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완성시키는 도시 속 공간, ‘조경’의 공공성을 주목하다
삶을 완성시키는 도시 속 공간, ‘조경’의 공공성을 주목하다
  • 오상헌 기자
  • 승인 2018.12.12 11: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김신원 교수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김신원 교수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김신원 교수

[월간인터뷰] 오상헌 기자 = 산업이 점차 고도화되어 감에 따라, 공적 공간으로서의 가로와 광장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도시의 기능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수준 높은 공적 공간은 대상지 자체의 변화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한 지역과 문화에 활력을 가져다주는 촉매제가 되는 까닭이다. 아울러 여기에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성을 갖춘 녹지와 수(water) 공간의 융합은 최근 도시설계의 뚜렷한 경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코레일 정원(당선작)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코레일 정원(당선작)

조경 문화의 수준과 질, 사회 성숙도를 판단하는 척도가 될 터
앞으로의 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필요에 의한 공간’을 넘어, ‘살기를 희망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갈수록 기술은 발전하고, 우리들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변화시킬 요소들이 곳곳에 자리하겠지만, 그와 함께 인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공간, 소통과 휴식,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 조경 공간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경희대학교 예술·디자인대학 환경조경디자인학과 김신원 교수는 바로 이러한 생각 아래 조경 문화의 발전을 위한 연구와 이를 실제로 구현해내기 위한 작품 활동, 그리고 후학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에 매진하고 있다.
김신원 교수는 “조경(造景)은 영어로 ‘Landscape Architecture’입니다. 혹자는 이 단어를 번역할 때 경관건축 내지 조경건축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이는 조경을 특정 영역에만 국한지어 버린 잘못된 번역입니다. 조경의 의미는 ‘경관을 만들기 위한 학문’이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주변 어디에서나 다양한 옥외 공간(outdoor space)을 마주할 수 있다. 개인 주택의 정원이나 거리의 인도와 공터, 광장, 녹도, 공원 등이 있고, 또 그 안에 배치된 수많은 시설물과 구조물, 조형물, 장식물 등을 발견하게 된다. 이처럼 우리의 삶터와 일터의 외부 공간을 구성하고, 배치하고, 연출하는 것이 바로 ‘조경’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조경은 고유 학문 분야이지만, 훌륭한 외부 공간을 얻기 위해 때로는 디자인, 회화, 조각, 건축, 도시, 토목 등과 긴밀한 협업 관계를 갖기도 합니다”라며, “선진국을 찾아가 보면 그들의 조경 수준과 질의 상당히 높은 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조경의 역사와 전통이 그만큼 오래되었다는 것과 함께, 조경 문화에 대한 인식이 두루 퍼져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코레일 정원(최종)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코레일 정원(최종)

조경 공간은 대부분 반공적공간(semi-public space) 혹은 공적공간(public space)의 성격과 특성을 지닌다. 남녀노소의 구분 없이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이용하는 열린 공간이라는 이 특성은 개인의 소유에만 집착하는 사회에서는 개화되기 어렵다는 게 김 교수의 생각이다. 그는 “특정 부류에 속한 소수의 사람만이 독점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사람이 혜택과 이득을 보며 서로를 아우르는 조경 공간이 조성되어 있다는 것은 현대 사회에서 삶의 질과 수준을 판단하는 일종의 척도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적게 가진(low status) 사람과 많이 가진(high status) 사람이 모두 함께 유익을 갖는 공공 이익(public goods)의 장소 만들기는 환경 정의, 불평등 해소, 약자에 대한 배려, 환경 변화 억제 및 대응이 시급한 현 상황에서 반드시 필요한 점이기도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가든 아나스타시스 (Garden Anastasis)
가든 아나스타시스 (Garden Anastasis)

대한민국 조경 산업의 도약 이끌 후학 양성에 매진
김신원 교수는 “어릴 때만 해도 공부보다는 그저 무엇인가를 만드는 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자연스레 공업 과목, 그리고 조경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고, 고등학교와 대학을 거쳐 더 깊이 배우고자 하는 마음에 미국 유학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다. 미국 Cornell University 대학원 조경학과에 진학하여 조경학석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경희대학교 대학원 조경학과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경희대 환경조경디자인학과에서 조경학을 가르치면서 고유 과목으로 ‘조경디자인랭귀지’, ‘조경기초디자인’, ‘도시조경설계’, ‘도시공간디자인론’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독립심화학습(Independent Study in Landscape Architecture)’ 관련 연구도 담당하고 있다. 

도시공간디자인 연구실에서 대학원생들이 포토샵 스터디를 하고 있다. 시계 방향으로 92학번 송군호 강사, 15 이승아, 10 Sara Guerrero, 10 배방명, 14 유흘연, 13 진효훼, 15 이유림, 13 김지우 학생
도시공간디자인 연구실에서 대학원생들이 포토샵 스터디를 하고 있다.
시계 방향으로 92학번 송군호 강사, 15 이승아, 10 Sara Guerrero, 10 배방명, 14 유흘연, 13 진효훼, 15 이유림, 13 김지우 학생

경희대 환경조경디자인학과는 미술 실기시험과 비실기시험을 통해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은 관공서나 각종 공기업(공사), 기업체, 엔지니어링 회사, 기술사사무소, 설계사무소, 학교, 연구원 등으로 진출하고 있으며,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통해 축적한 잠재력과 역량들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김 교수는 도시공간디자인 연구실(Urban Space Design Studio & Lab.)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 중국, 에콰돌의 학생들이 학업과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도시환경 개선을 위한 친환경 주차장 조성 연구’, ‘방재공원의 지진 및 화재 예방을 위한 공간구성 분석’ 등 다수의 연구 성과를 창출해내고 있다. 
김 교수는 “처음 교수로 임용됐을 때에는 현명하고 성실한 조언자, 훌륭한 지도자이자 교사가 되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어느덧 점수에 따라 학생을 선호하거나 차별하고, 옳고 그름을 알면서도 행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게 됐습니다. 이제 다시금 초심으로 돌아가 학생들의 생각과 행동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수 있는 멘토로서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그는 “점점 전문화·세분화되어 가는 학제적 상황에서 항상 겸손한 마음과 낮은 자세로, 배우려는 자세를 갖는 것은 스스로의 성장을 위해서도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아울러 이웃을 섬기고, 함께 더불어 사는 마음가짐으로 임한다면, ‘청출어람 청어람’이라는 말처럼 학생들이 저를 뛰어넘어 대한민국 조경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인물로 성장하리라 확신합니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한편, 김신원 교수는 대한주택공사 인천가정 진해자은 국민임대주택건설단지 총괄계획가,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설계자문위원회 위원, 경기도 공공디자인위원회 위원 등 다양한 대외활동 및 자문활동을 해왔으며, 남산 제2호 터널 개수공사 조형 및 조경설계, 2002 고양시 세계꽃박람회 화단 디자인, 수원시 인생길 정원, 순천만 코레일 정원, 가든 태버내클, 가든 왕이로소이다, 가든 아나스타시스 등의 작품을 계획 설계하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