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과 어우러지는 건축, 고객이 만족하는 ‘좋은 건축’을 추구하다
역과 어우러지는 건축, 고객이 만족하는 ‘좋은 건축’을 추구하다
  • 임승민 기자
  • 승인 2019.02.18 11: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에이엔 건축사사무소 안명이 대표
에이엔 건축사사무소 안명이 대표

[월간인터뷰] 임승민 기자 = 건축물은 그 자리에 존재하게 된 순간부터 무수히 많은 관계를 맺게 된다. 그 공간에서 생활하고 거주하는 인간과의 관계, 건축물이 위치한 주변 환경과의 관계, 건축물로 말미암아 파생되는 지역사회의 변화라는 관계까지. 경북 포항시 남구 상도동에 위치한 에이엔 건축사 사무소는 바로 이러한 건축물의 관계적 특성을 고려하며 고객이 만족하는 최상의 결과물을 제시하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여성건축사의 도전, 포항의 모습을 변화시키다

2006년 ‘미르건축사 사무소’로 출발해, 지난 2015년에 지금의 ‘에이엔 건축사사무소’라는 이름을 얻게 된 이곳은 지난 13년여간 경북 포항을 거점으로 작지만 의미 있는 족적을 남겨왔다. 여타 대도시의 대형 건축사사무소에 비하면 작은 규모에 불과함에도 이들이 주목받을 수 있었던 까닭은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 섬세함과 직접 발로 뛰는 행동력을 두루 갖춘 건축사, 안명이 대표의 고집과 원칙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수학(受學)하고 자란 안명이 대표는 대학시절, ‘인간의 생활을 담는 종합예술’이라 불리는 건축에 깊이 매료 되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건축’이란 분야는 여성의 접근을 그리 달갑게 여기지 않는 보수적인 조직이었던 탓에 어려움이 컸지만, 그 무엇도 그의 꿈을 향한 도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내 대구의 전통 있는 유명 건축사사무실에 들어간 그는 이후 10년 여 동안 이곳에서 배우고 일하며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때마침 대구시가 직할시에서 광역시로 승격되며 대대적인 도시 재편이 이뤄지고 있던 터라 종합문화예술회관, 야구장 등과 같은 대형 건축물의 설계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경험은 지금까지도 안 대표의 훌륭한 자산이 되어 주었다. 하지만, 그랬던 그에게도 잠시간 현장을 떠나있을 수밖에 없는 시기가 찾아왔다. 여성이라면 필연적으로 맞이하게 되는 결혼과 출산, 육아의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건축사로서의 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가정에 먼저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에 현장을 떠나는 안 대표는 육아로 바쁜 와중에도 프리랜서로 일하며 건축과의 인연의 끈만은 놓지 않아왔다. 자녀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고, 조금은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자 과감히 현장으로의 복귀에 도전한 것은 그가 품고 있던 건축에 대한 열정을 생각하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가족들 또한 안 대표의 도전을 응원해주었고, 그것이 낯선 도시 포항에서 개업 초기 2~3년간의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안 대표는 “포항에서 건축사로서의 활동을 시작하며 처음 맞닥뜨린 문제는 대도시와 지방도시 간의 분명한 차이였어요. 전국적인 규모의 대도시들과 비교해 대구시가 그리 큰 도시는 아니었고, 포항시 또한 여타 지방도시에 비해 산업이 크게 발전한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구현하고자 했던 것과 고객이 생각하는 방향이 달랐던 탓에 장애를 겪기도 했었죠. 하지만 그때 생각난 것이 어느 선배 건축사님이 해주셨던 말씀이였어요. ‘무조건 크고 웅장한 건물을 짓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 그 지역에 맞게 어울리는 건물을 짓는 것 또한 좋은 건축이다’라는 내용이였죠. 그 말에 위안을 얻고 다시금 주변을 둘러보니 제가 가야할 방향이 뚜렷히 보이기 시작했어요. 도시와 어울리는 통일성을 갖추면서도, 사용자의 성향과 지리적인 조건, 경제성 등을 반영하여 각기 다른 건축의 미를 구현해내는 것이 제가 선택한 방향이었죠”라고 말했다.

“즐겁고 행복한 건축, 고객이 만족하는 건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안명이 대표가 추구한 ‘질서가 있는 변화’는 이내 고객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일으켰다. 과하거나 부족하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개성과 구조적 아름다움을 살린 건축, 사용자의 목적을 반영해 실용적이면서도 기능적인 건축의 방향성이 고객들의 만족도를 극대화시킨 것이다. 이에 더해 안 대표는 프로젝트 하나하나에 더욱 집중하고자 한꺼번에 받는 수주 한도를 극히 제한시켰다. 더 나은 건축을 위해선 건축사가 단순히 설계의 과정만을 마친 뒤 손을 놓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의도했던 바가 현장에서 정확히 구현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컨트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설계에서 완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 참여하는 동안 자신과 직원들 모두가 즐기면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일에 대한 만족도 뿐 아니라, 완성물의 퀄리티도 향상시키는 결과를 낳으리란 확신도 있었다.​

다른 사무소의 2배, 3배 이상 많은 횟수를 현장에 방문한다는 안 대표는 그만큼 지금껏 작업했던 모든 크고 작은 건축물들에 강한 애착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일례로 영덕에 농촌진흥청에서 발주한 국립식량과학원 사업에 참여했을 때에는 도심지와 멀리 떨어진 외각 지역에 공사를 진행할 때의 어려움이 무엇인지도 깨달을 수 있었고, 자연과 가까운 평온한 농촌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매출과 실적에 급급하기보단 즐겁고 만족도 높은 건축을 추구하는 그에게도 어려움은 있다고 한다. 적응하기가 무섭게 새로이 바뀌는 건축 관련 법령이 그것이다. 건축 자재와 관련된 법령이 바뀌었음에도 현장에선 이를 정확히 숙지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이를 조율하고 컨트롤하기 위해선 설계 단계 이상의 노력과 시간, 인력의 소모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아무래도 현장에선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다 보니, 변경된 법령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불필요한 공사기간 연장이나, 자재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라고 당부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여성 건축직들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에 발맞춰, 이들에게 주어진 자녀 양육의 부담을 덜기 위한 공공 탁아시설이나 보육기관의 확대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건축은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고, 도시를 움직이며, 나아가 국가를 발전시키는 매개체다. 고객들이 만족하는 건축, 우리 후손들에게까지 이어질 수 있는 좋은 건축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는 안명이 대표의 다짐이 언제까지고 변함없이 지켜지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