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의 매력에 빠진 대한민국, 그 잠재력에 날개를 달다
‘향’의 매력에 빠진 대한민국, 그 잠재력에 날개를 달다
  • 정시준 기자
  • 승인 2023.03.15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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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퓨머리 드 압생트 이하린 대표
퍼퓨머리 드 압생트 이하린 대표

인간의 오감 중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과 같은 여타의 감각들보다 사람의 기억에 더 강하게, 더 오랫동안 남는다고 한다. 이러한 특성 탓에 최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단순 향수 산업 외에도 개인 맞춤형 향수를 직접 만들어 보는 향수 공방이 유행한다거나, 화장품이나 샴푸, 세면 용품 등에 향을 접목하려는 시도도 적극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시그니처 향을 활용해 오프라인 공간에 독특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부여하려는 곳도 있을 정도다. 이처럼 조향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는 시기, ‘퍼퓨머리 드 압생트’의 이하린 대표를 만나 그 매력과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체계적인 전문교육으로 이론과 실무 겸비한 전문 조향사 육성
‘퍼퓨머리 드 압생트(Perfumery de Absinth & Art, 이하 압생트)’는 조향사를 육성하기 위한 전문 과정을 제공하고 있는 교육기관이다. 여느 조향 학원들이 일반 공방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대다수라고 한다면, 이들은 보다 체계적인 단계별 커리큘럼을 통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전문 조향사 양성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보인다. 이곳에서는 수많은 종류의 단일 향료와 천연 향료를 다루고 있으며, 화학 물질의 특성을 가진 향을 어떻게 안정적이고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지에 대해 심도 깊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하린 대표는 “압생트는 19세기 유럽 화가나 젊은 음악가들이 굉장히 즐겨 마시던 술입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재료에 포함된 성분이 일종의 화학 반응을 일으키고, 그것이 고흐나 르누아르, 드가 등 당대 예술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저희는 그러한 의미를 차용해, 저희 학원에 조향 공부를 하러 오시는 분들이 ‘향’의 매력에 좋은 의미로 중독되고, 더 많은 영감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는 바람을 담았습니다”라고 설명했다.
퍼퓨머리 드 압생트의 커리큘럼은 각기 기본, 심화, 마스터과정에 대응하는 ‘Perfumer-Ⅰ·Ⅱ·Ⅲ’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조향 기본교육 과정이라 할 수 있는 ‘Perfumer-Ⅰ’에서는 향장학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단일 향료를 가지고 특정 향을 제작하는 ‘어코드’ 과정에 대한 이론과 실습 등의 교육이 이뤄진다. 전체 과정은 5주 간 진행되며 총 65종의 천연, 케미컬 향료를 다루게 된다. 기본과정을 수료하면 6주 간 이뤄지는 심화과정인 ‘Perfumer-Ⅱ’를 진행할 수 있다. ‘Perfumer-Ⅰ’ 클래스와 함께 조향사 필수 과정으로 분류되는 ‘Perfumer-Ⅱ’ 클래스에서는 향장과 조향, 그리고 향수에 대한 구체적인 히스토리를 공부하면서 조향사로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게 된다. 또한 총 220종의 천연, 케미컬 향료를 다루면서 각 향료에 대한 특성을 구체화 시키는 형태의 실습을 진행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마스터과정에 해당하는 ‘Perfumer-Ⅲ’는 4주 과정으로 진행되며, 총 107종의 향료를 다루는 실습 위주의 커리큘럼을 통해 보다 고난이도의 조향, 보다 퀄리티 높은 하나의 완벽한 향을 조향해내는 것을 습득하게 된다. 

“시작점에 선 한국 조향 산업을 리드할 우수한 전문가 배출에 매진할 터”
이하린 대표는 ‘조향’이란 생각보다 어려운 공부라고 말한다. 최근 들어 단순히 겉보기에 조향사가 멋있어 보여서 혹은 취미로 가지면 좋을 것 같다는 이유로 수강 상담을 오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만약 조향사를 진지하게 직업으로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면 더 오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실제로도 다른 학원에서 이미 한 차례 수강을 했던 사람이나, 이미 공방을 열고 운영하고 있던 이들도 다시 공부하기 위해 압생트를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대표는 “사실 ‘조향’이라는 건 예술적인 범주에 속하는 비중이 훨씬 크지만, 이에 쓰이는 향료들이 대부분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이를 안전하게 다루는 것에 대한 고려가 많이 필요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향수를 아무렇게나 사용했을 때에 체질에 따라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수도 있기에 이에 대한 규제들이 존재할 정도죠. 저는 조향의 그런 특성들을 종종 미술에 빗대어 얘기하곤 합니다. 다양한 색상을 가진 크레파스를 화가가 마음껏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미술이라면, ‘조향’은 마치 크레파스와 같이 다양한 향료들을 가지고는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데에 여러 제약이 따른다는 것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과학이 제시하는 제한사항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일이기에 공부해야 할 것도 많고, 조심해야 할 부분도 많은 어려운 분야인거죠. 하지만 한편으론, 예술과 과학이 한 데 공존하는 작업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매력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실제로도 조향사라는 직업을 진지하게 생각해 자신만의 ‘시그니처 향’을 만들고자 하는 이들이 더 심도 깊은 공부를 위해 학원을 찾아오기도 하며, 기성 화가로 활동하며 자신의 회화 작품에 ‘향’을 연출의 하나로서 덧입히는 시도를 하고자 찾아온 이도 있다고 한다. 이하린 대표 또한 최근 제품 제형을 위한 향 개발 의뢰 외에도 공간 연출 작업을 다수 수행하고 있으며, 전시공간에 향을 입히는 작업도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이런 목적으로 사용되는 향들은 전시의 목적,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조향되며, 이런 향을 통해 사람들은 훨씬 더 깊이 있는 인상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생각해야 할 부분도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지만, 이를 넘어서는 충분한 매력이 있으며, 또 그만큼 커다란 발전 가능성을 가진 것이 조향사라는 직업이라는 게 이하린 대표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조향사를 꿈꾸는 이들에게 조언도 건넸다. 그는 “우선 무엇보다 ‘향료’와 ‘향료의 특징’을 많이 알고 기억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향을 맡아보고 기억하는 훈련을 반복적으로 해야 하는데, 이는 뛰어난 후각을 타고나지 않았더라도 훈련에 의해 얼마든지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또 조향사가 다루게 될 향료는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관련된 화장품법이나 향료 규제물질에 대해 늘 인지하면서 예민하게 다뤄야만 합니다. 아울러 조향은 ‘영감’의 영역이 크게 작용하는 일입니다. 평소 뮤지컬이나 전시, 공연, 여행 등을 자주 접하면서 다양하고 많은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하린 대표는 “조향사는 국내에서 아직까지는 출발점에 서 있습니다. 국내에서 조향 산업과 조향사가 어떤 역할과 비중을 가지고 활약하게 될 지, 그 ‘시작’의 형태를 지금 조향사를 하려는 분들이 만들어나가게 될 것이고,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맡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분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곁에서 최선을 다해 돕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들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조향 산업이 더 높은 발전을 이뤄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점차 확대되어갈 국내 조향 산업의 텃밭 위에서 더 많은 전문 조향사들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 시스템을 더욱 발전시키는 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이하린 대표. 그의 목표는 앞으로 ‘퍼퓨머리 드 압생트’가 단순히 조향사를 양성하는 교육 기관에 그치지 않고, 더 많은 수료생들에게 미래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주는 창구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첫째로 조향사들의 능력과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조향사협회를 설립해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이뤄내는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으며, 둘째로 조향학·향장학을 풀어가는 학문적인 방향과 예술적인 방향, 둘 모두에서 자신이 쌓아온 노하우를 더 많은 이들과 함께 공유하며 조향이라는 파이를 넓혀가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이에 일환으로 조만간 책도 출간할 예정이라고 하니 조향을 시작하는 이들이라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대한민국 조향 산업의 미래를 위해 이하린 대표가 보여주고 있는 열정이 우리에게 더 많은 가능성과 성공에의 길을 열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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