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어루만지는 행복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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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세정 기자
  • 승인 2018.12.14 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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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고등학교 이상민 교장
부경고등학교 이상민 교장

[월간인터뷰] 임세정 기자 = 그리 길지 않은 한국 근대교육 역사에서 무려 112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학교가 존재한다는 것, 더욱이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전통과 명성을 이어오며 지역 최고의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부산 부경고등학교는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새로운 시대에 발맞춘 변화와 혁신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지역경제 성장에 기여해왔다.

자존감을 높이는 교육 프로그램 시행해 주목
112년 전통의 부경고등학교는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1906년 부산상업학교로 개교, 부산제일상업고등학교, 경남상업고등학교를 거쳐 2004년 지금의 부경고등학교라는 이름을 갖게 된 후 ‘지성‧인성‧감성을 겸비한 창의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최선을 다해왔다. 특히, 졸업 후 사회 각계각층에 진출하여 우수한 역량을 뽐내고 있는 동문들의 뜨거운 애교심은 후배를 위한 장학사업과 총동창회의 왕성한 활동으로 이어지며 학교의 발전을 지지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 
부경고의 이상민 교장은 “제3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전국의 상고와 공고 등의 운영이 어려워졌던 시기, 저희 부경고의 상황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제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응코자 2016학년도부터 다행복학교를 운영하는 등 변화와 혁신에 집중한 결과, 지금은 해가 다르게 발전하는 학교로 거듭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특히, 지난 2017년 3월 제30대 교장으로 취임한 이상민 교장은 학생들의 자치활동을 중점적으로 지도함으로써 자존감을 향상시키고, 생각과 생활, 학습의 토대를 변화시키는 데에 집중하는 교육철학을 펼치며 부경고의 발전적 변화를 앞장서 이끌고 있다. 이 교장은 “교육은 단순히 책상 앞에서만 펼쳐지는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교육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뇌과학 서적을 200권 이상 독파하며 내린 결론은 학생들의 심리 상태가 성장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카우아이 섬의 아이들에 대한 종단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을 전적으로 믿어주고 감싸 안아 주는 멘토의 존재는 ‘회복탄력성’을 키워주는 토대가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는 학교 교육이 기대하는 이상적인 인재상을 만들어내는 밑거름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부경인 400인 원탁 토론

이상민 교장의 이러한 철학은 실제 부경고가 자랑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부경고에서는 1, 2학년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의 심리적 특성, 진로 및 진학 방향, 학습방법 등에 대해 알아보는 3종의 심리검사를 실시하고, 그에 따른 전문가 투입 프로그램을 10회기 가량 실시하는 동기 강화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개별상담 및 학부모아카데미도 병행함으로써 학생들의 심리와 고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이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보다 세밀한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동기강화 프로그램 등은 진로를 빨리 탐색하고, 그에 적합한 학습력을 높이는 기능과 학교 적응력이 낮은 학생들의 자존감을 드높여 자신의 진로를 탐색토록 하는 기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또한, 학생들 스스로 교칙을 제‧개정하는 ‘400인 원탁토론’ 등의 자치활동 프로그램도 주목받는 요소 중 하나다. 자치적 학생회를 꾸린 지 3년 만에 학생회 지원자가 1학년 전체 130명 가운데 80명에 이를 만큼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또한, 부경고 사회적기업 창업동아리 ‘로운공작소’는 격주 금요일마다 교내 카페를 운영, 특수학급 친구들이 구운 쿠키를 함께 팔고, 수화로 주문하는 친구들에겐 할인해주고 있다. 이와 같이 ‘학생다운 학생’을 넘어, ‘학생이자 시민’으로서 서로 소통하고 나눔과 배려를 실천함으로써 스스로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자치활동 프로그램은 부산은 물론 전국의 학교에서도 벤치마킹을 위한 요청이 쇄도하고 있으며, 지난 11월 11일, 서울시교육청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제1회 학교민주시민교육 포럼’에서 ‘시민교육’ 사례로 발표되기도 했다. 그밖에도 이 교장은 “심리지도의 경우 축구부와 야구부에서 더욱 큰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스스로의 역량을 바로 알고, 이를 키우기 위한 맞춤형 심리강화훈련에 돌입함으로써 성장의 폭이 매우 커진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프로팀에 지명된 한 학생의 경우 시합장에서 직접 코치하는 것만으로 확연하게 성장한 사례를 보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성장 교실

“학생들이 본받을 수 있는 교사, 즐겁고 행복한 생활이 이뤄지는 학교를 만들겠습니다”
부경고에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끊임없는 연구와 교과 과정의 혁신을 도모하고 있다. 보다 배움중심수업을 전개하기 위한 교과협의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으며, 학교생활에 적응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보다 즐겁게 학교를 다닐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성장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체육특기반, 바리스타반, 실용음악반이 운영되고 있으며, 학생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보다 행복한 학교생활을 만들어가는 데 일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축구부와 야구부의 경우 각각 1946년, 1945년 창단되어 전국대회에서 25회, 8회 우승했을 만큼 뛰어난 성적을 자랑하고 있기도 하다. 축구부는 2018년에 이미 제54회 한국추계고등학교연맹전에서 우승, 두 차례의 3위를 거머쥐었으며, 야구부는 프로선수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를 서포트하고자 부경고는 ‘체육진로집중반’을 개설하여, 선수들에게 더욱 과학적이고 필요한 트레이닝 전문수업을 제공하고 있으며, 체육방과후학교도 운영해 외부의 값비싼 전문학원을 이용하지 않고도 상당한 퀄리티의 교육이 가능하도록 돕고 있다.

축구부 추계 연맹전(96팀 참가) 우승

뿐만 아니라, 이미 수년째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목되고 있는 학교폭력, 따돌림 등의 방지를 위한 노력에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부산광역시교육청에서 10년 넘게 학교폭력 담당 장학사와 장학관을 맡은 경험이 있는 이상민 교장은 형식적인 데에 그치는 ‘강의식 예방교육’은 최소화하되, 심리검사 결과에 근간한 학생 개개인의 케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갈등조정, 집단상담, 자치위원 워크숍, 전문가컨설테이션, 생활교육지원단 운영 등을 통한 상호이해와 배려 및 존중을 통한 학교적응력 향상을 위하여 돕고 있다.
이 교장은 “선생님이 행복해야 학생들도 선생님의 행복한 모습을 본받아 행복해집니다. 이러한 것을 뇌과학에서는 거울신경세포에 의한 신경가소성이라고 합니다”라며, “학생들이 자신의 삶의 방향을 바르게 잡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 스스로의 역량을 주체적으로 키워가는 것, 항상 최선을 다하는 자세를 통해 즐거운 학교생활을 만들고, 또 이를 기반으로 미래를 개척해나갈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가고자 항상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단순한 교육기관을 넘어, 학생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행복공동체를 만들어가고자 하는 이들의 노력이 어떤 결실로 우리에게 돌아올지 그 미래가 사뭇 기대된다.

RCY 식목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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