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귀족문화의 상징, 아름다운 백색광체를 마주하다
세련된 귀족문화의 상징, 아름다운 백색광체를 마주하다
  • 임승민 기자
  • 승인 2019.03.18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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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덴공방 신경식 명장

[월간인터뷰] 임승민 기자 = 은공예 43년 외길, 명장의 손길이 빚어낸 작품
세련된 귀족 문화가 화려하게 꽃핀 고려시대, 그 중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분야는 바로 ‘공예’였다. 특히, 금속공예의 전성기로 불린 고려시대는 은제 도금, 혹은 은으로 만든 다기(茶器)와 주기(酒器), 향과 약그릇 등의 생산이 크게 증가했고, 민간에서도 청동그릇을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금속공예품의 사용계층과 범위가 확대되었다. 이처럼 금속공예에 은이 널리 사용되게 된 데에는 권위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금’에 대한 금기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으나, 아름다운 백색의 광택이 발산하는 따뜻하고 귀족적인 품위에 선조들이 매료되었던 까닭도 있다. 더욱이 금처럼 잘 펴지고 늘어나면서도, 금보다 더 단단하고, 항균과 방부(防腐)의 속성까지 가진 ‘은’의 특성은 일종의 상징물이나 종교 물품으로만 사용되던 귀금속의 활용범위를 일반 생활의 영역까지 확대시킬 수 있었던 주된 요인이기도 했다.

철과 놋쇠가 주를 이루던 조선시대 이후 명맥이 끊기다시피 했던 은공예의 전통을 되살리고, 현대적인 감각을 접목해 새로운 예술적 경지로 승화시키고 있는 인물이 바로 ‘에덴공방’의 신경식 명장이다. 1976년 처음 입문해 무려 43년간이나 금속공예 외길을 걸어온 신경식 명장은 2007년 전국공예품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바 있으며, 그의 작품들은 2014년 행정자치부 지역 향토명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또한, 2015년에는 광주광역시 공예명장을 수여받았고, 국가검정 기능사자격 시험위원, 전국기능경기대회 심사장 심사위원, 한국산업인력공단 우수숙련 기술자 선정, 광주대학교 주얼리디자인학과 겸임교수를 역임하기도 했다.
신 명장은 “금속공예란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생활용품이나 장신구 또는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구조물 등을 금속을 활용해 생산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은’을 활용한 금속공예에 오랫동안 매진해왔으며, 전통 은 공예품 기술의 전승과 발전에 전심전력을 쏟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세계인에게 인정받는 ‘한국 전통은공예’를 만들어가는 데 최선 다할 터”
신경식 명장의 ‘차시(茶匙)’와 ‘차 거름망’은 전통과 현대가 결합된 독창적인 아름다움으로 큰 호응을 받고 있는 대표작들이다. 차를 젓거나 뜰 때 쓰는 숟가락인 ‘차시’는 고려 시대의 유물을 신경식 명장이 재현하고 상품화한 것으로 지금까지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는 대표상품이며, 출수 면에 3D마킹으로 전통문양을 새겨 넣은 ‘차 거름망’은 광주광역시 우수공예문화상품으로 지정받을 만큼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ㅇ그의 목표는 우리민족이 발전시켜온 놀라운 은공예 기술이 잊히거나 사라지지 않고,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이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것이다. 이에 신 명장은 전통 문양의 입체화, 패턴화, 이미지화를 통해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고 브랜드화 함으로써 은제 차도구, 장신구 등이 단순한 장식품을 넘어 실용적인 물품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나무, 도자기 등 서로 다른 재료를 접목한 은공예 제품을 통해 ‘금속공예’라는 보이지 않는 틀을 넘어서기 위한 노력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중국, 일본 등으로의 수출을 통해 해외 진출의 거점을 마련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신 명장은 “은 공예품은 고려시대의 귀족사회를 거쳐, 조선시대 사대부 사회에서도 장식성과 실용성을 겸한 물품으로 큰 인기를 누려왔습니다. 저는 이처럼 아름다운 전통문화가 우리 세대는 물론, 후대에도 계승되어 전해지길 바라며, 세계에 널리 알려 한국 공예기술의 우수성과 미적 가치가 인정받게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은공예에 평생을 바쳐온 그의 열정과 노력이 세계 속의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만들어갈 밑거름이 되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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