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중에게 바치는 음악, 청중을 사랑하는 음악가
청중에게 바치는 음악, 청중을 사랑하는 음악가
  • 임승민 기자
  • 승인 2018.12.14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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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음악 MiOT 강순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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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대음악 MiOT 강순희 대표

[월간인터뷰] 임승민 기자 = 우리시대음악이란 무엇인가
음악이 주는 감동은 그 어떤 예술 장르보다 깊고 진지하다.  청중에게는 보다 난해한 음악언어를 통해 포착하기 힘든 추상적인 개념을 소리의 이미지로 전달받는 순간 우리는 가슴 깊은 곳의 충만함과 형언하기 힘든 감동을 받게 된다.  “음악은 일상의 먼지를 영혼으로부터 씻어낸다”고 했던가. 그 진정성은 바로 이런 것을 두고 표현한 것이라 생각해 본다.
MiOT은 지난달 11월 1일, 2017년도에 이어 또다시 <우리 이곳에>란 주제로 두 번째 음악회를 부산금정문화회관에서 열었다.  부산음악청중은 물론,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우리시대의 음악이란 어떤 것인가’를 생각게 하는 자리였다.  스스로도 작곡가이자 MiOT 설립예술감독을 역임하고 있는 강순희 대표는 “서양음악 600여 년의 발달선상에서 바라본 이 시대의 다양한 음악을 우리는 어떤 시각에서 접근할 것인가를 모색한 자리 였습니다”고 말한다. 
J.S. Bach, Brandenburg Concerto no.5, 그리고 구소련의 Alfred Schnittke 의 concerto Grosso no.3를 한국초연으로 소개한 이 음악회에서 청중에게 던진 특별한 질문, “동일한 음악적 유산을 후세의 작곡가들은 어떻게 받아들이며 이어가고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들려주는 자리였다.  특히 20세기 후반 격동기의 음악시류를 배경으로 태어난 Schnittke의 이 작품은 “바로크 전통의 계승을 유감없이 실현한 고전적 재생품임을 선보인 것이지요. 음악사를 통 털어 전례 없이 변화무쌍한 이시대의 다원론적 가치를 깊이 인식하고 대중과 가까이에서 시대음악을 탐색하자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것은 우리시대음악의 오직 일면을 뿐이라고 강 대표는 말한다.  그리고 부산지역 젊은 작곡가의 작품 2편과 함께 <우리 이곳에>에 와 있음을 청중에게 알리고 창작음악의 활성화와 보급에도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편견 없이, 깊이 있는 시각으로 현대음악의 이해를 도모한다.
진주사범학교 졸업, 부산사범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한 강순희 대표는 고등학교 음악교사로 재직 중 최초의 단독연주회 <강순희 작품전, 1962)을 연 그는 1967년 뉴욕 유학길에 오른다.  
Manhattan School of Music, The Juilliard School, 그리고 Queence College, CUNY에서 기초훈련 및 학문에 이르기 까지 음악교육의 재정비로 학사 및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1976년 일시 귀국한다.  서울대학교, 한양대학교, 중앙대학교 음대에서 2년 동안 작곡 및 음악이론을 가르쳤으며,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Hartford 대학교 The Hartt School에서 작곡공부에 몰두, 음악박사학위를 받게 된다.  미국대학에서 3단계의 학위를 받은 동세대 유일의 작곡가로 기록되기도 한다.  이후 모교와 코네티컷 주립대학에서 가르치는 동안 작품 활동에도 매진하며 Norman Bayler 최우수 작곡상, MacDowell 예술원 펠로, 코네티컷 주 예술진흥원 위촉상 등 다양한 수상경력을 쌓았다.  작품은 솔로 곡에서 관현악곡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고 뉴욕, 도쿄 등지에서 연주 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전개해 왔다. 대한민국작곡상(1988)을 수상한 부산 유일의 작곡가. 1987년에는 부산대학교 예술대학 작곡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우리시대음악(MiOT, Music in Our Time)이 출범하게 되었다.  퇴임 후 오늘에 이르기 까지 이십일 년째 MiOT 활동의 폭과 그 내용의 지속성은 음악사회에 널리 각인되어 있고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작곡가들이 부산 상주의 MiOT 단체를 통해 작품을 발표해 왔다.  그는 대학교육 이외에도 학회활동, MiOT학술지 발간, 다수의 논문 및 영한역서 출판에도 힘을 쏟아 왔다.  

MiOT예술감독으로서 지향하는 바는 “현대음악의 폭넓은 이해를 위해 다양한 음악을 편견 없이, 깊이 있게 접근하는 겁니다.  또한 대중에게 바치는 음악이라는 현실을 외면해서도 안 됩니다. 청중이 없다면 위대한 음악도 위대한 음악가도 없어요.”  1997년 창단 이래로 매년 정기연주회를 열어온 MiOT는 현대음악의 광범위한 면면을 추적하기 위해 특정주제를 토대로 연주회의 범위를 설정하고 초점을 제시해 왔다 (말과 음악 2008 : 아시아의 물결 2012 : 소리와 무대 2015). MiOT 출범 음악회를 개최하면서 강 대표는“국적을 초월한 작품위촉 및 연주에 헌신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Koussevitzky, Fromm재단, 또는 유럽의 라디오 오케스트라와 같은 대단위의 페트론이 우리 주변에는 아직 존재하지 않습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던 그가 MiOT 20주년 기념음악회를 펼치면서 “국가문화지원시스템(NCAS)으로 부터 받은 지원은 MiOT활동의 필요한 동력이었고, 감당하고 버틸 수 있는 힘을 실어 주었다. 시대음악의 맥을 이어갈 의무가 모두에게 있다는 사실을 이제 확인했다”고 20여년의 활동을 술회했다.  우리시대 음악에 대한 열망과 아름다움을 공유하고 호소하는 본질의 가치를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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