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지만 알차게 복원한, 그 시절 시장 골목 찌개의 맛
소박하지만 알차게 복원한, 그 시절 시장 골목 찌개의 맛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3.03.15 10: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단한 일상을 달래주는 묵은지 부대찌개와 퇴근길 삼겹살이 있는 곳”
경아식당 신성호 대표
경아식당 신성호 대표

코로나 이후 런치플레이션으로 자영업자들과 직장인들이 고단한 시대. 기교 없는 추억의 맛으로 한국식 ‘노포’ 분위기를 재현한 경아식당은 이들 모두가 어우러져 회포를 풀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 붐비는 맛집이다. 2022년 3월 가맹사업을 시작한 경아식당의 신성호 대표는 30-60들이 즐겨 찾는 메뉴, 20들이 좋아하는 맵단짠 강렬한 맛을 좋은 국산 재료로 선보이며, 요식업이 어려운 시절임에도 직영을 포함한 18개 매장이 올해는 25개로 늘어날 예정이라고 한다. 화려함보다 기본을, 세련됨보다 어릴 적 어른들의 손을 잡고 경험한 시장통과 노포, 실비집의 찌개와 삼겹살을 깊은 맛으로 구현해 좋은 반응을 얻은 신 대표로부터 올해 계획을 들어본다. 

동네친구처럼 편안한 메뉴로 한 잔 기울이는 선술집 분위기

현재 중장년들이 어리고 젊었던 `70-`90년대 시절을 돌아보면, 동네마다 아주머니와 할머니의 손맛이 깃든 반찬과 삼겹살, 찌개 앞에 둘러앉아 어른들은 소주, 아이들은 공기밥을 즐기던 시장골목식당이 있었다. 주인집 아이 이름을 붙인 식당 간판들도, 남녀노소 모두 부담 없이 온종일 한 끼를 해결한 이들의 추억으로 남아 있다. 

2021년 마곡에 처음 문을 연 경아식당은 한국인의 투톱 힐링메뉴인 묵은지부대찌개와 삼겹살을 대표메뉴로 어필하며 요식업의 지혜로운 생존비결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곳이다. 경아식당의 신성호 대표는 어릴 적 정겨움과 옛 손맛을 재현하고자 두 가지 시그니처 메뉴에도 ‘추억’을 담았다. 그래서 경아식당에는 면사리에 베이크드빈 향이 배어 부드러운 의정부식 국물부대찌개 대신, 국물이 자작하고 햄소시지와 묵은지의 진한 맛을 낸 송탄식 부대찌개를 내놓는다. 그리고 두툼하게 썰어 직원이 그릴링해 주는 하이엔드타입 삼겹살 대신, 돌판 위 삼겹살 기름에 콩나물반찬과 묵은지를 함께 구워 먹는 시장통 삼겹살을 선보인다. 

옛 동네를 연상케 하는 이들의 편안한 메뉴들, 바쁠 때는 소주도 손님이 직접 갖다 먹던 실비집처럼 투박하고 정겨운 인테리어는 경기가 어려울 시절 밥과 술을 한 자리에서 해결하고 싶지만 간판을 보며 망설이던 이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신 대표는 “오픈 초반에는 때로 국물 많은 부대찌개에 익숙한 손님들로부터 역정을 들으며 힘든 시기도 겪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직장인들의 입소문을 타고 1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먹는 식당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시장통 시절에 태어나지 않아 막연히 “토속맛집 상징은 주인의 호통과 셀프서비스”로 알고 있던 2030들도 맵고 아린 맛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기에, 신 대표는 “옛날식당 상징은 술을 먹다 밥과 해장까지 해결하는 친숙함과 정”이라는 것을 알려주고자 얼큰한 부대볶음과 다 먹은 후 쌀밥과 달걀을 넣고 비벼먹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래서 중장년은 물론 20대들도 ‘매콤한 정통의 맛’을 담은 부대볶음 메뉴와 김치찌개보다 진한 매운맛이 농축된 돼지짜글이에 열광하면서, 경아식당에는 식사와 저녁 소주 한 잔, 그리고 다음날 해장으로 이어지는 시장골목 방문 사이클에 따라 재방문 팬덤이 생긴 것이다.

90일 숙성 진짜 묵은지로 노포부대집 같은 ‘맵단짠’ 취향 사로잡아

이처럼 아이디어와 가성비, 추억을 겸비했지만 경아식당은 기본을 소중히 여기는 맛집이다. 직원들과 항상 메뉴개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는 신 대표는, “요즘 손님들은 단짠과 맵짠, 단맵의 차이를 안다. 요식업자라면 고객들의 입맛 앞에 정직해야 한다. 단맛을 낼 때도 설탕과 양파의 풍미가 다르다. 소금과 조미료의 짠맛 강도도 다르다. 그래서 차별화가 필요했다. 안주 겸 반찬이 될 부대찌개는 미군부대에서 온 옛날부대찌개 레시피를 그대로 가져오되 우리의 사골육수로 맛을 낸다”고 한다. 

부대찌개와 짜글이, 볶음부터 삼겹살구이에 감칠맛을 더해주는 경아식당의 자랑, 묵은지도 국내 고랭지 배추를 90일 간 숙성한 진짜 묵은지 김치업체로부터 협업제공 받는다. 실비집 분위기는 매장 운영에도 도움이 된다. 이렇게 가격 대비해 좋은 맛 품질을 관리할 수 있는 비결도, 좋은 재료를 착착 쌓아 서빙하면 고객들이 취향에 맞게 직접 끓이는 골목식당 분위기를 살린 덕분이다. 구이와 찌개라는 단일 메뉴로부터 다양한 메뉴가 파생되기에, 레시피가 복잡하지 않아 전문조리사가 없어도 되며 점주가 직접 매장에 주 5일 이상 상주하기만 하면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 신 대표는 상권을 분석할 때도 점주들의 편의를 우선시하며, 점주의 거주지에 가깝거나 익숙한 지역 중 월세가 적은 장소를 고른다. 

점주들이 출퇴근과 매장관리가 편한 환경에서 일하면 지역상권에 잘 녹아들어 가능한 오래 경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리금이 높은 인기상권보다는 시장상권과 직장인상권 지역에서 합리적 가격대와 맛을 보장하면 고객들이 즐겨 찾아올 것이라는 신 대표의 예상도 요즘 분위기에 잘 맞았다. 그래서 부부가 알바 1-2명을 고용하면, 월평균 매출 4천 5백만-7천만 원 선으로 재료비와 월세, 인건비의 밸런스를 맞춰 충분히 순이익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라고 한다. “지난해 오픈한 매장들이 잘 운영되고 있어 자신감이 생긴다. 우리 점주 여러분들도 주방에서 직접 칼질을 하고 오픈마감시간만 잘 지키면 한 자리를 오래 지키며 장사를 할 수 있다는 확신으로 열심히 하고 계신다. 덕분에 25개 매장이 확정되었고, 앞으로 80호점 정도를 더 생각하고 있다”는 신 대표는, “낮은 문턱의 우리 경아식당이 매장식사, 포장까지 가능한 동네상권 가게의 대명사로 꾸준히 사랑받길 바란다. 앞으로도 고객들과 점주들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좋은 경영과 메뉴개발에 노력을 다하며 성원에 보답할 것이다”라고 올해의 계획을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