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空)의 여백에 찬연히 흩뿌린, 의미심장한 공감(共感)과 시대정신
공(空)의 여백에 찬연히 흩뿌린, 의미심장한 공감(共感)과 시대정신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3.01.17 15: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연소 까루젤 드 루브르 참여 한국작가, 액션페인팅에 존재의 철학 담다”
장소영 작가
장소영 작가

“칠하는 그림에서 던지는 화두로” 첫 개인전 <애(哀)>에서 동양과 종교의 함의를 아우른 메시지를 담으며, 돌가루로 밑칠을 한 배경에 20세기 초현실 추상주의의 드리핑 액션페인팅 기법으로 작가의 언어를 표현한 장소영 작가는 프랑스 파리에 진출한 이래 ‘한국의 잭슨 폴록’, ‘미술계 악동’등으로 불린다. 그는 이후로도 틀을 벗어나 불교적 삼라만상의 이치를 서양의 도구로 또렷이 나타내며, 그 무수한 선으로 말미암아 캔버스 위 손끝으로 춤을 추는 화가, 비주얼 융합예술의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작품 창작 외에도 문화예술정책과 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살아있는 시대정신을 실천하는 장 작가를 만나 작가주의와 예술가로서 바라는 점을 들어 보았다.

동양 추상과 서양 드리핑 추구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융합예술가

돌가루로 칠한 바탕에, 공중에서 역동적으로 흩뿌린 물감으로 무수한 선을 만들어내는 화가, 장소영 작가의 작품은 물감을 뿌리는 행위 자체에서 예술이 시작되는 추상표현주의 액션페인팅의 잭슨 폴록을 연상케 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장 작가는 그림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며 화가 자신도 액션페인팅의 일부가 되는 기법을 추구하는데, 그는 이 모든 행위의 바탕과 배경을 그릴 때 모든 생명과 문명의 토대, 출발점인 돌가루를 쓴다. 여느 서양화처럼 정물화와 누드화를 그리다 액션페인팅을 접하고 신세계를 보았다는 장 작가는 “자유롭게 뿌려진 선들은 화면 일부만 보면 무질서해 보이지만, 전체로 보면 질서정연하고 여백의 미까지 갖추고 있다. 여기에 작가의 철학을 담아 가면서 지금의 작품 스타일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독창성만큼 예술을 보는 시각변화로도 깊은 인상을 주고, 사랑받는 미술계 악동이자 융합예술의 선두주자라는 찬사를 받으며 매번 새로운 작품을 연구하는 그는 지금까지 <애(슬픔)>, <심안여해(바다 같이 평안한 마음)>, <감정의 물결>, <인연>까지 4차례에 걸친 개인전에서 원색에 가까운 오방색계열로 인간의 정서를 다룬다. 무엇보다도 이 동적인 드리핑에는 추상적 구도와 확고하되 양적으로는 절제된 색감, 현상적으로는 존재하되 실체가 없는 ‘공(空)’ 사상이 담겨 있다. 이렇게 독창성으로 가득한 장 작가의 작품들은 각각 작품의 주제와 내용에 맞게 대중매체를 통해 진출하고 있다. 2022년에는 중앙대 대학원 영화동아리 활동을 계기로 작품을 협찬한 영화 <리미트>에서 선보였고, 곧 한재림 감독의 OTT드라마 <머니게임>에서도 선보일 예정이다.

파리 미술계가 ‘공(空)’ 주제의 추상표현 결합 된 실험정신에 주목하다

화가는 그림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장 작가는 자신의 언어와 메시지를 일컬어 ‘공’이라고 한다. 소재를 구하고자 불교철학을 공부하며 “나는 누구이며 왜 사는가,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존재의 의미를 생각하는 과정에서 ‘공’ 사상을 마주한 장 작가는, 마치 막막한 수미산의 고비를 넘은 듯 무수한 영감을 생생히 마주하며 경이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공’이란 집착하는 마음을 비우고 본래의 청정한 마음을 찾는 것이다. 특정한 모양이 없는 구름은 때로 바람이 불면 네모나 세모, 동그라미로 바뀌는데, 자신의 주관과 아집에 빠지면 하나의 모양만 가진 것인 양 믿고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구름이 바람에 따라 모양이 바뀌듯, 인간을 포함한 세상 모든 현상에는 어느 하나 실체적인 모양이 정해진 것이 아님을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다”는 장 작가는 첫 개인전 이후 세계적인 아트쇼핑인 파리 까루젤 드 루브르에 국내 최연소로 전시하며 네임밸류 강한 중견작가들 사이에서 ‘앙팡 테리블’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지에서 실험정신과 K-ART의 가능성을 보여준 그는, 앞으로도 유럽과 세계무대를 목표로 창작에 정진하겠다고 전한다. 장 작가의 실험정신은 캔버스 밖에도 있었는데, 평소 예술정책과 공모사업에 관심이 많은 그는 문화예술학과에 비해 취약한 실제 예술가와 시민들을 위한 정책을 보강하고자 국민의힘 충청남도당 아산갑 청년위원회 청년위원에 영입됐다. 그는 “이런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산시를 문화예술중심지로 만드는 것이다. 문화예술에 더 좋은 환경과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개인과 단체보다는 정부 차원에서 함께 움직여야만 한다. 그래서 4선 이명수 국회의원의 제안을 받아 영입됐고, 아산의 청년예술가들이 마음껏 뜻을 펼치도록 도와 아산을 한국 문화예술중심지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고 한다. 

장애예술가에 대한 따뜻한 관심, 소외계층 위한 예술학교 설립이 꿈

창작과 미술지도를 업으로 삼으며 예술가들의 권익을 위해 정치계에 진출한 장 작가는 2021년부터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장예총) 문화예술정책위원회 전문위원이 되었으며, 아프리카아시아난민교육후원회 ADRF홍보대사로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중이다. “장애인 예술가들은 좋은 실력에 비해 문화 참여와 향유 기회가 늘 부족하다. 그래서 그들이 자유롭게 예술 활동을 펼치도록 가교 역할에 나섰다.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공감, 소통, 화합해 살아가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길 바란다”며, 장 작가는 “작품에 시대정신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작가는 사회를 긍정적으로 바꾼다. 그래서 예술가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잇는 촉매자와 매개자이다”라고 덧붙인다. 또한 자연과 생명파괴, 노동과 빈부격차를 다룬 정정엽 작가,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묘사해 광주비엔날레에서 전시를 거부당한 홍성담 작가를 인상 깊게 보았다는 그는 앞으로도 예술가들이 거침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길 바란다고 덧붙인다. 그 밖에도 장 작가는 자신의 궁극적인 꿈이 바로 “소외계층 학생들을 위한 예술학교 설립”이라고 한다. “미술과 음악은 소질이 있어도 금전적으로 어려우면 진입하기 힘든 과목이다. 재료비와 악기 값, 레슨비 때문에 재능 있는 아이들이 좌절하지 않도록, 앞으로 얼마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예술학교를 만들어 이들을 돕고 싶다. 나 또한 고속버스와 기차 차비가 부족해 왕복 5시간 거리를 지하철로 다니며 탈진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견디고 나니 교육받은 경험 덕에 삶이 변화되었기에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도록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장 작가의 첫 전시 <애(哀)>처럼, 그리고 그의 드리핑기법의 미덕인 우연성처럼, 장 작가의 모든 행보가 긍정과 희망을 흩뿌리는 나비효과를 일으켜 예술가가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는 멋진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