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미학 만드는 경쾌한 가위소리, 클래식한 ‘맨즈 그루밍’의 1세대
신사의 미학 만드는 경쾌한 가위소리, 클래식한 ‘맨즈 그루밍’의 1세대
  • 정재헌 기자
  • 승인 2022.05.1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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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년 다듬어 온 시저스 컷 기술을 젊은 바버들에게 기꺼이 전수하고 싶다”
찰스바버샵 정철수 원장
찰스바버샵 정철수 원장

남성전용 헤어샵이 이용원에서 바버샵으로 바뀌어 온 역사의 산 증인, 찰스바버샵 정철수 원장은 올해로 가위인생 57년을 맞이했다. 1960년대부터 가위를 잡아 클래식한 ‘맨즈 그루밍’의 1세대를 열었고, 바버들의 격전지인 미국 대신 한국에 남은 그는 프라이빗한 리클라이닝체어에서 커트, 면도, 케어로 말쑥한 헤어라인을 만드는 한국형 바버샵을 선도하며 국내 굴지의 대기업 총수들과 정치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2015년 7월 홍대 찰스바버샵을 오픈해, 클리퍼(바리캉) 대신 가위로 라인을 다듬는 시저스 컷 분야에서 국내 정상의 기술을 보유한 정 원장은 후학들의 바버 숙련에 관심이 많다. 서비스업종이 힘든 요즘, 청년들이 ‘평생직업’인 바버로 자리 잡을 정책이 있다면 기꺼이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고 싶다는 정 원장을 만나보았다.

국내외 정재계 인사들이 먼저 찾는 토털뷰티 그루밍, 헤어컷의 품격 선도
올해 73세를 맞이한 찰스바버샵 정철수 원장은 57년 째 가위를 손에서 놓지 않는 한국 남성헤어컷 분야의 고수이자 장인이다. 시저스 클래식컷 테크니션인 그의 특기, 마스터컷은 조선호텔, 신라호텔, 힐튼호텔을 비롯한 유명 호텔체인에서 활동하던 시절부터 역대 총리, 장관, 국회의원, 서울시장 및 대기업 총수들과 인연을 맺고 ‘신사의 품격’을 만든 전설의 기술이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나 먹고 살 평생기술을 찾다 이용원의 잡일부터 시작해, 다사다난하고 험난한 고비를 넘어 자연스런 두상형태에 맞춰 층을 내는 헤어컷 마스터가 된 정 원장은 촬영이나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스타일링이 필요한 고객들의 큰 사랑을 받는다. 클래식한 시저스 컷을 기본으로, 세부정리에만 클리퍼를 이용해 세련된 솜씨로 리젠트와 최신 유행을 넘나들며 고객의 두상에 가장 어울리는 컷을 선사하는 정 원장은 국내 바버샵의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시대가 바뀌어 이용원이 쇠퇴하고 남성헤어컷 샵들은 클리퍼로 미는 방식을 많이 쓰고 있으나, 빨리 자라고 짧게 다듬는 남성헤어의 특성상 컷 후 말쑥함이 최대한 오래 유지되는 방법은 시저스 컷이 으뜸이다. 가위로 스타일링을 끝내고 클리퍼로 다듬으면, 최대 3개월까지 바탕이 유지돼 부스스하거나 어색한 느낌이 없다. 정 원장은 가위와 빗을 이용해 두당 3천 5백 번 이상 가위질을 해야 완벽한 클래식컷이 나오기에, 3-5개월 연습하면 자격증을 딸 수 있지만 이 기술의 기본을 구사하려면 5년 정도는 손님의 머리를 만져봐야 한다고 전한다. 과거 날이 서도록 면도날을 갈아 100% 손으로 헤어컷 주변 부위를 깔끔하게 정돈하던 세대인 그는, 유럽식 바버샵과 현대식 클리퍼컷이 공존하는 미국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치려다 한국에 남아 클래식한 컷방식을 대중화시키고자 했다. 매력적인 그의 클래식함에 반한 단골들은 90대가 넘어서도 예약을 할 정도이며 고객층은 4-5세 아동부터 팔순을 넘긴 47년 차 고객까지 다양하다. 

기본기만 5년, 하루 3만 번 가위질 정성의 맥을 늦지 않게 전수 보존하고파
후학들에게 시저스 컷의 대부로 불리는 정 원장은 2020년 이후 코로나로 남성헤어컷 분야에도 경기한파가 밀어닥친 것을 실감하고 있다. 과거 인건비가 저렴하고 회전율이 빠르던 이용원 시절에는 ‘시다’라는 이름으로 구두 닦기, 머리감기기, 손·발톱소제, 드라이, 면도, 커트, 카운터 등 단계별로 직원이 있을 정도로 번성했다. 하지만 차츰 퇴폐업소형태가 유입되면서 낙인이 찍힌 데다, 이런 시선이 부담스러운 주부들이 남편과 아들을 미장원(미용실)에 데려가면서 이용원에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견디지 못한 전문가들이 하나 둘 미국과 유럽으로 떠났지만, 정 원장은 한국에 남았다. 그리고 조선호텔 바버샵 시절 영국 고객이 지어 준 영어이름 ‘찰스’를 넣어 찰스바버샵으로 새로운 출발을 했다고 한다. 정 원장은 속성 클리퍼컷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이 많은 홍대에 자리를 잡을 때 처음에는 걱정도 했지만, 클래식은 곧 ‘기본’이라는 생각으로 고전과 기본스타일에 충실하며 변화를 꾀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찰스바버샵의 클래식한 시저스 컷에 매력을 느낀 고객들은 정 원장으로부터 호텔바버샵 경력 45년 전문가의 핸드메이드컷, 유럽 바버샵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이리하여 맨즈뷰티 분야의 클래식을 자처하며 ‘이용원’의 이미지를 ‘바버샵’으로 바꾸는 데 기여하고 삼성, SK, 코오롱 등의 경영진/임원들처럼 내로라하는 고객들을 둔 정 원장이지만, 그는 여전히 대부분의 국내 바버샵은 1-2인이 운영하는 영세한 업체들이라고 한다. 더욱이 젊은 인력의 유입은 적은 편으로, 불황으로 인해 더욱 심해진 요즘 정 원장은 “미용산업 중에서 바버샵은 펌, 염색과 달리 헤어컷 위주이기에 객단가가 높지 않아, 일반미용의 매출만 생각하고 들어오다가는 좌절하여 떠나는 일이 많다”고 아쉬워한다. 그래서 정 원장은 “바버샵의 이러한 구조를 이해하고 꾸준히 노력하면 성과를 얻고 평생의 업으로 삼을 수 있다”며, “원로로서 후배들에게 무엇이든 나누어 주고픈 바람이 있다”고 덧붙인다. 또 기계가 아닌 가위로 일하는 헤어컷전문가도 많지 않아, 청년후계자들에게 시저스 컷과 클리퍼 컷을 접목시켜 가르치는 대안도 생각 중이다. 마지막으로 정 원장은 “정부나 지자체가 후학을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이들의 창업을 지원해 준다면, 바버샵의 활성화와 일자리창출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은퇴까지 10년도 남지 않았지만, 좋은 이슈가 있다면 숙련기술자로서 후학들에게 모든 기술을 전수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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