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신비로운 생명력을 극사실적으로 담는 수련은 아름다워라
연꽃의 신비로운 생명력을 극사실적으로 담는 수련은 아름다워라
  • 오상헌 기자
  • 승인 2018.11.12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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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은 내 삶의 전부, 입체적 포인트를 주는 나만의 화풍을 많은 이들에게 공유하고 싶다”
화가 양안숙 작가
화가 양안숙 작가

[월간인터뷰] 오상헌 기자 = 경남 함안에는 700년 전의 씨를 발아시켜 꽃을 피워 전국의 화제가 된 분홍 연꽃이 있다. 이처럼 나쁜 환경에서도 조용히 발아할 때를 기다리며 잠들고, 오랜 인내를 거쳐 생명의 기운을 싹 틔우는 오묘한 연꽃의 자태에 반한 선조들은 꽃의 아름다움을 찬양함과 동시에 꽃, 뿌리, 잎, 열매 중 버릴 것이 없는 이 훌륭한 식물을 불국토에 빗대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라 부르고, 보살의 대좌를 연화좌로 칭하면서 귀하게 대했다. 연꽃으로 삶을 구원받고 연꽃을 사랑하며 삶을 지탱해 왔다고 말하는 화가, 양안숙 작가는 연꽃화로 획득한 명성을 소개하기 전에, 연꽃을 수련(修練)하게 된 계기와 작품들을 향한 애정을 곁들여 이야기를 시작했다. 

절망과 낙담으로부터 구원해준 귀한 꽃, 연꽃으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행복
대한민국 미술대전 구상 입선, 충남미술대전 우수상을 수상하며 저력을 인정받은 실력파 화가, 양안숙 작가의 상징은 ‘연꽃’이다. 2009년 호수 갤러리전, 2010년 경기신문 초대전, 2011년 독일 괴테문화원 초대전, 2012년 정동갤러리 기획전, 2013년 인사아트센터전, 2014년 가람 도서관 개관 초대전, 2016년 상하이 윤아르떼 초대전 등에 개인전을 했으며 고양아트페어전, 연 1회 ‘와우 이즘’ 전시를 비롯한 많은 단체전 등 수많은 전시회를 장식했으며 MBC, KBS, SBS 등 수많은 방송매체를 탄 작품들 또한 양 작가의 페르소나인 연꽃이었다. 캔버스에 꽃밥과 꽃술, 줄기의 흐름까지 극사실적이고 정밀하게 묘사한 연꽃화로 유명세를 얻은 양 작가의 작품들은 조은 갤러리 조인숙 관장의 평에 의하면 “자태를 뽐내지 않으면서도 자태보다 더 아름다운 기품” 그리고 “겸허와 관조로 가시적인 아름다움을 초월한 연꽃의 세계를 그려내며 은총의 상태에서 고통도 번뇌도 없는 사유의 꽃”을 그려낸 흔적들이다. 교직에 있는 오빠가 쥐여준 몽당 크레파스로 그림을 그리면 교내 대회 상으로 그림 도구를 타는 것이 마냥 좋았던 시절을 거쳐, 결혼하고 삶의 현장에 뛰어들면서 서예와 화구, 미디어를 접하고 미술 세계에 들어온 양 작가는 엘리트 예술가들의 삶과는 다른 방향에서 도전을 택했다. 미술가로 출사표를 내고자 인맥과 레벨의 벽이 높아 수상하기 힘들다고 생각한 것과 달리 양 작가가 표현한 전통의 소 그림은 “마치 외양간과 고향의 냄새를 머금은 듯”이라는 평가와 함께 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에서 수상의 기쁨을 안으며 화가로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장해 주었다. 하지만 사업의 부도로 주저앉은 삶을 일으켜 세운 것은 `95년 경 만난 연꽃이었다. 연꽃을 언젠가는 그려보고자 했지만 마음과 실력을 섬세하게 가다듬은 다음으로 미루었던 양 작가는 파주의 수목원에 심어진 연꽃이 품은 곡선의 신묘한 자태에 반해 연꽃만을 그리게 되었다고 한다. 양 작가는 연잎을 강조함으로써 추운 겨울을 살아내고 이듬해 꽃피우는 연꽃의 의미를 나타내는데, 가정을 지탱해 온 자신을 반영하여 연꽃의 버팀목 역할인 연잎 표현에 공들이는 동안 현재의 화풍이 완성되었다. 그런 연꽃을 잘 표현하고자 양 작가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어디든 찾아가 스케치하고 사진과 동영상으로 그 자태를 담아 온다. 양 작가가 오래 관찰한 결과 연꽃이 뷰 파인더에 가장 아름답게 담기는 것은 7-8월에 피는 연꽃을 오전 9-11시에 접사하는 것이라고 한다. 한수(漢水) 이북 쪽 연꽃은 남쪽에 피는 꽃보다 붉은색이 더 선명하고, 부여의 연둣빛을 띤 황금 연꽃 또한 특색 있고 아름답다. 게다가 양 작가에 따르면, 연꽃은 관상이나 식용, 약용으로 모두 좋아 연못은 물론이고 마당이나 밭, 정원에도 많이 키우기 때문에 작가로서 다양한 종류의 연꽃을 감상하는 기쁨이 크다고 한다. 그렇게 연꽃에 집중하고자 양 작가는 하루에 4-5시간 정도만 자며 작업한다. 삶의 고난을 잊게 해 준 작업이기에, 끝나고 힘들 때도 있지만 작업할 때는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또 연꽃은 오늘과 내일, 오전과 오후가 다르기에 원하는 장면이 나올 때까지 그린다. 단, 안될 때는 일단 붓을 놓는다. 그래야 처음에 구상했던 연꽃의 형상이 캔버스에 제대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 양 작가의 입체적 기법을 동경해 문의하는 취미 미술인들이 많기에, 언젠가 이들에게 연꽃을 그리는 참된 방식을 재능기부할 생각이 있다는 양 작가는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아름다운 연꽃 그림에서 큰 평화와 행복을 느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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