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인간, 건축의 건강한 공생을 꿈꾸다
자연과 인간, 건축의 건강한 공생을 꿈꾸다
  • 임승민 기자
  • 승인 2022.07.18 1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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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사무소 시인공간 박병열 대표
건축사사무소 시인공간 박병열 대표

최근 건축계의 가장 큰 화두는 인간과 자연의 ‘공생(共生)’일 것이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가 건축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유엔환경계획(UNEP)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글로벌 탄소배출량 중 38%가 건물 및 건설 산업에서 배출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축사사무소 시인공간’이 보여주고 있는 행보는 단연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높은 단열성과 에너지 순환시스템을 통해 최소한의 냉난방만으로도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할 수 있게 설계된 ‘패시브하우스’라는 개념을 국내 환경에 맞춰 도입, 보급에 앞장서며 저탄소건축의 보편화에 기여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독일 PHI 인증, 한국의 실정에 맞는 패시브하우스 시스템 구현하며 실력 입증
‘건축사사무소 시인공간’은 에너지 선진국이라 불리는 독일에서 유래한 ‘패시브하우스’ 시스템을 한국의 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와 프로젝트 수행을 병행하며 지금껏 성장해왔다. 이들은 지난 2013년부터 패시브하우스 실증 프로젝트를 시작,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연구와 검증을 거듭해왔다. 특히, 국제적으로 가장 공신력 있는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독일 PHI’로부터 인증 받은 프로젝트를 최다 수행한 업체로서, 그 기술력과 역량을 검증받았다. 특히, 단순히 독일의 패시브하우스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오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기술 수준과 건축 환경, 문화에 맞게끔 개발한 시스템을 적용함으로써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시인공간’의 박병열 대표는 “우리 환경에 맞도록 바꾸면서 거둔 가장 큰 효과는 자재비, 인건비를 줄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독일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기 위해선 각종 자재를 독일 현지로부터 조달해야 하는데, 먼 거리를 이동함에 있어 운송비는 급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그러한 운송방식 자체가 탄소중립의 기치와는 멀어지는 것일 뿐 아니라, 높은 건축비용은 보편화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기에 이를 해결하는 것이 저희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이에 수많은 연구를 통해 성능은 확보하면서도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자재와 공법 연구에 집중하였으며, 굉장히 저렴한 비용으로 수준 높은 패시브하우스를 건축할 수 있는 공법을 실현하기에 이르렀습니다”라고 설명했다.
10년의 노력과 열정이 만들어낸 결과물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독일 PHI’ 인증을 통해 그 우수성을 공인받았고, 현재는 전국 각지에서 의뢰 받은 수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으로 현실에 구현되고 있다. 박 대표는 “사업 초기 순천·전남지역만을 중심으로 활동할 때에는 수요에 한계가 있어 일반건축 프로젝트를 병행했지만, 지금은 전국 곳곳에서 패시브하우스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가진 건축주 분들을 만나 패시브하우스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지역마다 다른 기후조건을 고려하고, 다양한 건축주의 니즈를 수용해 가며 개성있는 프로젝트들이 늘어나 매번 즐거운 자극과 경험을 얻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모든 노력이 궁극적으로는 ‘좋은 집’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저희 활동이 저탄소건축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역할을 하게 되리란 확신을 얻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린스마트미래학교와 그린리모델링 사업 참여, 공공건축의 생태 전환 위한 발걸음
박병열 대표는 패시브하우스 기술력과 역량을 주택 뿐 아니라 공공건축, 공공프로젝트로 확장해나가는 데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는 “기후변화 문제의 핵심은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는 데에 있습니다. 그간 각계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 습관을 바꾸거나, 대중교통을 활용하는 등의 캠페인을 주력으로 삼아왔으나, 실제 연구된 바에 따르면 이를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변화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고, 오히려 건축물의 에너지사용량을 줄이는 것이 훨씬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는 그러한 아이디어를 실현시키는 것이 기술 부족 탓에 불가능했었지만, 이제는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가 과거에 비해 1/10 정도로 비용이 저렴해졌고, 이를 건축물과 어울리게 디자인할 수 있는 건축기술도 발전해 있습니다. 우리의 의지만 있다면 건물을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탄소중립을 실천하는 시대가 온 것입니다. 공공건축물이 먼저 앞장서서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야 합니다. 이에 저는 탄소중립학교를 실현하고자 하는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 노후된 공공청사를 제로에너지 건축물로 만드는 ‘그린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탄소배출의 주범인 에너지 다소비형 건축물을 저탄소건축물로 만들어가는 일에 자문, 컨설팅을 제공하거나 사전 기획과 설계자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그는 패시브하우스의 특징인 항온·항습 기능이 박물관의 수장고나 식품 저장고, 친환경 농업 하우스 등 특수 목적의 건축 형태에도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으며, 실제 적용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생태환경전시회 ‘상리공생’ 11월 개최, 모두가 함께 실천하는 생태적 삶 추구
오는 11월 7일부터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에서 2주간 개최될 예정인 생태환경전시회, 「相利共生(상리공생)」은 박병열 대표가 올해 가장 큰 힘을 쏟고 있는 일이다. 지구와 생태, 그리고 탄소중립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작품의 창의적 구성을 통해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자연과 인류의 공생에 고민한 흔적을 읽을 수 있으며 자신의 삶이 생태적으로 전환되는데 목적이 있다고 한다. 전시회는 순천시 인근 50Km 이내에서 활동하는 생태 관련 미술·사진작가 등이 참여할 예정이며, 환경 주제의 인형극, 비전력 놀이마당, 업사이클링 작품전시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백일장과 그리기 대회의 입상작 전시도 이뤄질 계획이다. 또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생태·환경·에너지 연구자이자 한국 패시브하우스 부문의 선구자이기도 한 이필렬 교수의 초청강연이 이뤄질 예정이다. 전시회는 그 내용 뿐 아니라 형식에서도 ‘행사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는 전시회’를 추구하고 있으며, 방송, 유튜브, 메타버스 등으로 제작되어 먼곳에서도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무료관람인 대신 굿즈, 작품집, 생태소품 등의 현장 판매를 통해 환경교육기금을 마련하는 활동도 이뤄질 예정이다.
박병열 대표는 그간 다양한 환경운동에 참여하며 생태·환경문제에 대한 시민의식을 고취시키는 데에 앞장서왔고, 순천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위원회 위원장이자 순천시생태도시위원회 위원으로서도 활동하며 유관기관 및 단체, 기업 등과의 교류에도 힘을 쏟아왔다. 그는 “이번 전시회는 서로 이로운 영향을 주면서 살아간다는 생물학 용어인 ‘상리공생’을 주제로 잡았다. 특히, ‘지구상에 환경운동가가 사라지는 세상을 꿈꾸다’라는 슬로건을 통해 환경문제라는 것이 우리와 동떨어진 어떤 특정 계층이나 단체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당연히 생각하고 의식하며 살아가야 할 가치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자 합니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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