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자체로 한국문화 지키는 장인, 도편수의 솜씨로 짓는 한옥
존재 자체로 한국문화 지키는 장인, 도편수의 솜씨로 짓는 한옥
  • 오상헌 기자
  • 승인 2023.01.1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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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에서 더 사랑받는 한옥문화를 좋은 정책과 후학으로 계승할 수 있길”
㈜한옥명가 한병홍 대표
㈜한옥명가 한병홍 대표

한옥은 건축의 견고함, 공예의 섬세함, 자연의 이로움을 겸비하여 조화로운 집이다. 충청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사찰과 재실을 잘 짓기로 이름난 한동규 도편수의 아들, ㈜한옥명가 한병홍 대표는 40년이 넘도록 한옥을 짓는 현대의 도편수다. 7남매 중 둘째로 태어나 가업을 이은 그는, 인테리어의 일부인양 흉내를 내기보다 한옥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시도하면서 실용성과 미학을 갖춘 원스톱 한옥건축을 추구한다. 현대의 난방과 조상들의 지혜에서 온 친환경 목재구조를 결합해, 주거지는 물론 카페와 요식업 분야, 한옥단지 등 다양한 응용에서 전통식 사찰, 재실, 정자, 한옥까지 계승하는 한 대표의 근황과 올해의 계획을 들어 보았다.

부친의 한옥기술 이어받아 40여 년 원스톱 시공에서 관리까지
경기 화성에 위치한 ㈜한옥명가는 정통 으뜸목수이자 시공목수들의 총책임자인 ‘도편수’ 역할을 하는 한병홍 대표가 이끄는 한옥 전문건축회사이다. 지금까지 조선시대 공법 그대로 짓는 전국 사찰과 재실, 정자를 비롯해서, 강화군의 한옥단지와 태안 송암리 주택, 장호원 주택 등 다양한 시공을 거쳐 온 한 대표는 40년이 넘는 경력을 갖고 있다. 도편수는 도면을 머릿속에 넣고 건축하는 조타수 겸 선장으로서 현장을 지휘하기에, 평소 한옥을 좋아하고 사계절 나무를 손에서 떼지 말라는 부친의 가르침을 따라 한옥장인의 길을 걷기로 한 그는 한옥주택과 상업한옥시설에 강하다. 요즘 파티셰들의 개인 베이커리카페로 선호되는 한옥은 외관이 운치 있어 지역 명물로 사랑받으며, 내외장이 목재로 되어 나무의 은은한 향이 배어나올 뿐 아니라 휴식과 수면을 취하고 나면 힐링이 되어 젊은 세대들도 큰 관심을 보인다고 한다. 한옥카페나 한옥식당은 평균 4개월에 걸쳐 2백 평 규모로 지을 수 있는데, 도면대로 깎고 치목을 짜 맞춰 구조를 올리기에 외국에서는 실용성과 아름다움 뿐 아니라 토네이도와 허리케인에 가장 강한 목재주택으로 각광받는다. ㈜한옥명가는 설계에서 인허가와 준공까지 하며 땅을 받아 짓기도 하지만, 땅자리를 보는 안목도 있기에 시공에서 사후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며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독창적인 나만의 한옥을 갖고자 하는 의뢰가 많다고 한다. 한 대표는 같은 한옥이라도 외부는 전통, 내부는 현대 인테리어와 냉난방을 갖추기에 건강과 미적 요소를 두루 갖추어 한옥을 찾는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고 전한다. 

전통의 짜맞춤 공법과 친환경 소재로 사랑받는 한옥 대중화 기여
2대 한옥가문이기에, 한 대표는 수익보다 전통과 장인정신을 지키는 마음가짐으로 일한다. 한옥책임자 도편수는 조선시대 궁궐에서 정5품 벼슬까지 하던 전문직이며 일제강점기 이후 없어졌지만 해방 후 도편수와 대목장 개념으로 기술이 전수되고 있다. 서양의 프레이머 개념으로 치목하는 대목장과, 건축설계사와 시공사 역할의 도편수는 못과 접착제, 스틸프레임 없이 홈과 홈을 맞춰 조립하는 장인정신이 요구된다. 또 과거에는 서까래 아래 웃풍이 드는 것은 감수했지만, 이제는 아궁이 구들장 대신 보일러를 깔고 에어컨 실외기도 감안해서 짓기에 반드시 건식 욕실과 주방을 유지해야 하는 목조주택의 단점 없이 한옥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한 대표는 방수와 내구성을 위한 조상의 지혜인 옻칠과 맞배, 팔작 같은 우아한 선의 지붕도 구현하여 기초는 물론 주추부터 마감까지 어느 하나 소홀함 없이 잘 짓는다고 전한다. 요즘 한옥 열기는 점점 뜨거워져서, 이탈리아에 시공된 한옥식당이 히트하고 미국에도 한옥사찰이 건립되어 한 대표 또한 평택, 아산의 미군거주지역 장교로부터 한옥을 의뢰받기도 했다. 그 밖에도 대기업 총수들의 사택은 물론, 가장 유명한 한옥인 청와대도 있어 한옥을 매력적으로 느끼는 인구는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한옥은 워낙 일이 힘들어 미장과 와공이 고령화된 지금도 대기업건설사가 들어오지 않을 정도다. 한 대표도 지금까지 50명 정도를 가르쳤지만 절반 이상이 떠날 만큼 후학양성이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상당히 어려운 지붕 올리기 작업을 끝내고 하나씩 올라가며 당당하게 균형이 잡힐 때, 피로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 그 느낌에 지난 40여 년을 한옥과 함께 할 수 있었다. 언제든 후학을 기다린다”고 덧붙인다. 

전주한옥마을에 버금가는 수도권지역 한옥 명소 만들고 싶다
한 대표는 최근 화성시 향남읍 행정리의 향남신도시에 2백 평 규모의 베이커리카페 공사를 하고 있다. 그는 대부도에 3천 평 규모의 한옥마을을 진행 중인데, 매년 다양한 시행과 프로젝트, 고택 수선도 하며 얼마 전에는 2백 년 전 지어진 서울 마포의 고택을 수리했다. 전국 각지의 유지보수 의뢰를 받는 이유는, 한옥과 콜라보한 형태의 일반 인테리어회사들은 한옥을 수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철과 콘크리트 건물과 달리, 목재는 비만 안 새면 수백년 유지되며 주춧기둥을 만들 때 소금덩어리를 넣어 병충해와 손상을 방지한 영주부석사는 천년사찰로 오래 유지된다고 전한다. 또한 목재기술자인 도편수는 힘과 기술, 지혜가 필요하며, 수장과 연목, 조각, 가칠 등 세분화가 중요한 한옥도 부지런한 사람만 살아남는 구조라고 덧붙인다. 이처럼 도편수는 장인이자 존재 자체로 한국문화의 상징인 한옥을 지키는 기술자로서, 한 대표도 이 기술을 보존하고 발전하는데 최선을 다한다고 전한다. 그리고 “지자체의 한옥주택 보조금정책 등 관심이 늘고, 외국인들도 관심을 가진 것을 기회로 삼아 한옥카페 외에도 한옥호텔과 명소를 만드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한 대표는 7백 평 공장, 2백 평 규모의 창고 외에도 경북지역의 소나무와 각종 목재를 보관하는 전용 목재창고를 운영하며 규모도 더 늘려나가겠다고 한다. 현재 평균 10-30명의 후학과 한옥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한 대표는, “전주한옥마을에 버금가는 국가대표 한옥마을을 만들고자 지자체와 상의 중이다. 언젠가는 수도권 지역에 한옥문화를 집결한 랜드마크를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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