북한강의 겨울바람을 맞으며, 매일 쓰레기를 줍고 흐트러진 도구들을 정리하며 남이섬의 자연을, 남이섬의 사람들을, 남이섬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섬살이 15년을 보내며 제가 남이섬을 사랑하는 만큼 다른 모든 이들이 남이섬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커졌습니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의 문화축제를 한 곳에

관광은 ‘즐거움’이다. 언제 어느 때고, 내가 방문한 시점에서 얻은 영감이 그 곳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을 결정한다. 때문에 관광은 ‘언제나 즐거움’이어야 한다. 관광지로서 존재하는 수많은 날 중 하나에 불과할 뿐인 어느 ‘하루’가, 누군가에겐 바쁜 일상 중 어렵게 만들어낸 소중한 ‘하루’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명준 대표와 나미나라공화국의 전 직원들이 공유하고 있는 이러한 생각은 남이섬 곳곳에 묻어난다. 남이섬 안에 자리한 수많은 놀거리와 볼거리, 여유와 쉼을 위한 공간들 모두에서 정성과 열정이 느껴진다. 전 대표는 “남이섬에 오늘 방문한 손님께 ‘어제가 좋았는데’라고 말씀드리기 보다는, 최고의 오늘을 선물해드리는 것, 그리고 또 새로운 내일을 보여드리는 것이 저희들의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사계절 내내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 남이섬은 오는 봄에도 다양한 즐길거리들을 마련해놓고 있다. 먼저 능수벚꽃이 만발하는 4월 13일부터 5월 12일까지 「남이섬 벗(友)꽃놀자」라는 행사가 진행된다. 이 기간에는 매주 토·일마다 수제맥주와 바비큐, 어쿠스틱 공연을 즐길 수 있는 파티가 열리며, 한켠에서는 다양한 디자인 소품을 만나볼 수 있는 감성마켓도 개최된다. 또한, 갤러리아포레 더 서울라이티움 5관에서는 4월 12일부터 7월 7일까지 「그림책NOW 展」이 열린다. 이 전시는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그림책 일러스트레이션 어워드인 안데르센상, BIB 수상작과 함께 남이섬이 주관하는 나미콩쿠르의 수상작들로 미디어아트, 입체조형물을 감상하며 자유로운 현장체험이 진행될 예정이다. 독창적이면서도 따뜻한 동화책 그림이 주는 감성은 ‘동화나라 남이섬’의 색체를 한층 깊이 느낄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 기대된다. 이밖에도 꽃과 반려견, 반려묘의 다양한 모습들을 화폭 안에 담아내는 조원경 작가 초대전 「개人취향展」이 4월 7일까지 열리고 있으며, 2005년부터 계속되어온 세계 책나라 축제도 5월 한달 간 개최될 예정이다. 

가장 독특한 점은 ‘나미나라공화국’으로서의 문화적 독립 선언 이후, 각국 대사관과의 자체적인 교류를 통해 세계 각국의 문화를 체험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행사가 연중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세계 책나라 축제의 경우, 올해에는 특별히 많은 동화의 배경으로도 잘 알려진 ‘덴마크 특집’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전 대표는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남이섬을 구현하기 위한 노력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과의 문화 교류나 프로그램 유치는 물론, 찾아오는 외국인 방문객들을 위해서도 8개 언어로 된 관광 안내 리플릿, 다양한 언어로 된 표지판과 지도,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한 번역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모든 이에게 사랑받는 섬, 그들이 만드는 문화 가득한 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이 바라는 것은 이 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한국적인 이미지, 한국만의 특별한 문화를 보고 경험하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대다수의 관광 인프라는 관광의 ‘산업’적인 측면에만 치중하느라 정작 콘텐츠의 부실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다 관광의 본질적인 측면, 여행이 주는 새로움과 즐거움이라는 ‘감정’에 집중한 남이섬의 사례는 분명 우리에게 생각해 볼 거리를 던져준다. 이에 대해 전 대표는 “수천, 수백 년을 이어 내려온 유적지는 그 공간을 잘 보존하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다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광지는 매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매 순간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하지 못한다면 그 수명과 쓰임에 한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습니다. 단순히 현란한 상품과 혜택으로 손님들의 눈을 현혹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 즐거운 순간들과 편안한 느낌으로 그들에게 다시 떠올리고 싶은 좋은 기억으로 남는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흔히 기업의 목적을 이윤창출이라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살펴보면 수익이 나는 기업이라도 하루아침에 폐업하거나, 그 수익이 일시적인 것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전명준 대표가 말하는 남이섬, 나미나라공화국의 목표는 이곳을 찾은 아이들이 먼 훗날 부모가 되어 자녀의 손을 잡고 돌아올 수 있도록 오랫동안 그 빛이 바래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다. 전 대표는 “하나의 공간이 수십 년 넘게 유지된다는 것은 단순히 지금 일하고 있는 저희 직원들의 지식이나 생각,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남이섬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모여서 함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좋은 것들을 더해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명 한 명의 사람이 하나의 색깔, 하나의 붓이 되어 저마다의 문화적 콘텐츠를 덧칠하고 발산하는 장, ‘문화플랫폼’을 만들어가는 것이 저희들의 바람입니다”라고 밝혔다. 찾아온 모든 이들이 ‘손님’을 넘어 ‘국민’이 되는 나라, 나미나라공화국의 진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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