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삶’과 삶의 ‘일상’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서양화가
사람의 ‘삶’과 삶의 ‘일상’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서양화가
  • 임승민 기자
  • 승인 2023.05.16 15: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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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자 서양화가
강미자 서양화가

어릴 적 그림을 좋아했던 소녀, 화가의 길을 걷다
슥슥 그린 그림 중 하나가 열두 살 때 선생님의 눈에 들어, 자기도 모르게 출품돼 입상한 즐거운 경험 덕분에 그는 그림에 호기심이 생겼다. 하지만 중학교 미술부에 들려다 수년간 데생과 구성으로 다져진 친구들의 그림과 자신의 그림이 다르다는 것을 알고 공부에만 전념했다. 어릴 적 그림을 좋아하던 강미자 화가는 그렇게 막연하게 ‘미술’에 대한 열망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렇게 여느 여학생들처럼 초중고 학창시절을 보낸 강미자 화가는 진주교육대학원의 1회 입학생이자 초등교육을 전공하고 부전공으로 미술을 선택하면서 어릴 적 좋아했던 그림을 다시 마주하게 된다. 어릴 적 가슴에 품었던 막연한 열망이 다시 깨어난 것. 그리고 은사인 미술교육학과 성용환 교수와의 만남으로 4B 데생을 시작한다. 그때까지 미술학원도, 대회참가도, 미술전공도 한 적 없던 강미자 화가의 인생은 그림이라는 돌파구를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30년을 미술을 취미로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강미자 서양화가는 스토리텔링과 작법을 확립하며 가장 보편적이면서 가장 친화적인 사람의 이야기를 하얀 캔버스 위에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채색과의 어우러짐과 화가의 미술기법으로 탄생한 군상추상
은사인 서양화가 성용환 교수로부터 목탄계열의 데생을 꼼꼼하게 배운 강미자 화가. 류(類)나 파(派)를 가늠할 수 없는 무림 속 천둥벌거숭이 같은 그녀의 화법은 참신하게 받아들여졌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 파쇄하고 마음에 들면 선물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려 왔다. 유파에 속하지 않고 독학으로 다져온 강미자 화가의 미술기법은 그가 전공한 초등교육과 부전공인 미술의 순서와 성향을 따른다. 
“스스로 끝없는 배움의 자세를 유지했죠”라고 말하는 강미자 화가는 수많은 연습으로 다져온 터치감에 ‘1만 번의 법칙’처럼 숙련된 그만의 개성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보통 스케치와 데생이 그림에 색을 입히면서 묻혀가는 것과 반대로, 그의 작품들은 마지막에 이 데생이 외곽에서 더 많은 것을 표현하거나 채색된 배경에 화룡정점과 같은 방점을 찍는다. 또한 애니메이터의 원화 작업처럼 배경이 주요 피사체를 압도하는 구조를 택한다든지, 완전한 채색 후 붓으로 사람을 드로잉하는 작업은 채움에서 여백을 만들어 내는 일종의 역설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강미자 화가의 그림에서 나타나는 일상성은 주제를 나타내는 성향에서 그치지 않고, 표현주의 추상과 정물, 캐리커처, 데생, 크로키가 채색과 어우러지며 일반적인 유화와는 다른 영역의 색채표현과 군상추상을 이루어 낸다. 
“마음 가는 대로 스케치와 밑작업, 색을 정하면 뭔가 드러나는 구체적인 형상은 언제나 사람의 움직임이었어요”라고 말하는 강미자 화가의 작품에는 늘 해석하는 관객의 자유가 보장된다. 선 하나도 의미를 부여하면 살아나듯, 보이는 인간의 삶을 아끼는 강 화가의 시선에 따라 인간군상들은 서로의 삶에 개입해 감정표현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탄생된 강미자 화가의 작품은 모던하고 사실적으로 표현한 인간의 포즈들을 군집, 패턴화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그 중에서도 ‘고뇌’와 ‘휴’는 선과 양감에 충실하며 꽉 찬 색감 속에서 한국적인 여유나 드로잉의 속도감을 간직한 누드화 역시 사람이야기라고 말한다. 
청사과 빛 색채로 나타낸 토르소인 <여인>은 드로잉의 선, 그리고 물감으로 채운 배경에 작은 선을 반복적으로 긋거나 스크래칭하여 만든 패턴 속에서 가녀린 선의 형태가 무색할 만큼의 양감을 숨기고 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작가만의 세계관으로 표현
특히 강미자 화가는 사람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며 표현해 낸다. 자신의 그림에 얽힌 삶과 일상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전한다. 그의 사람 이야기의 근간을 이루는 ‘군중’ 시리즈는 가족과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부지런한 일상을 하나하나 캔버스 위에 담았다. 일상의 소중함을 잘 알기에 세상을 바라볼 때도 관계와 정서교류의 소중함을 나타낸다. 마치 인간 형상 코드암호처럼 그림자 라인이나 사람 형상의 픽토그램으로 인간들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거나 혹은 내면과는 다른 인격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일면도 담아내곤 한다.  
현대적이되 초현실적이라기에는 구상의 비율을 잘 간직한 인간군상들을 보여주는 ‘군중 시즈르’가운데 ‘군중 1’은 다양하고 복잡한 현대를 각기 다른 사고방식으로 살아가며 삶의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현대인을 나타냈다. 여기서 인간군상들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수용하기에, 무리를 지은 인간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보여준다. 
‘군중 2’에서는 그런 인간관계에서도 간혹 예측 불가한 상황이 벌어지며, 가면을 쓰거나 다른 인격을 보여주어야 하는 인간을 다소 익살스런 변형으로 나타내는 동시에 온전한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 화자의 비애도 나타낸다. 
지난 2021년 두 번째 개인전 ‘우리가 사는 이야기(人)’역시 사람 주제의 이야기모음들은 그의 작법이 이제 형태 자체로도 사람의 움직임을 의미함과 동시에, 삶의 태도와 마음가짐을 암시하는 세계관 형성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현대인의 일상을 들여다 본 ‘군중 연작’을 시도할 수 있는 통찰력은 관객들을 놀라게 했다.
강미자 화가는 “저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주변 모습에 관심이 많아요. 그런 부분에서 많은 느낌을 받고 있죠”라면서 “옛날부터 인물화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어떤 모습이나 특징 같은 것이 닮았다 싶을 때 묘한 쾌감을 느껴요 그것을 한 단계 넘어 서서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추구하고 싶다 그런 느낌을 많이 받고 군상을 위주로 그리시 시작했죠”라고 말한다. 

대중들과의 만남, 작가의 세계관을 통한 공감을 형성 
“주변에서 지금까지 제가 그려 왔던 그림들을 전부 모아 전시하라는 권유를 받았어요. 그것이 제 그림을 대중들에게 알린 계기가 됐죠.”
그렇게 진주갤러리아백회점에서 1회 개인전을 연 강미자 화가는 그 이후로도 지속적인 개인전 제안이 들어왔고, 3회에 걸친 개인전을 열며 대중들에게 한 반짝 더 다가가게 된다. 가정주부로 활동한 시간이 길다고 말하는 강미자 화가. 그녀는 집안 어르신들을 모시며 미술활동을 하고 화가들과 교류하며, 짬짬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까닭도 시간관리가 필수인 주부라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이다. 
습작으로 끝내지 않고 그림을 꾸준히 완성하자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는 강 화가는, 일상다반사를 상징하는 사람 ‘인(人)’을 주제로 한, 두 번째 개인전 ‘우리가 사는 이야기(人)’를 열였다. 그의 人은 사람이자, 이를 모은 군중 시리즈로 지난 2021년 7월 5일부터 16일까지 선보이며 큰 관심을 받았다. 당시 50호부터 4호까지 총 43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이 외에도 강미자 화가는 지난 2021년 ‘코엑스 조형아트 서울2021’에 참여하고, 5월에는 ‘어반드로잉’ 팀에 합류해 활동했다. 
그림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하겠다는 의미로 단체전에 해마다 한 점에서 두 점씩 작품을 출품했다는 강미자 화가. 그녀는 “제 첫 개인전을 진주갤러리아 백화점 문화공간에서 지난 2018년에 하게 되었어요. 그 때가 저로서는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였어요. 앞으로의 가드가 생겼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그런 그녀에게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되는 지 묻자, 그녀는 “그림을 그리다 보면 단 10분 만에 완성하는 그림도 있고 어떨 때에는 한 달을 투자해도 못그리고 완성을 못하는 그림도 있어요. 단 10분 만에 그린 그림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평생에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 되는 그런 것도 있거든요”라면서 그녀에게 있어 시간적인 어려움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꾸준히  세계관을 만들어 나갈 것
화가란 시기별 작품으로 인생설계를 해야 한다는 통념을 깬다. 강미자 화가는 그림 자체에만 충실하던 하루하루를 통해 역사를 만들어 낸, 그야말로 ‘일상성’이 만들어 낸 값진 진주 같은 화가이다. 그래서일까. 그녀에게 있어서 모든 창작행위는 소중하지만 일상을 유지하며 가족, 타인과 대면하는 것을 사랑하는 그에게는 인간관계 속에서 무언가 배우는 일들이 더 소중하게 다가온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저와 그림에 얽힌 삶과 일상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말하는 강미자 화가는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이들에게도 따뜻한 말을 남긴다. 
“예술을 하는 사람은 자유를 사랑해요. 남한테 간섭받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은 그 열정이 예술인으로서 다들 열망하고 있지만 현실의 벽에 그 열망을 내려놓으 ㄹ때가 많아요. 예술을 하려면 안정적인 생활 등의 다양한 문제가 있어서 포기하는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지만 너무 단기간에 성공하기를 버린다면 꾸준히 열심히 포기하지 않고 한다면 언젠가는 자기의 뜻을 이루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30년 전 미술에 대한 막연했던 열망이 깨어났던 것처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많은 후배들도 열망했던 꿈을 쉽게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꾸준히 열심히 조금씩 저의 세계관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강미자 화가의 말 속에 그녀가 얼마나 미술을 열망하고 임해왔는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앞으로도 여태껏 해 온 것처럼 한결같이 그림에 자신의 사랑을 쏟고 싶은 그런 사람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 속에서 그런 느낌은 다시 한 번 확고한 믿음으로 새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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