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서, 그 절묘한 ‘필획의 절주(節奏)’를 향한 서예인의 진솔한 헌사
초서, 그 절묘한 ‘필획의 절주(節奏)’를 향한 서예인의 진솔한 헌사
  • 정재헌 기자
  • 승인 2018.11.15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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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과 완급을 갖춘 초서체의 생동미와 물정과 감정이 넘치는 한시의 정서를 결합하다”
서예가 백산 오동섭 선생/ 백산서법연구원장/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서예가 백산 오동섭 선생/ 백산서법연구원장/ 경북대학교 명예교수

[월간인터뷰] 정재헌 기자 = 대한민국 서예의 숨은 고수, 서체 중 초서를 중심으로 많은 서예인들에게 서체 체본에 유용한 필사본을 제공하며, 서체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내포된 시적 의미와 운율의 즐거움을 알려온 서예가 백산 오동섭 선생은 최근 후학양성만큼 개인적인 수련에도 한창이다. 백산 선생은 고려, 조선시대의 명필들이 각자의 필법에 대한 견해차와 붕당정치의 소용돌이 속에서 발전시켜 온 서체들이 중국 명필들의 서체만큼 존중과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강산이 수차례 바뀌는 동안 먹을 갈고 붓을 잡아 온 세월만큼 수많은 우리 한시를 발굴하고 이를 초서작품으로 소개해 왔다. 겸양과 수행으로 고전서화를 향한 안목을 길러온 백산 선생은, 이 나라 선현들의 명문장을 발굴하여 이를 아름다운 초서체로 서사하여 후학들이 문장을 음미하면서 서예공부를 할 수 있도록 길이 기억할 초서첩을 남기는 서예가로 남고 싶다고 한다. 

춘야연도리원서
춘야연도리원서

전국 서예 애호가들이 즐겨 필사하는 <초서고문진보>, <초서한국한시>의 저자

많은 서예인들은 서예의 서체 중 정태적이고 반듯한 조형미를 갖춘 해서, 예서, 전서를 시작하며 명필인 추사, 한호, 선조 임금의 필력을 꿈꾼다. 혹은 장단과 완급을 갖춘 행서로 나아가거나, 더욱 동태적인 초서의 매력에 빠져 ‘필획의 절주(節奏)’를 시도하게 된다. 초서는 필획 자체의 예술성과 동적인 감성을 갖춘 서체로, 서예가 백산 오동섭 선생에 따르면 한시에 내재된 감성과 운율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시간성과 공간성을 갖춘 서체이다. 근 40여년의 수련 끝에 주로 한시와 고문진보의 문장을 서재로 하여 초서 작품을 시도하고 있는 백산 선생은  국내 대형 서점과 필방에서 서예 애호가들이 소장가치 있는 책으로 꼽는 <초서고문진보>, <초서한국한시>를 비롯한 12권의 초서첩 씨리즈를 발간해 왔다. 한약방을 경영하며 의약서를 빌려와 필사하는 아버지를 위해 먹을 갈며 유년기를 보낸 백산 선생은, 중국의 현대 서가 쯔공(啓功>이 “개인의 서체라는 것은 없다”고 말했듯 특징적인 필체는 있어도 하나의 서체를 평생 유지한 서가는 없다고 한다. 그래서 백산 선생이 지금까지 접한 고법첩 중 특징이 없는 서체는 어느 한 권도 없었으며, 왕희지를 비롯한 안진경 등 역대 명필들은 역시 연령대와 감흥, 지위 여부, 시기별로 조금씩 필체가 변천하여왔음을 언급한다. 백산 선생은 이러한 관점으로 지난 40여 년의 자신의 서체에 대해서도 옛 서가들의 법첩을 섭렵하며 그 장점을 흡수하고자 노력하였으나, 누군가의 맹목적 추종을 받을 서체는 아니라는 겸양의 모습을 보인다. 그럼에도 백산 선생의 유려한 필체가 구현된 초서 씨리즈 각 권에는 현대 한시서 중 보기 드문 초서의 좋은 교본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우수도서로 인정되어 계속적인 집필을 독려 받고 있다. 

퇴계시 도산월야영매
퇴계시 도산월야영매

우리 선현의 묵적 중에 우수한 서체를 발굴하여 후학들의 임서본이 될 작품 남길 것

백산 선생은 글씨는 기술(形)이 아닌, 인격(神)의 반영이라며 서여기인(書如其人)이라는 구절을 인용한다. 그래서 한국 서예도서의 대표출판사인 ‘이화문화출판사’에서 저서들을 발간한 백산 오동섭 선생은 고문진보의 좋은 문장을 비롯해 <효경>, <대학> 등의 경전을 서첩으로 역어서 후학들의 필법습득에 도움이 되고자 한다. 서체를 공부하면서 중국 명필들의 초서자료는 많지만 우리의 초서자료가 부족함이 아쉬웠다는 백산 선생은 한 권의 책을 출간하기 위해 한글음역과 한문해석을 주석으로 달기 위해 수개월에 달하는 자료수집 및 주제선별과 해석을 마친 다음 충분한 분석과 공부로 정신이 고양된 상태에서 우연욕서(偶然欲書)의 때를 기다려 붓을 잡는다. 필법에 대한 문의 외에도 백산 선생의 글씨에 매료되어 체본을 요청하거나 내용 문의가 적지 않다. 또 필체 자체의 아름다움 뿐 아니라 시문에 담긴 의미와 삶에 주는 영향 또한 백산 선생의 시문 선정 기준이다. 그래서 중국 고전 중에서 백산 선생이 평생 동안 암기해서 쓸 만큼 개인적으로 아끼는 명문은 “천지는 만물이 쉬어가는 여관이요, 세월은 머물지 않는 나그네(天地者萬物之逆旅 光陰者 百代之過客)”로 시작되는 이백(李白)의 춘야원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이다. 이 세상에 머무르는 동안 즐겁게 보람을 찾아야 하는데 백산 선생은 서법을 연구하는 나그네가 되고 싶단다. 이를 위해 조선시대 명문 발굴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며, 당대의 학자들이 쓴 명문들을 골라 행초로 공부하면서 작품으로 만든다. 특히 다산 정약용의 행초서와 동국진체(東國眞體)의 대가 원교 이광사의 초서를 비롯한 대가들의 훌륭한 서체 유산을 후학들에게 알리는 서예인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그의 소망을 밝힌다.
끝으로 초서학습에 대한 요령을 알려준다. 초서는 꾸준한 노력과 인내가 요구되며 절대로 건너뛰거나 지름길로 가려 하지 말고, 빨리 이루려고 서두르지도 말라고 한다. 흐르는 물은 웅덩이를 만나면 이를 가득 채운 후에 다시 흘러 바다에 이른다(盈科後進 放乎四海)는 맹자의 말씀을 새겨 항상 웅덩이(과제)를 채우기 위해 정도로 노력하면 기세 넘치고 절주가 출렁이는 초서를 쓰게 되리라고 일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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