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질적 오브제의 조화의 논리, 자연에서 찾다
이질적 오브제의 조화의 논리, 자연에서 찾다
  • 임승민 기자
  • 승인 2023.04.14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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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열 화백
강창열 화백

작품 안에서의 조형적 세계의 절묘한 조화
영적이고 심미학적인 것이 모두 집결, 그림에서 재현
한 인간으로 감각한 시간을 화폭에 수놓는 강창열 화백은 우리가 질서라고 생각하는 시공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이를 해석해낸다. ‘공간’에 갇혀있는 형상으로 사물의 본질이 상징하는 시간의 의미에 대해 발언하고 더 나아가 그 위에 선 인간존재의 근원적 형상을 통해 현대인의 실존적 삶의 의미를 자문한다. 화백의 연작 ‘공간에 갇힌 시간’과 ‘열린시간(Open Time)’이 그렇다. 
강창열 화백의 연작 ‘열린시간(Open Time)’은 ‘공간에 갇힌 시간’의 연장선상에서 작업한 것으로 대상들의 서사구조와 역사적 의미에 비중을 뒀다. 작가는 자신의 유년 시절과 한국적 정서를 응축한 물고기, 나비, 사슴, 도자기와 같은 요소들로 초현실주의 화면처럼 낯선 꿈의 풍경을 상상하게 한다. 윤곽선을 제외한 면에 색을 쌓아 올리거나 사포로 표면을 갈아내는 등의 독특한 기법으로 생생한 질감과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작가의 작품들 안에서 드러나는 조형적 세계는 비논리적이기도 하며 뜻밖이기도 하지만 그의 지적 요소들이 이웃해서 절묘하게 조합되어 매혹적이다.
‘열린 시간’ 연작은 많은 비평가에게 상찬을 받았다. 프랑스의 미술평론가 호제 부이오(Roger Bouillot)는 “그의 작품들 안에서 드러나는 조형적 세계는 이상스럽기도, 비논리적이기도, 뜻밖이기도 하지만 너무나도 매혹적인 지적 요소들이 이웃해 절묘하게 조합되어 있다. 시간(역사) 속에서 발견되는 영적이고 심미학적인 것이 모두 집결되어 그의 그림에서 다시 재현된다”라면서 “영혼이 담긴 이미지 혹은 몽상적인 그림 안에는 열려진 창문이 있고, 그 창문 밖으로 아주 가까이 닿을 듯 느껴지지만 절대로 다가갈 수 없는 듯한 작가의 세계가 보인다”라고 했다. 
강창열 화백은 현대적이지만 태곳적 한국의 깊은 뿌리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전통적 문양, 장식적 모티브, 돌 또는 왕궁의 기왓장에 새겨진 상징적인 도안, 과거 역사적 기념물 안에 새겨진 꽃들과 동물들의 문양, 옛날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샤머니즘의 한 장면 등등에서부터 그의 그림은 시작된다.  

작품의 논리, 자연에서 깨닫다
시공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며 이를 해석해내던 강 화백은 자연이 가르쳐 주는 것이 논리라는 것을 깨닫는다. 강 화백의 작품에서 보면 여러 가지의 이질적인 오브제들이 서로 어울리고 중화되어서 서로들 다치지 않게 서로 어울린다. 이질적이지만 한 장에서의 어울릴 수 있는 작품의 이러한 논리는 결국 자연이 가르쳐 준다는 것이 강 화백의 얘기다.  
강창열 화백은 “과거 2~30대 때 저는 굉장히 논리에 빠져 있었어요. 젊은 시절부터 ST그룹이나 구조전, 평면전, 서울방법전, 겨울대성리전 등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한 실험적 경향에 동참하면서 기존 미술계의 가부장적 질서나 아카데미즘에 이의를 제기하고 저만의 예술에 몰두해 왔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바로 내가 자연에 얼마나 다가갈 수 있을까요. 보통 자연하면 초가집, 마당에서 뛰어 노는 닭, 산수 등을 자연이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바라본 자연은 그런 것에 얽매여 있는 것이 아닌 무질서 속의 자연스러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연을 어떻게 다 알 수 있을까요?”라고 되묻는다. 
그러면서 “조그만 돌산에 있는 돌이나 물가에 있는 돌이나 모두 같은 돌이지만 어떤 장소에 의해서 만들어지는 그 아름다움은 원래의 장소에 있을 때가 아름답습니다. 과거 저는 이런 경우 이 두 돌이 서로 어떻게 하면 어울릴 수 있는 그런 작품 논리에 너무 빠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프레임에서 벗어나니 작품이 굉장히 자유로워지더군요”라고 말한다. 
그래서 일까. 프레임에서 벗어나면서 강 화백의 작품자체가 음악 극적인 요소가 많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 화백은 클래식 음악인들과도 콜라보로 세 차례 같이 전시도 했었다. 
국내화가로는 유일하게 2005년 북경국제예술박람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바 있는 강 화백은 2022 예술비평가상, 한국미술 올해의 작가상, 환경미술대상을 수상했다. 또한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및 운영위원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국정교과서 표지작가이기도 한 강 화백은 1949년 부산출생으로 S.T, 제로(Zero), 종횡 등의 그룹전에 참여하는 등 한국 미술계의 아방가르드 운동에 동참해왔다. New York Space Womb(뉴욕), FT.ART.Gallery(LA), Frederic Moisan Gallery(파리) 등에서 30여 회 개인전을 가졌다. 주요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정부종합청사, 샤갈미술관(일본), 서울아산병원 등이 있다. 청송재는 북경아트엑스포 최고상인 금상을 수상한 작품 한 점과 그 외 다른 작품 한 점을 소장하고 있다.
50년 동안 서울에서 작품 활동을 해오던 강창열 화백은 10년 전 제주도로 내려와 자연의 논리를 화폭에 담고 있다.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우리에게 자연의 논리를 설명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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