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고은주 작가
화가 고은주 작가
  • 정재헌 기자
  • 승인 2019.03.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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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원론적 유기체인 꽃의 구조 안에서 생명의 근원과 존재론적 가치로 만개하다

[월간인터뷰] 정재헌 기자 = 인간은 스스로 자아를 구현해 나가면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고 자아정체성을 탐구하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동의하는 화가 고은주 작가의 초기 모든 작품은 스스로를 향한 ‘여성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의문에서 출발한다. 화폭 위에서 ‘꽃과 모성’ 간의 사유를 논하는 고 작가가 다른 모든 예술 분야 중에서도 화가가 되기로 결심한 계기는 그림이 작가의 생각을 표현하고 나타내기에 적합한 활동이기 때문이었다. 고 작가의 해석은 여성성이나 여성 자체의 속성보다는 여성에게 부여된 사회적 가치이자 본성인 ‘모성’으로 전개하는 것이며, 모성과 어머니를 매개로 한 삶의 가치에 대한 탐구는 2007년 대학원졸업과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지는 작품의 주제이다. 

몽환적인 중첩과 함께 꽃잎에서 꽃으로, 여성의 인생을 관통하는 모성의 메타포

화가 고은주 작가는 그림에 색과 음영, 양감을 덧입히기보다는 본성을 철학적으로 사유하는 것, 그러한 결론으로 도출되는 주제를 색과 기법으로 은유하는 화가다. 친근한 소재인 꽃, 그 중에서도 꽃잎으로 여성을 표현하는 것에 대해, 고 작가는 꽃잎이 암술·수술을 보호하기에 인간의 입장에서는 어머니 같은 존재이자 역할이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이는 곧 작가가 살아 온 일생과도 관련 있고, 가까이에 있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여성을 보게 되고, 가부장적 아버지의 뒤에서 가족의 삶을 묵묵히 지탱해 온 모성이라는 속성을 이해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어머니의 삶을 보면서 ‘여자의 삶’이란 무엇인지, 모성의 본질을 사회학적인 관점보다 생명의 잉태와 양육이라는 인식으로 탐구하며 친근한 자연의 소재인 꽃으로 은유하였다. 시적인 상징과 은유를 함축한 시와 문장을 사랑하는 작가는 몽환적으로 중첩되며 푸근한 색조로 어머니의 숭고함을 상징한 꽃을 통하여 이 과정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꽃술과 꽃밥의 경계를 의도적으로 흐리게 하고, 색과 점을 중첩하여 쌓아올리는 작업은 꽃의 속성 중에서 푸근하고 부드러운 어머니의 마음을 가장 닮은 부분을 부각하며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에서다. 식물이라는 가정의 생명을 잉태하고 생성시키는 공간이자, 열매인 자녀들을 돌보고 양육하는 삶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이렇듯 꽃에 대한 고 작가의 탐색은 곧 인간의 존재에 대한 탐색인 것이다. 떨어져 시든 꽃잎에서 어머니의 희생을 느끼고 꽃잎 하나를 확대하여 표현한 고 작가는 인간과 자연이 지닌 공통적인 속성을 통해, 여성의 개념을 새로이 연구하며 2007년부터 꽃을 통해 ‘어머니’라는 소외된 이름, 타자화로 점철된 여성을 향한 존재론적인 개념으로 시각을 전환했다. 그리고 2012년 결혼을 앞두고 여성 개인의 삶과 모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시기부터 고 작가는 여성의 정체성, 결혼과 동시에 여성으로서 기존의 질서와 단절되는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후 가정을 이루며 모성의 개념을 긍정적으로 수용하기 시작한 고 작가는 3년 후 출산을 계기로 직접 경험한 모성에 대한 의식을 더욱 확장시켜 나갔다. 

자연의 유기체들에게서 받은 영감을 삶에 지친 이들에게 힐링으로 되돌려 주다

한편, 고 작가는 갖가지 형상으로 변화하는 자연의 사물들에서 작품의 영감을 찾는다. 꽃잎에서 만개한 꽃으로 이미지가 확대된 것에 대해서도 꽃의 시각적인 장식효과보다 꽃의 삶을 통해 인간의 삶을 반추하자는 데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여행 역시 고 작가에게 자연을 만끽하면서 다른 삶을 경험하고 관찰할 수 있는 계기이자, 지금까지의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자신을 생각하는 삶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소중한 취미활동이다. 자연은 곧 우리의 본성이며, 우리의 본질을 반영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 작가가 꽃을 탐색한다는 것은 남과 여, 지배자인 주체와 피지배자인 타자로 나뉜 이분법보다는 일원론적 유기체의 구조 안에서 인간의 생명을 잉태하고 생성시키는 존재론적 가치를 헤아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또한 여성에서 인간의 인생구조로 더 나아가, 이를 관찰하고 존재의 이유를 탐구하고 동양기법으로 시각화해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더욱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꽃이 보여주는 삼라만상의 전령 역할을 하는 소재가 물이다. 따라서 고 작가는 신화에 등장하는 ‘생명의 꽃’을 차용하여 물의 순환을 의미하는 물방울과 결합시켜 상징성을 배가하였다. 바쁜 일상 속의 사람들에게 평소 놓치고 살아가는 부분과 존재의 이유, 인생의 6하 원칙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우리의 내포된 가치를 알리고 나눌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고 작가는 다시 자연 속에서 인간의 본성과 본질을 닮은 요소들을 탐색하며 그 속에 담긴 인간의 의미를 전달하고자 한다. 범사에 감사하고 작은 일상에서도 소소한 행복 찾기를 추구하는 고 작가는, 다음 작품에서도 바쁜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어머니의 마음으로 위로를 전하고, 자신의 그림을 접하는 이들을 위해 한 폭의 그림에도 내일을 살아나갈 힘을 주는 메시지를 담고자 한다는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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