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만의 삶을 바꾼 위대한 도전, 한국 PET병 산업의 선구자
5천만의 삶을 바꾼 위대한 도전, 한국 PET병 산업의 선구자
  • 정재헌 기자
  • 승인 2019.02.20 10: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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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프라콘㈜ 한규범 회장

[월간인터뷰] 정재헌 기자 = 기업은 곧 국력이다. 하나의 기업이 성장한다는 것은 그 규모가 크건 작건 국민들의 삶을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시키며, 이는 결과적으로 국가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자동차기업의 성장은 보급화·대중화를 촉발해 국민들의 생활반경을 넓혀주며, IT통신기업은 정보화시대의 혜택을 보다 많은 이들이 경험토록 만든다. 건축업은 우리에게 편안하고 안락한 주거환경을, 식품업은 국민들의 먹거리를, 의료산업은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에 기여한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로 꼽히는 일자리창출, 경제활성화, 사회환원 보다도 더욱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가치’다.

55년 플라스틱 외길 걸어온 장인정신, ‘서울대AMP대상’ 수상의 영광 안아

한반도의 역사 속에는 우리 삶의 모습을 크게 변화시킨 결정적인 순간들이 존재한다. 고려 말 문익점 선생이 중국에서 목화씨를 가져와 백성들에게 따뜻한 겨울의복을 선사한 일이나, 60여 년 전 새마을 운동을 통해 보릿고개를 극복하고, 경제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던 일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1979년 5월 서울 여의도 전시장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국내 최초의 PET병은 국민들에게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도록 해주었으며, 국민들의 건강 증진을 통해 보다 적극적이고 활력 있는 경제활동을 가능케 하는 토대가 되었다.
지난 55년 동안이나 ‘플라스틱’이라는 한 우물만을 판 PET병 전문생산기업 한일프라콘㈜의 한규범 회장이 지난 1월 11일, 서울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개최된 ‘서울대 최고경영자(AMP)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로 18회를 맞는 AMP대상은 각계각층의 저명인사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의 주관 하에 1, 2차 예비심사와 본심사를 거쳐 선정되며, 평가에는 기업의 수익성, 안전성, 활동성, 성장성 등의 경영실적과 수상자 개인 및 기업의 사회공헌도와 평판, 업계와 국가경제 기여도 등이 포함된다. 
매년 권위를 더하고 있는 AMP대상의 높은 위상은 역대 수상자들의 화려한 면면으로도 증명된다. 제1회 시상식에서는 김승유 하나은행장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이윤우 前삼성전자 대표이사가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이후로도 심이택 前대한항공 사장, 박재갑 국립암센터 원장/(현)국제암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 손경식 CJ그룹 회장, 이구택 前포스코 회장,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이철우 前롯데쇼핑 사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한상범 前LG디스플레이 사장(現 부회장) 등이 역대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최초의 PET병 개발, 대한민국의 삶을 변혁시키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MP대상’의 목적과 가치가 수상자 및 기업이 그간 쌓아온 공로와 업적을 치하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들이 추구해온 정신과 열정을 전파하는 데에도 이어져 있다는 점이다. 한일프라콘㈜의 한규범 회장은 대한민국 전체가 경제성장을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던 1970년대 말, 그간 플라스틱 용기 제조업에서 쌓아온 노하우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PET병 생산이라는 과감한 도전을 시작했다. 독일 듀퐁社에서 탄산음료용으로 개발한 PET병을 세계 초유의 PET 식용유 용기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당시 인천 연안부두에 신축 중이던 C사의 식용유 공장에 주목한 그는 용기의 탄성이 부족해 온도·환경·충격의 세기에 따라 깨질 우려가 있고, 불투명한 색깔 탓에 내용물의 상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던 PE병(폴리에틸렌) 대신, 특유의 투명성으로 내용물이 깨끗하게 들여다보이며, 내충격성과 신장강도가 커서 일상생활에서 파손 우려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PET병이 식용유 용기로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해당 공장의 PE병 생산라인 구축이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빛을 발한 것은 바로 한규범 회장의 뚝심과 열정,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완벽한 데이터였다. 한 회장은 “당시 국내 식용유 업계 2위였던 C사는 1위를 추격하기 위한 발판으로서 인천 공장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기업의 사활을 건 사업이었기에 PET병이라는 낯선 분야에 대한 투자는 꺼려질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저는 오히려 PET병의 도입이 경쟁업체의 선발제품을 뛰어넘을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 설득했고, 이에 기존 PE병 생산라인과 PET병 생산라인을 병행 운용하는 것으로 결정이 내려졌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이후의 전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대로다. 시장의 뜨거운 반응 속에 투명한 PET 식용유 용기는 전국의 모든 주방과 식당을 장악했고, PE병 라인은 이내 철거되었다. 국민들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 PET병은 곧 세정제, 세제 등의 각종 생활용기는 물론, 음료와 생수용기로도 활용되었으며, 이는 국민들의 생활환경을 보다 건강하고 편리한 방향으로 한층 업그레이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인류 모두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한 도전을 계속할 터”

인체의 70% 이상은 물로 이루어져 있다. 몸에 물이 1~3%만 부족해져도 우리는 심한 갈증을 느끼게 되며, 5% 부족 시 혼수상태, 12%가 부족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뿐만 아니라, 아주 오래전부터 오염된 물을 섭취하는 일은 질병과 질환을 발생시켜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로 여겨져 왔다. 산업화를 거치며 우리 주변 곳곳에 각종 중금속과 화학물질이 범람하는 현대사회에 이르러서 이는 더욱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까닭에 언제 어디서나 깨끗한 물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 PET병의 탄생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PET병이 있음으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물에 의한 질병 발생률이 현저히 감소했으며, 이들이 각 산업현장에서 저마다의 역할에 건강히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적지 않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한 회장은 “사람이 살아가고 활동하는 데 있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찾게 되는 ‘물’을 언제나 손쉽고, 깨끗하게 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바로 ‘PET병’이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큰 자부심과 긍지를 느끼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한일프라콘㈜과 한규범 회장이 지난 반세기 동안 행해 온 일들이 여느 초 거대기업 못지않은 공로로 평가받고, ‘AMP대상’ 수상에까지 이른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 기업에서 개발한 제품이 수십 년의 시간을 거치며 우리 모두의 삶을 크게 변화시키고, 결과적으로 인류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단초가 되었다는 사실은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커다란 업적인 것이다. 이에 더해 한규범 회장은 1992년 32개 업체와 페트용기협회를 결성, 10여 년간 회장을 역임하며 PET병 업계의 건강한 발전을 이끌었고, 연간 8천 톤의 폐 PET병을 재활용 할 수 있는 설비도 구축했다. 또한, 손쉽게 PET병을 압축할 수 있는 기계를 개발해 지자체에 기부하기도 했으며, 다양한 사회 공헌활동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아왔다. 한규범 회장은 “PET병은 인류 역사상 전무후무한 발명품으로, 현대인들의 생활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기대수명이 100세에 이른 지금, PET병이 선사하는 깨끗하고 좋은 물이 우리 모두의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올 수 있길, 그래서 이 사업이 국민들에게 오래도록 ‘보석 같은 사업’으로 남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미지에 대한 용기 있는 도전,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지키며 언제나 앞으로 나아가길 주저하지 않는 그의 모습이 다시금 도약하길 꿈꾸는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들에게 참된 지표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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