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감싸주는 편안함으로, 중생 가까이에서 함께하는 도량
마음을 감싸주는 편안함으로, 중생 가까이에서 함께하는 도량
  • 임세정 기자
  • 승인 2018.11.16 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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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슬산 보국사 응기 주지스님
비슬산 보국사 응기 주지스님
비슬산 보국사 응기 주지스님

[월간인터뷰] 임세정 기자 = 도심 속 사찰의 접근성과 산중 사찰의 고즈넉함이 어우러지다
정상의 바위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을 닮았다 하여 ‘비슬(琵瑟)’이라 이름 붙은 대구의 명산 ‘비슬산’은 영남의 젖줄이라 불리는 낙동강이 산을 부드럽게 감싸며 흐르고, 스님바위·코끼리바위·형제바위 등의 이름난 바위가 많아 산세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대구시민들이 비슬산으로 가기 위해 지나는 길목의 초입에 아담한 저수지인 옥연지와 정갈하게 정리된 송해공원이 있고, 그 옆에 잠시 머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사찰이 있으니 바로 비슬산 보국사다. 1963년 혜덕(慧德) 스님에 의해 창건된 비슬산 보국사는 80년대 보행(普行) 스님에 의해 중창되고, 94년경 완공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2017년 6월부터 보국사 주지를 맡은 응기 스님은 같은 해 7월부터 해인사성보박물관 부관장을 겸임하고 있기도 하다.

보국사를 찾은 이들이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하는 감상은 ‘편안함’이다. 크고 웅장하여 그 앞에 서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하는 것이 아닌, 딱 내가 수용할 수 있을만한 너비의 아늑함, 내가 어떤 사람이었건 상관없이 나를 안아줄 수 있을 것만 같은 포근함, 우러러 볼 수 없을 만큼 높은 곳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곁에 가까이하며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의 자비를 아무런 포장 없이 품고 있다는 점이 종교를 불문하고 누구나 보국사를 찾게 만드는 매력이다. 지난해 초파일에 산사음악회 형식의 조그만 공연을 개최했던 것 또한 이 같은 보국사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일례다. 응기 스님은 “보국사를 찾는 분들로부터 종종 템플스테이에 대한 문의를 받기도 합니다. 도심에서 20~30분 거리로 가까우면서도 산중 사찰의 고즈넉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고, 법당 뒤편을 병풍처럼 둘러싼 바위산의 사계절, 사찰 곳곳을 수놓은 꽃과 나무들의 아기자기함이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것 같습니다”라며, “지금은 먼저 도량 곳곳을 보완하고 정비하는 것이 우선인 것 같습니다. 산책하듯, 운동하듯 언제든 편안하게 방문객을 맞이할 수 있는 사찰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과거보다 지금의 순간에 매진하고 집중하는 삶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보국사를 찾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느꼈던 편안함과 아늑함은 그저 느낌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사찰이 기대어 선 커다란 바위는 이른바 ‘청돌’이라 불리는 것으로 돌중에서 가장 단단하다고 알려져 있다. 그 돌에서 흘러나오는 기운 덕인지 보국사는 영험한 기도도량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실제로 최악의 폭염과 가뭄으로 전국이 들끓던 지난 8월, 옥포면과 옥포면체육회 등 지역단체장과 주민 100여 명이 자리한 가운데 보국사 옆 송해공원에서 단비를 기원하는 ‘기우제’가 열리기도 했다. 한 달여 이상 비 소식이 없었던 2017년 가뭄 당시에도 기우제 이틀 만에 비가 내리기 시작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러한 까닭에 간혹 사찰에 방문한 불자들이 돌아가신 부모님 등 가족을 보국사에 모시고 싶다는 말을 전해오기도 한다. 이에 응기 스님은 남겨진 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떠나간 가족을 애도하고자 하는 그들의 마음을 받아 사찰 정비가 끝나는 대로 봉안당을 마련할 계획이다. 
응기 스님은 “모든 사람은 태어난 이후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을 겪습니다. 세상 어느 누구도 죽음을 외면할 수 없지만, 갑작스런 부모님이나 가족들의 죽음은 황망하고 두렵기만 합니다. 그러나 항상 삶 속에서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아야 합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 앞에서 내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인지 고민해본다면 우리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라며, “지난 것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에 매진하고 집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미래에 행복하기 위해 현재를 포기하고, 과거의 일 때문에 현재를 망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됩니다”라고 당부했다. 소담하고 아늑하며 고즈넉한 도량, 예불시간마다 목탁소리가 들리는 편안한 법당이 되길 바란다는 응기 스님의 목소리가 비슬산의 아침을 깨우는 청량함처럼 세상으로 널리 퍼져 나가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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