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낸 한국화의 대가
흑산도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낸 한국화의 대가
  • 정재헌 기자
  • 승인 2018.10.11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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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암 박득순 화가
문암 박득순 화가
문암 박득순 화가

[월간인터뷰] 정재헌 기자 = 60여년 전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 문화 저변 확대라는 큰 뜻을 이루고 있는 박득순 화가는 그 지역 특성에 맞게 흑산도 박득순 미술관을 설립했다. 오래 전부터 흑산도의 삶을 다각적으로 표현해온 그가 문화의 혜택이 적은 자신의 고향에 미술관을 설립했다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갖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패턴의 미술관으로 완성시켰다는 것 역시 눈여겨볼 점이다.
미술관 외형은 회화적 요소를 충분히 담아냈고, 내부엔 수준 높은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또한, 토속적이고 풍토적인 면을 살려 조형화 한 건축물로 평가되고 있는데, 돌을 쌓고 돌출시키는 기법으로 명암을 표현했고, 빛의 변화에 따라 미술관의 아름다움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더욱이 색채, 질감, 양감, 균형, 통일감 등을 적절히 섞어 외형의 아름다움을 극대화 했다.
흑산도에서 태어나 평생 흑산도를 화폭에 담아내며, 예술혼을 펼쳐온 그는 흑산도의 대표적인 특산물인 홍어와 마을 사람들의 생업을 좌우하는 홍어잡이배를 그리며 대중들과 소통하고 있는 작가다. (사)동양서화문화교류협회 이사장이자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을 다수 역임해 온 박 화백은 지금도 미술관의 변화를 위해 개인 사재를 들여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한편, 1969년 개인전인 <소흑산도 풍경전>을 시작으로 섬과 바다의 열정적이고 토속적인 정경을 꾸준히 소개해 왔다. 문암 작가의 특징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순백색 화선지에 농담과 강약을 나타낸 밑그림, 그리고 그 속을 채워가는 영롱하고 선명한 색의 대비, 점을 찍듯 그린 수많은 군상이 한 줄의 먹색 선에 감싸져 적색, 청색, 노란색과 같은 원색으로 입혀 낸 사물의 광대한 기운 생동함이다. 이러한 기하학적인 구도 속에서 문암 작가는 기존 문인화와 한국화의 풍경화와는 다른 추상적 형체를 만들어 낸다. 선과 여백이 상징하는 한국화의 간결함은 그대로 두면서, 흑산 부두의 거대한 배라는 사물만큼은 세밀한 관찰로 묘사해 조형구도가 더욱 돋보이는 <흑산항구>, 한국화의 농묵과 담묵, 번짐과 수묵채색의 고결함 속에서 큰 배와 작은 배의 대비효과로 사실적 표현력의 정점을 찍은 <귀향>은 모두 이러한 보색 대비의 강렬함으로 정점을 찍은 작품이다.
그의 작품을 보면 수묵의 대담한 필치로 형상을 표현하며, 추상과 반추상을 오가는 표현법을 구사하고 있다. 또한 먹의 번짐으로 그림의 형체를 구성하며, 색채의 사용 역시 한국화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관점을 보여 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김상철 전, 공평아트센터 관장은 그의 작품을 “힘 있는 선을 추구하는 작가의 선호는 먹의 운용에 있어서도 여실히 드라나고 있다. 한 번의 붓질을 통해 농묵과 담묵 그리고 농묵과 담묵이 어우러진 먹색들을 토해내듯 그어내려가는 작가의 필선은 일필휘지의 그것에 다름아닌 것”이라고 평했다. 
또한, 유준상 미술평론가는 “화선지와 묵이 예술을 표현하는 전부인 그는 화선지 위에 묵을 칠해서 무언가를 표현하는 관례로서의 그림은 아니다”며 그의 작품이 일반 한국화와는 차별된다고 평했다. 
최근에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과천시 문화 저변 확대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11월 26일부터 12월 2일까지 과천시민회관 2층 전시실 마루에서 진행되는 개인전에서 그의 뜻이 좀 더 명확히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별양동 지킴이’라고 불리는 고양이를 테마로 하는 이번 전시는 그간 그의 가르침을 받았던 제자들의 입장에서 작품을 준비했고, 별양동의 마스코트인 고양이를 주제로 대중과 소통하고자 함이다. 
그의 특징인 정밀한 묘사와 화려한 색감, 선과 점의 군집이 만들어내는 대담함을 이번 전시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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