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했던 조선시대 전통주 문화를 일으켜 세울 양조 전문가들의 산실
찬란했던 조선시대 전통주 문화를 일으켜 세울 양조 전문가들의 산실
  • 오상헌 기자
  • 승인 2018.12.12 11: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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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백 년 전통의 가양주 가업 이은 유럽 유학파의 경험 살려 페어링과 양조기법 발전 기대”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 최덕용 소장/ 한국발효식문화연구원, 한국전통발효식품생산자협회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 최덕용 소장/ 한국발효식문화연구원, 한국전통발효식품생산자협회

[월간인터뷰] 오상헌 기자 = 일제강점기 총독부의 법령과 수탈로 사장되다시피 했던 우리 전통주 문화가 2000년 대들어 숨통이 트인 데 이어, 지난해 7월 전통주류에 한정해 인터넷 판매가 허용된 이래 1년 만에 18억 원 대에서 25억 원 대로 상승기류를 타고 있다. 이에 국내 소규모 양조장들은 높은 주세와 오픈마켓 입점 수수료, 제한된 인지도라는 핸디캡 속에서도 새로운 전성기를 꿈꾸고 있다. 그중, 전통 가양주의 명가인 경주 교동법주를 대대로 빚어 온 집안에서 태어나 유럽, 중국의 요리와 주류 문화를 배워 귀국한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 최덕용 소장의 행보가 인상적이다. 전통주의 올바른 계승은 물론 전통주와 요리를 곁들이는 페어링, 현대 주류와의 조화와 양조 전문가 양성에 이르기까지, 최 소장의 전통주를 향한 헌신과 소명의식에 대해 소개해 본다. 

유럽의 셰프, 우리 전통 발효주와 발효식품의 우수성 알리는 연구소 설립하다
전통주는 청주와 탁주로 나뉘며, 소주, 약주, 막걸리로도 구분한다. 우리의 누룩을 전통 방식으로 빚어 감미료 없이 발효시킨, 물과 우리 쌀로 만든 술이 전통주의 원형이고, 맑게 뜬 윗물이 약주이며 가라앉은 것이 탁주인 막걸리다. 한국전통주문화연구소의 최덕용 소장은 가양주의 대명사인 경주 교동법주를 빚는 집안에서 태어나, 유럽에서 17년, 중국에서 6년간 셰프로 활동하며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전문 와인학교 과정을 이수한 바 있다. 또한 유럽의 술과 발효식품만큼 우수한 우리 술과 발효식품에 대해서도 지난 30년간 휴가 때마다 귀국하고 배워 조예가 깊은 최 소장은, 지난 2009년 한국의 발효 수준을 재현하고 계승하고자 완전히 귀국하여 연구소를 설립했다고 한다. 안정된 환경을 버리고 시작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지만, 전통주에 대한 명확한 양조방식과 열정을 바탕으로 양주 마스터, 민간자격증, 발효음식에 대한 커리큘럼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직은 전통주 산업이 작고 소박한 규모지만, 최 소장은 해외에서 공부할수록 고려-조선시대의 찬란했던 식문화와 전통술 문화의 독창성을 실감하였고, 끊어진 전통주의 맥을 이어 페어링 될 요리 등 발효과학과 함께 재조명 시킨다면 이는 곧 한국을 대표할 식음문화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5백 년 전통 가양주라는 전통 가업에서 얻은 노하우로 소규모 양조장들과 한국전통주연구소 박록담 소장 등 전문가들과 교류하는 최 소장은, 발효방법이 단순한 서양 양조와 달리 우수한 전통누룩이라는 효소와 효모가 일체 된 당화 겸 발효제를 통해 더욱 독창적인 술을 빚을 수 있으며 현대의 입맛에 맞출 수도 있다고 한다. 

현장 교육 중심의 전통주 마스터 과정 인기, 전통주 성장 위한 주세 법령 개선 필요
해외에서도 각 국가별 전통주 양조법을 많이 배웠으며, 우리 성현들의 고문원을 잘 풀이해 유실된 술들을 재현하고 복원하는 데 열정을 보이고 있는 최 소장은 현재 취미에서 전문가까지 양조를 할 수 있는 다양한 커리큘럼을 진행하고 있다. 각각 8회, 12회, 20회로 나뉘어 고급의 경우 51주(1년) 과정을 거치고 전문 마스터 6개월을 이수하면 양조장에서 직접 원하는 술을 빚을 실력이 된다고 한다. 덧붙여 마스터 과정에서는 이론뿐 아니라 양조장에서 실제로 고두밥을 짓고 발효를 시키는 현장 교육을 실시하기에, 다른 전통주 업계와도 상생하며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지난 8년간 총 2천여 명이 최 소장의 양조기술을 이수했고, 5년 전부터 이수자 4명이 작은 양조장을 운영 중이다. 최 소장은 `60년대 이후 분식 장려와 쌀로 양조하는 것을 금지한 정책 이후 저해된 전통주 분야의 발전을 비롯해, 항암성분, 미네랄, 유산균이 풍부한데도 여전히 공장 양산된 전통주만 접한 탓에 숙취가 많다고 인식된 전통주에 대한 선입견을 깨는 일 외에도 할 일이 많다고 한다.

다행히 요즘 젊은 층에서는 전통주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만, 전통주의 발전에는 영국, 미국, 프랑스처럼 농업이 근간이 되고 우리 농산물인 쌀과 곡물, 과일 수확량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하기에 농업과 전통주 산업의 상생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주세법을 종량세로 바꾸고, 주세를 국세청의 중앙세에서 지방세로 전환하면 지역의 일거리 창출과 육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 외에도 `95년부터 한국발효식품관련 연구소들을 열어 경주 교동에 대대로 내려오는 약 120여 종의 발효식품의 계승과 현대화에도 앞장서는 최 소장은, 우리의 위대한 전통주 산업이 발전하고 계승되도록 열악한 양조장들에게 힘을 실어줄 정책과 제도장치 개편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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